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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까울령고개
2019년 03월 27일 12시 31분  조회:3734  추천:0  작성자: 오기활
날씨가 유난히 맑고 상쾌했던 지난해 국경절련휴때 나는 지난60년대에 동북사대를 졸업하고 중학교원으로부터 선후로 향당위서기, 시당학교부교장, 시농업방송대학교 교장을 지낸  남편이 정년퇴직후 신병으로 수년간이나 바깥나들이를 못하는 남편을 하루가 따게 변화발전하는 고향지역의 새로운 면모를 감상케 하고저 조카까지 셋이서 택시로 “말타고 꽃구경식”려행을 하였다.
우리는 새로 개통된  도문-곡수ㅡ향양 간의 고품도로부터 시작하여 도ㅡ훈고속도로에 올라 향양촌 ㅡ수남촌 ㅡ량수진을 지나면서 정든 고향의 변신한 산천을 만끽하면서 설레이는 마음을 달래였다.
왕청쪽에서 흘러 내리는 가야하와 연길쪽에서 흘러 내리는 해란강이 도문곡수(曲水)에서 합수(合水)하고 “도문북강”이란 새이름으로 밤낮을 흐르는 강줄기를 가로지른 높고넓은 고속도로다리로 씽씽달리는 우리는 똑 마치 훨훨날아가는 날새마냥 신기롭고 별스러웠다 
우리는 어느덧 내가 다닌 소학교, 내가 처음 교편을 잡았던 수남소학교  뒤산까지 왔다
그때의 우리 학교뒤산은 수풀이 무성하고 산짐승들이 뛰노는 자연 그대로 였건만 오늘은 내가 그 학교의 뒤산허리를 가로 지른 고속도로에서 감동과 희열을 느까면서 내달리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학생도 선생도 다 떠난  텅빈 학교만 덩그러니 서 있는 외로운 모습에 마음이 서글펐다.
계속하여 차가 앞으로 달리다가 지난년대에 도문사람들이 “훈춘까울령고개”라고 불러온 고개길 밑에서 한동안을 멈춰섰다
한참이나 까울령고개와 마중하고 회포에 잠겼던 남편이 화문을 열었다.
ㅡ내가 3녀 1남중 유복자망내로 태여나서 다섯살에 엄마를 잃고 저 까울령고개 밑 공둥산에 자리한 큰누나집에 얹혀 살면서 방학이면 까울령 고개를 넘어 다니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둘째누님집에(왕청현 석현진 수남촌 달라자)다니던 생각이 떠 오르오...
한번은 열살이 갓 넘어서 여름 방학에  2십여리도 퍽 넘는 신작로길을 맨발로 걸어서 누나집에  갔는데 누나는 밭에 나가 없었고 어린 두 조카가 집에 있더군.
그때 내가 지친데다가 배고픔으로 누나집에 들어서니 코를 찌르는 소고기장조림냄새에 정신이 팔려 누구를 돌볼사이도 없이 맨 손으로 장조림을 집어 눈깜빡사이에 계눈 감추듯이 몽땅 먹어치웠소. 얼마후 일밭에서 돌아온 누나가 텅빈 소고기장조림냄비를 보더니 “허약한 매부를 춰세우려고 어쩌다 힘들게 해 놓은 소고기졸임인데 누가 다 먹어치웠냐?” 며 볼멘 소리를 치더군.
그러자 언제나 엄마같이 자애로운 누나가 불시에 무섭고  당황해 지더군,, 그래서 무작정 밖으로 뛰쳐 나갔지만  날이 저물고 어두우니 갈 곳이 없어 혼자서 까울령고개를 쳐다보며 쿨적이는데 동생을 찾아 헤매던 누나가 동네집 모퉁에서 울고있는 나를 발견하고 달아와  와락 끌어안더니 둘이서 한참이나 같이 울었지요….
 남편은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산봉을  가르키며 저산밑에 큰누나의 산소가 있다면서 자애로운 누님들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역시 까울령고개를 보며 우리 할아버지의 생각을 떠 올렸다.
그때  할아버지(최주해)는 훈춘서 연변4고중을 다니는(1954~1957)큰  손자(최정욱)가 보고 싶어서 일년에 두번씩 손자를 볼려 훈춘에 다녔는데 갈 때는 아버지(최철산)가 앉쳐드리는 뻐스로 가고 돌아 올때면 아버지가 드린  차비돈을 아껴 손자를 주고나서 도보로 힘겹게 까울령고개를 오르내리였다
할아버지는 누구도 몰래 걸어오시고는 지쳐서 며칠씩 누워 계사군 했다
그때  연변4고중에 다나던 많은 학생들이 개학이되면  집체로 화물자동차에  앉아서 학교에 갔는데 부모들은 자식을 떠나보낸후 자식들 한테서 까울령고개를 무사히 넘어갔다는 편지가 올때까지 몇날을 밤잠까지 설치며 랭가슴을 태웠다.
이밖에도 “훈춘까울령고개”는 연변인민들에게 잊을수 없는 끔찍한 사연을 남기기도 했다.
1987년 8월 30일, 오전 11시 33분, 훈춘행 연길운수공사뻐스와 연길행 훈춘제2운수공사뻐스가 “훈춘까울령고개”에서 서로 길을 비키다가 훈춘행뻐스가 그만 내리막에 쏠리더니 평형을 잃고 번져져. 마구 딩굴다기 길에서56메터 가량 떨어진 산중턱나무에 걸려서 멈춰섰다…
 그때 뻐스전복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 …  ..
그러나 오늘은 그 험난했던 까울령고개길은 우리에게 희미한 흔적만 남겨놓고 시원스럽게 뻥  뚤린 동굴과 멋지고 넓직한 고속도로로 변신하여 오가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쏜살같이 내달리니 말이다
날에 날마다 변화발전하는  세상의 모습에  우리 량주는 서로를 마중보며 감동했고 가슴벅찬 행복감으로 즐겁기만 했다. 한편으로 자식을 출세시키려 평생 뼈빠지게 일만 하셨던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졌고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사회의 떳떳한 인재로 된 언니 오빠들이 너무나도 대견스러웠다.
재직때 성격이 호랑이 같아서 남들로부터 좀 너무하다는 말을 듣던 남편이 오늘은 온순한 양처럼 잠자리에 누워서 하는 말이다.
 “오늘 당신이 마련한 택시려행이 정말 즐거웠소. 중병으로 집밖에 모르던 나에게 바깥세상구경을 시켜준 당신이 정말 감사하오. 오늘 그렇게도 그립던 고향산천을 돌아보았으니 인젠 죽어도 원이 없겠소…”
…   …   …
당년에 대단한 술꾼이라 불리며 집일을 제쳐놓고 사업만 사업이라며 달아다니던 남편이 오늘에 술잔을 멀리하고 진종일 책과 동무하는 신세가 되였으니 너무나 측은해 보였다.
 
최정금(도문,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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