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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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높은 까닭
2016년 08월 21일 14시 44분  조회:1023  추천:0  작성자: 허창렬
하늘이 높은 까닭


새 소리 따라 숲속
깊숙히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머리 풀어 헤친 
휘파람소리
깡충깡충 마중한다
아직도 살아 팔딱이는
맑은 계곡물에 
슬쩍 발을 잠그면
심장마저 꽁꽁 얼어 붙었던
천년바위가 
어흐흥 ㅡ 어흐흥 ㅡ
건가래 떼며 잠이서 깨여 난다
심안을 활짝 열고 자연과
긴 대화를 시작하면
스킨십을 피해 가난뱅이 젊음이
바지가랑이 사이를 슬쩍 빠져 나와 
아카시아나무 그늘아래에서
또 반나절 기도를 시작한다.
하늘이 높은 까닭은
우리들의 눈이
이마 그 아래 있기때문ㅡ
내려다 보면 구름은
소 발자국 고인 물에서도 
조용히 뜬다...



하늘에 깔려 1


어저께 였던가
하루종일
쨍하니 해가 뜨고 
콧소리ㅡ
쟁쟁하더니

그저께 였던가
하루종일 
바람이 불고
폭우가
휘 몰아치더니

오늘은 
삭신이 노긋하도록
찌물쿠고
벌레들도 잠시 
종적을 감춘
무더운 날씨ㅡ

나는 어딘가에 
기대고싶어
하늘아래 담장아래
한포기 풀로 
꿋꿋이 
일어 선다!

내가 아파 네가 웃고
네가 아파 내가 웃을수 있는
이 세상 야박한 인심이라면
나는 이제 휘우듬한 
저기 저 산기슭 길섶에 
두 무릎을 털썩 꿇고 들어 앉아
멍이 든 세월의 피리 목메여 불어보리!

아무도 없는 이 들판
또 어딘가에 곱게 
피여 있을 이름 모를 꽃 한송이에 
못 다한 사랑도 전해주리!
충성에 눈이 먼 푸른 종소리
래일은 또 누구의 
가슴 설레이게 하려는지?

백년도 채 못 사는 
우리네 인생,
맨손, 맨발로 그대로
하늘에 깔려서라도 잠시
몸부림 쳐보자!
발버둥 쳐보자!
나는 장승이 아닌
목석을 닮아 가리!



하늘에 깔려 2


하늘에 깔려 
풀이 된다!

나무가 된다!
구름이 된다!

바람이 된다!
물처럼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납죽 엎드려

흐억ㅡ흐억 ㅡ
흐느껴 울다가도

통뼈 가진 뭇산처럼
제야에 벌떡벌떡 일어선다

일년 삼백륙십오일 즐거운 날은 
정말 즐거운 날이다!

일년 삼백륙십오일 슬픈 날은 
정말 슬픈 날이다!

갈곳이 없는 날이면
나는 두눈을 꾹 감고

맨살로 땅바닥에 해빛으로 
슬쩍 내려 앉는다...



바람 3

달ㅡ달ㅡ
볶아대다가
들ㅡ들ㅡ
볶아대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또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리겠지!

사품치며 흐르는
내 고향 강 기슭에 
한그루ㅡㅡ 

버드나무로 우뚝 섰다가
가슴을 쾅쾅 치며 
또 한번 엉엉 소리 내여 
울어도 버리겠지!

아직 아무런 준비조차
채 안됐는데ㅡ
낯익은 사람들을 이끌고
저기 터벅터벅 

걸어 오는 세월속엔
삼베옷 곱게 차려입으신
울 엄마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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