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철 없는 수풀속에
잠깐
언어의 누드 세워놓고
아직
풍만한 몸짓-
숨결이 파아란
가을바람에
불쑥
돌을 던져
맑고
깨끗한
가을호수를
혼자 시원스레
꿀꺽꿀꺽
들이
마신다
조금도
늙지 않은 세월의
해맑은
흐느낌에
향수의 다리 건너
찰랑대는
웃음의 넓은 강가에는
한여름
그리움을 가득 익혀온
꿈의 하늘이
아직 푸른 젊음에
단정히
옷깃을 여미고
전률이 파도치는
뻐꾹새
울음소리에
리듬을 맞춰
지친듯이
풍요로운
산과 들을 한장 한장씩
조심스레
염색해가고
있다
모든것을 보고
절실히
느낀다는건
아직 젊음이 활활
불 타오르고
있다는것이다
아직 젊음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는것은
아직 정열이 파아랗게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것이다
아직 정열이 파아랗게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것은
아직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는것이다
산다는건
얼마나 아름다운
고독인가?
마음이
풍요로운 숲을 가로질러
박넝쿨이 얼기설기
피줄처럼 뻗은
꿈결의 하얀 초가집에 다달으면
추억의
저편에는 전설의 꽃동네가
다시
보인다
사랑이미움보다큰날 1
눈 부시게
사랑하고픈
그런 사람 하나 있습니다
이제는
깨여져버린 거울조각
달빛에
별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사람ㅡ
너무나도
가슴이 시리게
그리운ㅡ
그런 사람 하나 있습니다
아직 옷깃 한번 스쳐도
가슴이
울렁울렁-
너무나도 소중한
도자기같은
그런
사람ㅡ
얼마나 미친듯이 사랑하고 싶었으면
천년 기다림입니까
얼마나 미친듯이 그리웠으면
만년의 깊은 한숨입니까
부르기도 전에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서는 이여
찾기도 전에 벌써 나를 다시
술처럼 거나하게
취하게 하는 이여
사랑이 있어 미움이 더욱 크겠지요
미움이 있어 사랑이 더욱 아프겠지요
세월의 눈먼 가시 다시금ㅡ
가슴 아프게 쿡쿡 쑤셔도
하얗게 돌가루처럼 부서지는 맹세앞에
껄껄껄 소탈하게 웃으면서
다시금 돌어서야 하는 사나이
이제 얼마나 더 울어야만 사랑입니까
이제 얼마나 더 웃어야만 행복입니까
사랑을 이제 더는 기다림이라 말하지 말아주세요
아픔을 이제 더는 행운이라 말하지 말아주세요
사랑에 아픔에 미련에 자꾸만 목이 메여
가슴이 미여지는 우리네 인생ㅡ
하얀 숨결
하얀 기다림
하얀 손짓
하얀 그리움
하얀 부름
하얀 눈물-
사랑은 항상 미움보다
크게 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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