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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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새해의 첫날인것처럼
2015년 01월 04일 16시 20분  조회:2917  추천:8  작성자: 허창렬
 시가 말을 하려 할때
 
시는 말을 하여야 한다

시가 말을 하려 할때면
나는 주저없이 마음의 창문을 화알짝 열고
한지(韩纸)보다 결백한
가슴에 신과 나눈 모든 대화들을
한 글자 두 글자 또박또박
조심스레 받아 적는다
 
단테의 지옥도 있고
발레리의 해변가도 있고
랭보의 악의 꽃도 있고
말라르메의 까만 풀밭도 있고
맑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ㅡ
윤동주의 우울한 자화상도 있다
 
시는 불이다
시는 물이다
시는 기름이다
시는 윤활유이다
령감(灵感)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가끔 그림같이 진화된 이야기들을
해볕에 말리운다
한결 포동포동한 눈길
한결 부드러워진 머리카락

시가 말을 하려 할때면
나에게는
괴로운 날
서러운 날
가슴 아픈 날
모두가 리유없이
즐거운 명절이 된다

시는 말을 하여야 한다
 
시가 말을 하려 할때면 그속에는
아픔도 있고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고 기쁨도 있고
인지상정(人之常情) 희노애락도 있고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가 있으며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바람이 있고 파도가 있고
바다가 있고 구름이 있고

어두커니 마주섰다 마침내 되 돌아서는
누군가와 글썽한 눈물도 있다
시가 말을 하려 할때면
나는 어김없이 록음기의 재생버튼을 누른다
새소리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
말 달리는 소리 달 구으는 소리
누군가의 경 읊는 소리
  
시는 계란이다
시는 찰떡이다
시는 독한 술이다
시는 아릿따운 녀자다
시는 꺾두룩한 남자다
시는 내 삶의 전부다
시는 언제나 내가 말하기전에
제가 선뜻이 먼저 입을 연다
 
 
 
 

하루하루 새해의 첫날인것처럼
 
 
눈을 뜨면 밝은 해살이
서랍 열고 축복을 펼쳐들고
뚜벅뚜벅 걸어서
내곁으로 다가섭니다
복도를 지나
객실을 건너
포옹과 사랑이 가득한 창문쪽으로
 
2014년 하루 하루가
너무 힘드셨죠?
이제 밝아오는 2015년
하루 하루를
따끈따끈한 모닝커피 향기로
설레이는 가슴에
새롭게 메모합시다
 
언제나 변함없이 밝아오는
새 아침이
새해의 첫날이 되듯이
우리 모두 하루를
인생의 제일 마지막 날인것처럼
생각하며 무거운
십자가 모래밭에 살짝 내려놓고
 
깃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솜방망이같이 부드러운 웃음으로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짜증나고 지루했던 어젯날마저
관용으로 포근히
감싸 안아줍시다
 
지위나 성공을 바라고
찾아 오는 손님들이 아니라
처음부터 남남끼리
만나 손에 손잡고 미지의
머나 먼 길
함께 걸어갈수 있는 길동무
동반자가 됩시다
 
해빛보다 밝고
항상 련꽃보다
맑은 찬란한 웃음으로
오늘이라는 이 열두 대문 화알짝 열어제치고
인연으로 만나
살고 있음에 감사해 하며
매일매일을 살아갑시다
하루하루가 언제나 새해의 첫날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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