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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후회되는 일
허동식
작년 11월에 고향행을 했다. 고향마을에 이르러 변모된 촌락의 모습을 둘러보고 현재는 동네 사람이 살고있는, 부친이 손수 지으신 초가삼간도 찾아보니 아름다운 동년이 기억나고 마음이 설레였다. 나를 배동한 셋째 매형도 24살에 우리 셋째 누나한테 혼사말을 왔을 때 바로 이 집이였고 또 내 누나를 데려간 집도 이 집이라 하며 무척 감개하다가 나중에 나보고 산에 올라 부친의 산소로 가보자 하였다. 하지만 나는 제사날도 아니고 추석도 아닌데 하며 외고집을 어물거리고는 끝내 아버지 산소로 가지않았다.
나는 여태껏 사람이 죽은 다음에는 아무짓도 쓸모 없다는 실용주의를 신봉하여 왔다. 부친 생전에 아무런 효도를 못한 내가 부친께서 세상뜨신 20년 뒤에 부친의 산소에 가서 술을 붓고 절을 하고 하는 형식주의는 나로서는 실행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또 실말을 하여 나로서는 부친 산소로 가볼 용기도 별로 없었다. 부친이 저 세상으로 가신 뒤에 한번도 산소를 찾은적이 없었으므로 아무리 소위 유물론적인 삶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마음 깊이 어딘가에 큰 부끄러움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형의 권고도 마다하고 부친께서 묻혀있는 먼 산만을 쳐다보고 말았다.
헌데 요즘은 후회를 한다.
효도를 못한 자식이라 할지라도 제사를 지내는 날이 아닐지라도 시간이 나는대로 아버지 산소로 가보아도 괘찮다는 느낌이다. 술을 붓고 절을 하는 의식절차를 모른다 하더라도 또 벌초법마저도 모른다 하더라도 부친 산소옆에 조용히 앉아보는것으로만 하여도 나같은 인간으로서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제사도 그렇고 습관에 어긋난 성묘도 그렇고 모두가 죽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실행해야 할 민속이고 도리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고달픈 삶으로 하여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도 아버지 삶을 대신 정리해보고 우리의 삶을 정리하여 영위하기 위해서는 홀로가 아니라 형제들과 같이 조카들과 자식을 데리고 아버지 산소로 가보는 일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죽음에 대한 행사의식을 포함한 민속습관이 물론 옛날부터 전해지는 낡은 습관이기는 하지만 그 진정한 내용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하여 진행되는 행사의식임을 조금 느낀듯하다.
오늘날처럼 종족의 인구가 마이너스성장을 보이고 인정이 마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을 거절하려면 우리의 민속을 지켜가는 일도 방법중의 하나라고도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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