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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인 릴케
2014년 08월 21일 21시 49분  조회:1911  추천:3  작성자: 림금산
         신—문학살롱 진행을 맡은 신금철입니다. 네 지난주 작가초대석시간에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그의 대표작들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독일의 유명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연변시가학회 림금산시인을 마이크앞에 모셨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림—네 안녕하십까?
신—릴케라고 하면 윤동주의 시 “별혜는 밤”에서 나오는 라이너 마리야 릴케가 떠오르는데요. 윤동주시인도 릴케의 시들을 많이 좋아했나 봅니다.
림—네 바로 그렇죠.
신—그럼 오늘도 먼저 릴케의 생평부터 소개해주시지요.
림-릴케 -  1875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칠삭둥이로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에 죽은 첫 딸을 잊지 못한 어머니에 의해 여자아이처럼 키워졌다. 일곱 살때까지 여자옷을 입고 지냈을 정도였다. 여자아이처럼 자란 릴케를 어머니는 다시 군사학교에 보냈다. 지옥 같은 기숙사 생활을 탈출한 그는 프라하대학, 뮌헨대학, 베를린대학 등에서 예술사, 문학사, 철학 등을 공부했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릴케는 산문 `말테의 수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수많은 시편들을 남겼다. 릴케의 저작중 최고 걸작으로 `두이노의 비가`를 꼽는다. 삶과 죽음, 종교와 논리, 정신과 육체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은 시집 `두이노의 비가`는 릴케 미학의 완성품이다.
"내가 이렇게 울부짖은들 천사의 대열에서 누가 들어주랴. 우리가 아름다움을 그토록 찬미함은 파멸하리만큼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라는 절규는 릴케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불가능한 릴케만이 할수 있는 통찰이다.
전 10편으로 이루어진 `두이노의 비가`는 시인 릴케의 절정이다. 독일 비가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 위대한 연작시는 정신성을 중시하는 근현대 시문학의 거대한 원형이다.
릴케는 1926년 51세로 사망했다. 알려진 것처럼 장미가시에 찔려 죽지는 않았다. 장미가시에 찔린 것이 백혈병을 악화시켰다는 설은 있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었다. 워낙 장미를 좋아했던 릴케였기에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전설마저도 그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신- 릴케의 생평에는 루살로메라는 녀성을 빼여놓을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지요. 이 녀성은 릴케보다 14년이나 년상이라고 들었는데 이들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였습니까?
림—네 살로메를 알기전 릴케는 모성 결핍속에 성장기를 보냈다. 세기말의 우울이 유럽을 휩싸고 있던 1897년 5월 어느 날 뮌헨,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소설가 야콥 바서만의 집에서 살로메를 만난다. 릴케는 열네살 연상의 유부녀 살로메를 처음 본 순간 이 사랑의 폭풍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닐 것임을 직감한다.
루 살로메는 당대 최고 지식인이자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muse)`였다. 철학자 니체, 심리학자 프로이트 같은 천재들이 살로메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니체가 살로메를 처음 봤을 때 했다는 "우리는 어느 별에서 내려와서 이제야 만난 거죠"라는 말은 지금도 유명하다. 물론 살로메는 그 스스로도 훌륭한 작가이자 평론가였으며 심리학자이기도 했다.
릴케는 박력이라곤 없는 남자였다. 몸은 왜소했고, 피부는 유럽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검었으며 모성결핍에 시달리는 무명 시인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살로메를 잊을수 없었던 릴케는 용기를 내서 살로메에게 편지를 보낸다. "친애하는 부인, 당신과 내가 보낸 어제 그 황혼의 시간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달콤한 연애편지였다. 여기서 릴케가 처음이 아니라고 표현한 건, 이미 그녀의 에세이집 `유대인 예수`를 읽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로메와의 만남은 릴케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이름을 `르네`에서 `마리아`로 바꿨고, 필체까지 살로메를 흉내냈으며, 옷차림과 말투까지 달라진다. 무엇보다 릴케는 시인으로 성숙하기 시작한다. 살로메의 소개로 니체를 알게 된 그는 더 넓은 인식의 지평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낭만과 감수성의 대명사인 시인 릴케는 이렇게 탄생했다.
 
신—릴케의 인생에 이처럼 큰 영향을 준 루 살로메란 과연 어떤 여성입니까?  아주 지적인 녀성이고 자아를 최대한 추구한 특이한 녀성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떻습니까?
림--루 살로메란 그녀는 과연 어떤 여성인가?
페이스북미투데이
- 내가 알고 있는게 있다면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이다. 나는 이상에 따라 살수 없다. 그러나 아주 확실하게 나의 삶을 살수 있다. –루살로메.
확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생을 이끌어간 루살로메는 어떤 여자일까?
니체와 릴케, 프로이트와의 관계로 인해 사람들에게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매력은 대체 무엇인가?
사람을 매혹시키는 기술에 대해 말할 때, 흔히 관능미를 말한다. 인간의 관능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는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알고 싶어하고, 또 확인받고 싶어하는 욕망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요부라 표현하며 성적인 유혹을 유혹자란 단어에게서 떠올리지만, 역사속에서의 유혹녀들은 상당한 지성을 갖추었고, 상대방의 자아를 일깨워주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루살로메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과 탁월한 상담술을 가졌다고 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지성이라고 격찬했던 그녀의 학교 교수들의 말대로 그녀의 지성의 매력은 막강했나보다.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학자 파울 레와 니체와 함께 동거를 제안한다.
니체는 자신의 사상을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자신의 관심사의 본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친구인 파울 레와 경쟁하지만, 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먼저 둘을 떠나고,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완성한다.
성관계없는 동거를 하던 파울 레와 루의 관계역시 깨졌고, 루는 안드레
아스와 결혼한다.
안드레아스와의 결혼의 조건도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안드레아스는 이 자유분방한 여인과 희생적인 결혼관계를 유지한다. 딱 한 번 안드레아스는 루를 강간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만다.
- 여자라는 것, 섹슈얼리티만이 부각된 여자의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것을 박탈당하는 셈이지.-
이렇게 연인들의 성적인 요구를 가차없이 거절했던 그녀는 30대 중반에
비로소 성에 눈을 뜬다. 그녀의 첫 상대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
아마 임신도 했을꺼라는 추정을 받고 있는데, 아이는 유산되어졌다.
-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것은 엄청난 집중을 요구한다.-
철저하게 자유롭기를 원했던 그녀는 모성을 거부했다. 그녀는 서른 여섯살에 매혹적인 서정시인 14살 연하의 릴케와 만난다.
두 연인은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루의 충고대로 릴케는 이름을 르네에서 라이너로 바꾸며, 완전한 복종을 보인다.
민감한 성격의 릴케가 신경불안을 보이자, 루는 더 많은 자유를 찾아 그를 버리지만 둘의 사이는 릴케가 죽을 때까지 서신교환을 하며 이어진다.
프로이트와 루의 관계는 이성적인게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시작되었고, 프로이트는 루의 지성을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정신분석을 연구하며 프로이트의 학문에 도전해 나르시시즘, 사랑, 여성의 성욕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 사랑은 불성실의 원칙을 두고 있다.-
숱한 연인들을 유혹해서 울리고 자살까지 이르게 한 그녀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는 굽힘이 없었다고 한다. 연인들을 버리는데도 자책감을 갖지 않았다. 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그녀의 자유로움이 매력인 것인가...
- 남성적인 근엄함과 어린 아이와 같은 환희와 여성적인 열의가 매력적으로 뒤섞여 있는 모습 - 루의 친구의 말.
루 살로메는 작가, 사상가, 심리분석가로 저작활동을 꾸준히했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원했던 건 자신의 < 자아 >를 찾는 것으로 보였다.
- 그녀의 진정한 걸작은 그녀 자신이었다.-
< 자아를 찾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선구자 >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 유혹녀...
러시아 장군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18세에 처음으로 42세의 유부남 러시아 황실교사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그후 니체의 제자인 철학자 레와 사귀고, 그의 스승인 17년 연상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 지상에서의 이상"이라고 그녀를 칭송했으며 14세 연하인 시인 릴케는 22세에 그녀를 만나 "저는 기도하고 싶은 심정으로만 당신을 보았습니다. 저는 당신앞에 무릎 꿇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만 당신을 열망했습니다." 라고 고백하고 평생을 존경하고 흠모 했다. 이후 프로이트는 연인이며 후원자로 그녀의 후년을 지켜주었다. 그의 서재에는 항상 살로메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남성들로부터의 사랑은 단지 그녀의 미모만이 아니라 활달하면서도 대범한 그녀의 마음이 <작품으로 본 프리드리히 니체>, <프로이트에 보내는 감사문>, <회고록>등의 그녀의 책에 잘 나와있다.
신—릴케의 성장에 거대한 영향을 준 루살로메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참 대단한 여성이였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주 지적이면서도 쾌활하고 또 신비로운 마력을 가진 작가였습니다. 그럼 아래에 릴케가 그토록 추구했던 루살로메에 대해 쓴 시를 함께 감상해보겠습니다.
루살로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빛을 없샌다해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는다해도  
나는 당신을 들을수 있습니다.

나는 발이 없어도 당신한테 갈수 있고
나는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수 있습니다.

나의 두팔이 꺾이어 당신을 붙들수 없다면
나의 불타는 심장으로 당신을 붙잡을 것입니다.

나의 심장이 멈춘다면 나의 뇌수라도
그대를 향해 노래를 부를것입니다.

나의 뇌수마저 불태운다면
나는 파도치는 나의 피속에
당신을 싣고갈 것입니다.


신—네 이 시를 보니깐요 릴케가 진짜 어느 정도 살로메를 사랑했는가를 알것같습니다.
림: 해설—네 해설이 필요없습니다. 온 몸과 온 마음과 혈관속의 소품치는 피로 한 여인을 사랑한 사랑의 거창한 출렁임이고 사랑의 몸부림이고 사랑의 솟구치는 불길 그대로입니다…
신—그럼 계속하여 릴케의 시 <가을>을 감상해보고 림금산선생님의 해설을 듣겠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잎이 진다. 멀리에선듯 잎이 진다.
하늘의 먼 정원이 시들어 가는 듯
거부하는 몸짓으로 잎이 진다.

그리고 깊은 밤중에 무거운 지구가 고독에 잠긴다.
다른 모든 별들에게서 벗어나.

우리들 모두가 떨어진다. 이 손이 떨어진다.
보라, 다른 것들을. 모두가 떨어진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이들 낙하를
한없이 너그러이 그의 양 손에다 받아들인다.


신: 네 릴케의 시 <가을>이였는데요. 이시에 대해서 해설해주시지요.
 
림—해설 하늘의 먼 정원이 시들어 간다는 표현도 멋지고 무거운 지구가 고독에 잠긴다는 발상도 놀랍다. 그보다 더 좋은 건, 릴케의 눈이다. 릴케의 눈은 하늘의 먼 정원과 무거운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광폭의 시야를 거느린다. 가을이란 나뭇잎 하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구가 다른 모든 별들에게서 벗어나는 고독한 시간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 시야에서만 보이는 게 있다. 낙하하는 것들을 양 손에 받아들이는 어떤 사람. 그는 누구일까. 이 따뜻한 언어로 세상의 추락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인 자신일까. 아니면 대지의 품을 그렇게 말한 것일까. 일차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결국은 죽어가는 목숨을 거두어들이는, 시간이 펼치고 있는 손이다.

모든 삶들은 가을에 직면할 것이며, 그들은 떨어진다. 내가 펼쳐든 이 손 또한 같은 방식의 낙엽이 될 것이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경련을 일으키겠지만 결국 다 떨어진다.
그것을 다 받아주는 건 죽음의 시간이다. 세상 모든 사물의 추락을 기다렸다가 묵묵히 다 받아주는 존재의 발견.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그는 한없이 너그러운 손이라고 부른다. 릴케만큼 가을의 진상을 명쾌하게, 그리고 따스한 겹눈으로 바라본 사람이 있었을까.
신: 릴케의 시<가을>에 대한 림금산시인의 해설이였습니다. 그럼 계속하여 릴케의 사랑시 <한구루 꽃나무>를 감상하고 해설을 듣겠습니다.
한 그루 꽃나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간이 우리를 다시 떼어 놓는다 해도
활짝 피어나는 꽃나무 아래 함께 있듯
우리는 언제나 꿈속에서 함께 있겠어요.
우리는 시끄러운 말일랑 잊어버리고
별들이 별들을 말하듯 우리를 말하겠어요,
시끄러운 말들이야 모두 잊겠습니다,
활짝 피어나는 꽃나무 아래 함께 있듯이.
신: 참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시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시에 대해서도 해설해주시지요.
 
림—해설 이 시는 역시 루살로메에게 바친 릴케의 사랑시이다. 님과 함께 함께 하는 시간만은 말다툼도 다른것도 다 거두고 오직 별들과 같은 말, 별들이 하늘에서 서로서로 소곤대는 것과 같은 별처럼 빛나는 말만을 골라서 서로서로 서로에게 말하겠단다. 릴케는 후에 살로메와 갈라졌어도 서로 편지는 계속 오가군했단다. 그니깐 릴케의 사랑은 계속된것만 사실이다.
 
[출처] [본문스크랩] 한 그루 꽃나무 - 릴케(김재혁 옮김)|작성자 에스더
신—다음은 릴케의 시 <고독>을 함께 감상하고 해설을 듣도록하겠습니다.
고독
릴케
고독은 비와 같다.
고독은 바다에서 저녁을 향해 오른다.
고독은 아득히 외딴 평원에서
언제나 고독을 품고 있는 하늘로 향한다.
그러나 비로소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동틀 녘에 고독은 비가 되어 내린다.
모든 골목들이 아침을 향할 때,
아무 것도 찾지 못한 몸뚱어리들이
실망과 슬픔에 서로를 놓아줄 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침대에서 자야 할 때,
 
고독은 강물과 함께 흐른다
신: 이 시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시지요.
 
림: 해설 《두이노의 비가》는 1912년 1월 하순에 시작하여 1922년 2월 26일에 완성되었다. 10년이 넘게 걸린 작품이다. 릴케는 첫 <비가>를 쓴 뒤 간헐적으로 작품에 손을 대면서 마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처럼 정신적으로 거북함을 느껴오다가 마침내 스위스의 뮈조트 성에서 작품의 완성을 보기에 이른다. 이탈리아 아드리아 해안에 있는 탁시스 후작 부인 소유의 두이노의 성 절벽 아래를 산책하다가 바람결에 들려온 소리를 그대로 받아적었다는 그 첫 머리는 다음과 같다.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릴케 스스로 천재적 정신의 결정적인 업적으로 여긴 대작 《두이노의 비가》의 이 첫 구절에서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대담한 메타포, 암호화된 상징, 현 시대와 동떨어진 것들의 시적 수용, 언어의 웅장함과 모호성,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비장감, 그로 인한 해석상의 열린 특성, 이것이 우리가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리라. 바로 이로 인해 《두이노의 비가》는 현대 독일시 중 가장 접근하기 힘든 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총 10편의 복잡한 상징 체계로 이루어진 이 연작시에 외견상으로나마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천사'라는 상징적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천사'는 우리가 익히 떠올릴 수 있는 기독교의 천사를 말하는 것인가? 릴케는 폴란드의 번역가에게 쓴 편지에서 《두이노의 비가》의 천사는 기독교의 찬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힌다. "왜냐하면 《두이노의 비가》에서는 삶에 대한 긍정과 죽음에 대한 긍정이 한가지 것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보잘것 없음에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시적 자아는 이 상상의 높은 존재인 '천사를 향해 노래를 바친다. '천사'는 눈부신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가한다.
  제1비가는 첫 머리에서 '천사'의 '거대함'앞의 인간존재의 기본 조건, 즉 인간의 불안정성과 미심쩍음을 노래한다. 이러한 완벽성을 지닌 천사는 '무서운' 존재로 나타난다. 제1비가와 주제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2비가는 천사의 비가라고 할 수 있으며 나르시스처럼 완결된, 아무것도 잃지 않는 천사의 완벽성에 대한 찬가이다. 이것과 비교할 때 인간 존재의 '덧없는' 특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은 제3비가에 들어서 다른 측면에서 더욱 강화된다. 비탄과 위험과 내맡김의 상태는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생겨나는 추동으로 인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태생적인 존재의 조건으로 이 비가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운명적인 충동뿐만 아니라 인간의 집단 무의식, 그 태고적 세계가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을 대변하는 상징은 '숨겨진 죄 많은 피의 하신(河神)'이다.
 
  자유로운 리듬뿐만 아니라 형상세계의 완결성으로 인해 《비가》 전체에서 우뚝 솟은 제5비가는 《비가》의 중심 축을 형성한다. 여기서 인간 존재를 비유하는 시적 대상은 파리의 곡예사 일가이다. 시인은 능숙하기는 하지만 영혼이 없고 기계적인 그들의 '능력'을 외향적이고 가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들은 이와 같은 비본질적인 평균적 존재의 표본이다.
 
  보통의 인간 존재는 늘 인생의 '꽃핌' 속에 머물길 바라며, 죽음의 '열매'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의식의 한계로 인하여 '저편'의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제6비가에서 인간의 부족함의 영역을 비탄조로 그리고 해석조로 형상화한 후 제7비가에서는 인간이 지닌, 제거할 수 없는 덧없음에 대한 통찰을 근거로 하여 '이곳의 것'을 긍정하는 찬양의 노래로 급변한다. 호흡이 긴 찬양조의 문장이 다음의 분명한 고백으로 상승된다.: "이곳(현세)에 산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이것은 자연의 칭송이자 모든 인간적 존재의 긍정이다. 세계의 멍청한 뒤바꿈이라고 느낀 현시대에서도 이곳 현세에서의 인간적인 존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포고하는 것이 시인에게 존재의 이유를 부여한다.
 
  이것은 곧 변용의 문제와 직결된다. 형체도 없는 기술 시대의 시대 정신에 의해 지배되는 시대에 자꾸만 벌어지는, 주변의 것의 덧없는 사라짐의 현상이 과거의 것과 현재 존재하는 것의 내면적인 것으로의 변용을 시인의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게 한다.
 
  제8비가는 리듬상으로 다시 축소되어 다시 한번 비판의 음조를 띤다. 여기서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생물 사이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의식에 의해서 모든 자연스런 생물 존재들과 떨어져서 모든 생물들이 '죽음에서 벗어나'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는 '열린 세계'를 보지 못한다. 어린아이, 죽어가는 자, 간혹 사랑하는 사람만이 '열린 세계', 즉 한계지어지지 않은 이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것 저것 따지는 존재인지라 언제나 '세계'와 마주 서 있다.'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 죽을 존재임을 언제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것이 우리의 '운명'임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 그 걷어치울 수 없는 한계와 일회성을 받아들여 어떻게 그것을 우리가 결실있게 할 것인가――제8비가는 제7비가에서처럼 변용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더욱 뚜렷한 윤곽을 얻는다. 그것은 말하기로 시작된다.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을 이야기하는 것, 마법적인 소환의 말을 통해 본래의 존재를 넘어서는 내밀성에 이른다. 오늘날 이 사물들은 '모습이 없는 행동', 즉 상징성이 없는 천박한 행위에 사로잡혀 있다. '말하기'를 통해서 이런 사물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는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의 변용이 사물들, 즉 '대지'가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 즉 그것들을 덧없음에서 구원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 사명을 수락하고 무상한 이곳 존재와 친숙한 죽음에 대한 인정에서 삶에 대한 수긍의 태도가 자라난다.
 
 대지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우리의 마음에서
 보이지 않게 다시 한번 살아나는 것. ―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그것이 그대의 꿈이 아니던가? ― 대지여! 보이지 않음이여!
 변용이 아니라면, 무엇이 너의 절박한 사명이랴?
 
  릴케가 스스로의 해석에서 《두이노의 비가》의 본래적인 의미이자 '사명'이라고 한 것을 우리는 시인의 지금까지의 다름 작품들을 토대로 해서 결론지을 수 있다. 그것은 이승의 삶과 세계 그리고 현존재에 대해 동조하는 찬양의 자세이다. 그것을 시인은 제10비가의 첫머리에서 다음 같이 노래한다.
 
 언젠가 나 이 무서운 인식의 끝마당에 서서
 화답하는 천사들을 향해 환호와 찬양의 노래를 부르리라.
 
  제10비가는 비탄과 환호 사이의 균형감을 보여준다. 이 연작시의 대구적인 구조가 웅대하고 치밀한 메타포의 신화적 비전 속에 하나로 합쳐지고 지양되어 나타난다. '고통'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고통의 풍경에 대한 묘사 속에서 두 영역의 통일성이 상징적으로 형상화된다. 시인은 여기서 다시 한번――이번에는 이같은 형이상학적 측면에서――우리 인간 존재의 비본래성, 특히 문명적인 일에 종사하고 그로 인해 정신이 분산될 경우를 들추어낸다. '고통의 도시'라는 풍자적인 알레고리를 통하여. 이러한 도시의 껍데기 같은 성격은 이 도시가 고통과 죽음을 구축한다는 데서 드러난다. 진정한 것은 이것들을 배경으로, 즉 죽음을 향한 공공연한 전이와 비탄의 풍경으로의 전이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죽음의 나라――죽은 젊은이가 의인화된 '비탄'에 의해 인도되는 곳――는 이집트의 고대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곳의 가장 깊은 곳, 원초의 고통의 산맥에 둘러싸인 계곡에서 '기쁨의 샘물'이 솟아난다.
신—네,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다 되여갑니다. 오늘도 림금산 시인과 함께 독일의 저명한 시인 릴케의 사랑과 그의 사랑시들을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림선생 수고많았습니다.
림—네 수고하셨습니다.
신—그럼 노래한곡 감상하면서 오늘 문학살롱프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오늘 프로편집에 김철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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