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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학부모회에 참석했는데 큰 강당이 빈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꽉 차있었다. 전체 학부모회의를 마치고 반별로 자녀가 공부하는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 면담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1년 동안 딸애의 담임을 맡아줄 선생님을 직접 뵙고 나니 마음이 든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애는 엄마에게 꼭 보여줄 곳이 있다면서 학교입구에 있는 분식집에 들렸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과 즐겨먹는 주먹밥을 주문했다.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여느 때보다 말이 많아졌다.
나에게도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지만 학부모회에 찾아온 엄마의 기억은 없다. 과연 학부모회가 있었을까 싶다.
중학교부터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던 나의 학창시절은 반 친구와 선생님이 전부였고 기숙사-식당 -교실- 운동장 4박자에 맞춰 매일 매일 보냈던 것 같다.
사춘기 때 힘들었어도 엄마가 곁에서 토닥토닥 해준 적이 없다. 학교에서 스케이트 선수로 뽑혀 기분이 날듯이 기뻤어도 바로 엄마에게 알릴 수 없었다.
요즘 나는 고등학생 딸애를 지켜보면서 학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한다. 학기 초라 하루에도 몇 장씩 학부모 안내문을 받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딸애가 교복 치마 길이 때문에 선생님께 불려갔다고 들었는데 이 일을 알고도 모르는척해야 하는지 아니면 선생님께 자녀 대신 사죄 전화라도 해야 하는지 등등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월1일부터 법무부 동포정책이 개선되었다. 앞으로 가족단위로 한국에 체류하는 동포가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미성년 자녀를 중국에 두고 왔던 학부모들에게 희소식이다. 이제는 자녀들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보내며 매일매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부재했던 가정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가정교육은 부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하던 자녀가 한국에 온 후 매일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국동포 학부모들이 한국 교육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오는 5월부터 학부모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한편 재한동포교사협회에서도 동포자녀들을 위해 학교입학, 학교생활 안내, 자녀 진로상담 등을 내용으로 중국동포 학부모 상담실(070-7573-5988)을 운영하고 있다.
나 혼자 힘이 부족하면 주변을 둘러보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아 머리를 맞대보자. 내 자녀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자녀에게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서울=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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