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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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국동포사회는 어디로
2008년 05월 16일 19시 34분  조회:2204  추천:80  작성자: 허명철

로완퉁 썩궁리 시리즈5

중국동포사회는 어디로


허명철 연변대학 교수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사회는 자기민족의 언어와 문자 및 풍습을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고이 간직해 왔었고 또한 마을마다 기념비가 세워져 있을 정도로 거주국의 혁명과 건설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민족 중 유일하게 거주국에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고 거주국에서 문화소질이 종합1위로 자리매김하면서 자기의 정치적, 문화적 위상을 빛내왔었다.

뿐만 아니라 중한수교를 계기로 상당기간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한국산품의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명실공히 홍보관 역할을 해왔었으며 남북간의 민간적인 접촉을 위해 가교적 역할도 해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거주국으로부터는 "문제"꺼리로, 모국으로부터는 "두통"꺼리로 되었고 불신의 대상으로 되어버렸다. 중국의 동포사회의 튼튼한 뒤심이 되어야 할 모국과 거주국으로부터 신임을 잃어가고 있고 우세가 되어야 할 "이중성"이 점차 불신을 자초하는 부담으로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동포사회구성원들의 정신적 각성과 실천적 자각마저 없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말 그대로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의 이러한 느낌은 지난 러시아고려인이주 140주년행사에 참석하면서 더욱 강열해 진다. 러시아고려인이주 140주년행사에는 한국에서 재외동포재단 이광규이사장, 열린우리당 이부영의장, 그리고 송월주스님을 비롯한 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양만춘호”함대까지 합세할 정도로 모국에서 중시해왔다면 러시아정부에서도 특파원을 파견하고 지방 행정관료들, 각개 민족대표들이 참석하는 등 고려인에 대한 깊은 배려를 보여주었다. 행사과정에서 한국 및 러시아관원들을 선두로 도보행진까지 진행했고 연해주 각개 민족대표들의 축하공연 및 전통음식잔치까지 펼쳐져 고려인사회의 위상이 한결 돋보였다.

이는 지난 2002년에 있은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 50주년기념행사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주급 행정단위라 중국정부에서 별로 중시하지 않았었고 한국측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만 사실이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노들강변과 같은 우리민족 민요도 중국어로 부르고 자치주 주장의 축하연설에서도 외국 적대세력들의 침투방지를 강조해야만 했던 행사의 전반 분위기는 너무나도 "정치"적이었고 조선족의 축제가 아닌 당의 민족정책을 홍보하는 마당으로 되었다. (물론 자치주성립기념행사인만큼 순수한 조선족의 축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이번 걸음에 한국의 유지인사들이 모금하여 세워진 신한촌 기념비, 우정촌 기념비, 그리고 중국조선족교육의 한 폐지를 장식한 이상설기념비를 참관하면서 우리들은 응당 세워야 할 기념비는 세우지 못할망정 기존에 세워놓은 기념비마저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음으로 하여 부끄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모종의 객관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200만 동포사회는 자기의 권익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책임지자고 어떠한 노력들을 기울려 왔는가를 다시 한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젠 과거의 영광 속에서 깨어나 새로운 영광을 창조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우리는 같은 민족임을 내세워 한국국민과 정부를 향해 자유왕래와 같은 여러 가지 요구를 제기할 용기가 있다면 중국에서도 국민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 소수민족만이 아닌 떳떳한 국민의 자세로 자기의 권익을 수호해야 한다. 정부를 탓하기에 앞서 소수민족정책에서 혹은 민족지역자치법에서 제창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마저 우리는 잃어가고 있으며 지어 민족역사, 민족예술, 민족체육 등 학과목들을 설치하라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족학교들에서는 아직 보급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와 시장화는 개인에게 무한한 생존무대를 제공해 줄 수 있지만 공동체의 생존에 대해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 개개인의 삶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존재와 삶이다. 한 개 공동체의 존속은 그 소속 성원들의 의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개인이 개인적인 삶을 초월한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밝아 올 것이다. 중국뿐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생존의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오늘날 서로의 물리적 공간거리는 멀어질 수 있겠지만 공동체를 지향하는 영적인 혹은 심적인 거리는 축소되어야 하는바 200만 동포사회를 상상의 공동체가 아닌 명실공이 실존하는 공동체로 영위해 나가기 위하여 운명을 함께할 수 있는 네트워크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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