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얼굴에
뼁끼칠까지 해댄다
그처럼 탈을 쓰고싶어하는 인간
일조(一兆)의 세포로
구성된 생명유기체
그래서 인생은 보조리한 존재인가?
아침마다 일어나면
부석부석한 자신의 얼굴을
머쓱하게 마주서서
나는 노랗게 웃는다
제2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여
더욱 가소로울뿐이다…
씨앗
아직 씨앗이기에 우리 모두 아무런 말이 없다
계절이 숨 한번 크게 내 쉬면
밭이랑에 파랗게 돋아나는 눈알
보리의 부화는 률동의 작은 키잡이다
감자의 노래는 까아만 구리단추
욕망의 샘속에서 서러운 꿈이 모락모락 피여오른다
살아서 움직이는 파도ㅡ
숨 죽이고 무성한 침묵 덩어리ㅡ
말끔히 허울을 다 벗고 드디여 새들은 가슴을 활짝 연다
장뇌삼
몸속의 병마개를 뽁 따서
시커먼 두 손으로 내 여린 심장을
꼬옥 움켜쥔다
어느새 목덜미까지 돋아난 개미들의 이발자국
웅크린 가슴속에서 다시금 아슬아슬하게
문둥이가 슬며시 일어 선다
모락모락 김이 새여버린 내 령혼이
내팽개쳐버린 크고 흰 살덩이들
꼬르륵ㅡ 꼬르륵 ㅡ
젊음이 부르는 어떤 낡은 노래소리에
이상한 욕심들이 냄비처럼
잔뜩 찌그러져 있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톡톡 털어가며 마저 마셔버리자
버려진 캔을 냉큼 찾아 들고 날 쉬파리 한마리
포크로 엉덩이며 코구멍까지 낱낱이 쑤셔가면서
아비뇽의 처녀들처럼 야단법석을 떨다가
지쳤는지 아무런 말조차 없다
조심스레ㅡ
움직이는 그림
화분에 칠색 무지개 살짝 내린
장뇌삼 한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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