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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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마시자
2014년 09월 01일 13시 30분  조회:3107  추천:13  작성자: 허창렬
 하늘을 마시자
 

가을에
독한
술이
아닌
하늘을
마시

 

닿으면
내 손마저
파아랗게
물이 들것만
같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
 
그런 가을 하늘아래
오롯히
모여서면
나는
어느새
꿈 많던 동년시절로
되 돌아
간다
 
 
통통한
속을
홀쭉 파내여
꽈르륵ㅡ
꽈르륵ㅡ
신나게 꽈리 불던
금옥아

딱지치기에
목숨걸고
희뽀얀 먼지속에서
씩씩대던
철이야
광이야
 
이제는
바싹 마른 명태같이
쪼글쪼글
볼품조차 없이
폴싹
늙어버린
연희야
신애야

어느새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되여
마주서면
꺼무룩히
담배부터 권하는
정욱아
달천아
 
사람이였기에 인간이였던 너와
인간이였기에 사람이였던 나와
이 가을에는
모든 시름
모든 걱정
다 벗고

만나면 권커니 작커니 하는
독한 술이 아니라
공원의 벤취우에 나란히 모여 앉아
파아란
가을 하늘을
마음껏 마시자
 
그저
그렇고 그런
우리들의 인생이지만
아직도
누군가의 눈굽에서
찰랑대는
그리움

이제라도
남은 여생이나마
아직 뜨겁게
아직 도도하게
물처럼
불처럼
그렇게
살자
 
이가을에
독한 술이
아닌
하늘을
마시자!
파아란 하늘을
빈잔에 골똑 채워

양주처럼
각테일처럼
홀짝
홀짝
신나게
마시자!


 하늘을 마시자
 
하늘을 마시자! 이 가을에-
독한 술이 아닌 하늘을 마시자!
손 닿으면 내 손마저
파아랗게 물이 들것만 같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
그 가을 하늘아래 오롯히 모여서면
나는 어느새 꿈 많던 동년시절로
되 돌아 간다! 
 
통통한 속을 홀쭉 파내여
꽈르륵ㅡ꽈르륵ㅡ
신나게 꽈리 불던 금옥아
딱지치기에 목숨걸고
희뽀얀 먼지속에서 씩씩대던
철이야, 광이야
 
이제는 바싹 마른 명태같이
쪼글쪼글 볼품조차 없이
폴싹 늙어버린 연희야, 신애야
어느새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되여
마주서면 꺼무룩히 담배부터 권하는
정욱아, 달천아
 
사람이였기에 인간이였던 너와
인간이였기에 사람이였던 나와
이 가을에는 모든 시름 모든 걱정 다 벗고
만나면 권커니 작커니 하는
독한 술이 아니라
공원의 벤취우에 나란히 모여 앉아
파아란 가을 하늘을 마음껏 마시자
 
그저 그렇고 그런 우리들의 인생이지만
아직도 누군가의 눈굽에서 찰랑대는 그리움
이제라도 남은 여생이나마
아직 뜨겁게 아직 도도하게
물처럼 불처럼
그렇게 살자
 
이가을에 독한 술이 아닌
하늘을 마시자!
파아란 하늘을
빈잔에 골똑 채워
양주처럼 각테일처럼
홀짝 홀짝 신나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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