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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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날이면
2014년 08월 10일 23시 33분  조회:2806  추천:12  작성자: 허창렬
 고독한 날이면
 
고독한 날이면
스스로의 안위를 지켜
금시까지 생각했던
번거로움을 깡그리
잊어보려 한다
 
그리고
맵고 독한 담배연기로
잠시 자신을 마비시켜놓고
수없이 라태했던
불면의 밤들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본다
 
그래도 달랠길 없는
나 홀로의 뼈 저린 고독이라면
나는 아예
헝클어진 나의 사유들을 가쯘히
가리마 내여
아득한 하나의
꿈으로도 키워본다
 
먼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도
꼭 같을 이 방식 ㅡ
미래도 과거만큼
미련의 계속이라면
뼈 저린 고독도 하나의 성숙,
수확이 아닐가?
 
고독한 날이면 ㅡ
스스로의 안위를 지켜
금시까지 생각했었던
번거로움들을
깡그리
잊으려 한다…


1993.11.12
 
훗날
 
꿈속에서나
가질수 있는ㅡ
가슴 뿌듯한 안위를 두고
나는 가볍게
홀로임에 웃는다
 
먼 옛날,
태고적에
신이 그려주신
삶의 설계도,
땅우의 빈 곳으론
새가 날게 하고
바다와 물속엔 고기를
넣어 놀게 하고
산과 들엔
돌을 뿌려 풀과 나무 심어놓고
그 사이로 스럭ㅡ스럭ㅡ
뱀도 기여다니게 한
 
태여난것 자체부터가
온통
번뇌와 고통뿐인 인간,
갑갑한 가슴 아무리  쥐여 뜯어도
전생에 지은 죄,
기억에조차 없는
진흙의 답답함은
어떤 삶의
움직임에 있다!
 
하늘을 보면
가질수 있는 담담한 미소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여난 우리
태여난것 자체부터가
모순뿐인
삶이라면
 
우리 어데서 왔고
또 어데로 정처없이 떠나가야 하는가?
그 누구 무심히 묻질 않아도
그에 줄수 있는 대답은 오직
“저기ㅡ 저기ㅡ”
아무도 모를 먼 옛날,
그리고 먼 훗날 ㅡ

1995.7.4
 
꽃의 존재 1
 
꽃은 죽지 않는다
꽃은 죽을줄을 모른다
천지간에 고고연한 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은
루루천년
해해년년
어김없이ㅡ
순간에 피고 순간에
지지만
 
꽃은 죽지 않는다
꽃은 영원히
내곁에서
사라질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것을
즐겨 꽃에 비기더라
사람들은 이 세상의 가장 우아한것도
꽃에 비유하더라
허나 사람이 어찌 알랴
꽃은 서러워도 슬픈 줄 모르고
오직 인간의 마음에
슬픔이 가득한것을 ㅡ
 
꽃은 결국
인간을 위하여
이 세상을 오가는것이 아니다
꽃은 오직 존재의 리유 하나만으로
끊임없이 이 세상에
피고 질뿐,
 
그래서 꽃은
죽지않는다
그래서 꽃은
영원히
죽을줄조차
모르는것뿐이다…

1997.5.21
 
그날까지
 
벼랑의
한끝에 서서
얄포름한
새벽안개를
가슴에 껴안아본다
두눈을 꼬옥 감으면
문득 ㅡ
주검이 되여버릴 생각,
 
나는
어느 풀잎인가에
살짝
내려 앉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마저도
나에게
불행중 다행이라면
 
나는 이젠
너무 슬프질 않고
모두가 즐기는
깨끗한 웃음으로
둥그스럼하게 열리는 새벽하늘을
다시금 안아 볼수
있다
 
바람이 불면
또 어디론가 정처없이
날릴 수도 있겠지만
존재의 의미로
내 신변의 죽어가는
모든것을
슬퍼하며
 
계속
가시덤불길을
나 홀로
외롭게
허덕이고
있다

1995.3.15


发表于《延边日报》2014年8月21日



 6
 
6
월이
온다
성킁성큼
걸어
온다
 

그러하듯이
가는듯이
다시금
달려
온다
 

동네
사랑채

화알짝
열고
 
순이랑
옥이랑
손에 손
꼬옥
잡고
 
엿가락
웃음
한토막씩
입에
물고
 
토끼랑
거부기랑
경주하며
달랑달랑
뛰여서 온다
 
아슴찮게
시내물에
손발을
깨끗이
씻고
 
딱딱한
공크리트
바닥에
딸깍딸깍
구둣소리
내며
 

본 듯이
방긋방긋
웃으며
온다
 
왔다가
어김없이
떠나가야

길손이기에
 
꽃가지
흔들며
울먹해서
다시
온다

2014.8.2.
 
<<동방문학>>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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