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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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32
2014년 10월 18일 13시 31분  조회:2093  추천:6  작성자: 허창렬
명상 32
 
ㅡ무승자박ㅡ
 
보이지 않는
사슬로
자신을 꽁꽁
묶는다
 
팔 다리 목
이 구석
저 구석
어느 한곳 빠짐없이
꽁꽁 묶는다
 
숨이 차다
숨이 마렵다
숨이 가쁘다
숨 쉬기조차
어렵다...
 
세상이 온통 빨간 색이다
세상이 온통 파란 색이다
세상이 온통 노란 색이다
세상이 온통 하얀 색이다
 
날이 선 집게로
한가닥 한가닥씩 서슴없이 끊어낸다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천하의 공자님마저
결국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쳤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 세상의
가장 미련한
곰처럼ㅡ
이 세상의
가장 겁 많은
사슴처럼ㅡ
 
 
자화상 1
 
아무도 없는 곳에 잠시
마음의 짐 내려놓고
그 높이
그 너비
그 길이
그 면적을
손으로 재고 또
재여 봅니다
 
아무리
재고 또 재여 보아도
알수조차 없는
그 깊이
허무한 생각이 생각을 딛고
추억의 늪에서
하루종일 
허덕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잠시 삶의 무게 내려놓고
그 둘레
그 체적
그 덩치를
눈으로
가늠하고 또
가늠해봅니다
 
아무리
기억에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살아온 하루 하루가
이제는
꿈인지 생시인지
생소하고
아름찬 이 세상
 
바람이 리유없이
나의 옹근 젊음을
따가운 해볕아래서 하루종일 안고 놀다가
바람이 리유없이
나의 옹근 련민을
부드러운 살갗인양 만지고 부비고
억수로 한번 더
소란을 피우다가

바람이 리유없이
나의 옹근 추억을
입김으로 훌쩍 과거에로 날려버립니다
 허전한 생각들이 어느새
락엽이 되여 골목길에 나뒹굴고
울적한 생각이 어느새
안개가 되여 되돌아 갈길을 가로막고
처연한 생각이 어느새
첨벙첨벙 강을 건너섭니다
 
가는 길은 언제나
익숙하고 너무나도 생소합니다
뒤돌아보면 지천명의 고개너머
좌우명이 산이 되여
언제나 한 자리에
우뚝 서 있습니다
다  비우고 비로소
나는 슬며시
혼자 웃습니다...

우리네 우리네
 
무릇 이쁘다
사뭇 즐겁다
가진것없이 넉넉한
우리네 말
우리네 글
 
금을 줘도
이젠
안 바꾼다
세상을 다 줘도
이젠
더는 못바꾼다
 
볼수록 정이 가고
볼수록 륜곽이 또렷한
조상의
그윽한 향기
전파가
되여
 
가슴에서
가슴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대를 이어
젊은 피 끓는다
 
용암이 되여
마침내
세상에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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