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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꼽는 습관
2012년 04월 20일 13시 18분  조회:1655  추천:2  작성자: 동녘해
 
손가락을 꼽는 습관
 
 
무슨 일에 부딪치면 손가락을 꼽는 습관이  생겨났다. 딱히 그러자고 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일단 무슨 일에 부딪치면 손꼬락부터 꼽게 된다.
5월호 원고를 주필님께 넘기고 6월호 원고들을 한줄로 쭉 세워 놓은후 쓸만하다고 생각되는 원고들을 두고 손가락을 꼽아보니 이게 얼만가, 7월호까지는 원고때문에 속을 썩이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순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머리속을 스쳤다.
언젠가 나는 그 속담이 어찌되여 만들어졌을가 하는 생각을 굴려본적이 있었다. 그만치 나는 나의  하늘은 무너지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나는  열심히  내 하늘을 받치고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하지만 3년전의 그날,  내 딴에는 있는 노력을 다해 떠받들고있다고 생각하던  하늘이 하루밤새에 무너져버린것이다.
단위의 최고상사가 나를 불러 이리저리해서 내가 맡고있던 주임직을 내놓고 편집부에 내려가 단련하라고 했을 때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그런 느낌이였다. 25살에 사업에 참가하여 20년간 3번 단위를  옮겼지만 어디에 가서도 모든것을 사업에 올인해온 나였다.
30살부터 15년이나 주임이라는 일을 해왔으니 그까짓 주임이라는 허울을 벗어놓는것은 하나도 아쉬울것이 없었지만  사회에서  떠도는 황당한 소문은 나로 하여금 그렇게 태연할수 없게 만들었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망스러웠다.
말단편집으로 생소한 사무실에 출근하여 멍하니 컴퓨터앞에 앉아 있노라면 오만가지 잡생각이 머리를 치고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퇴직까지 얼마나 되는 시간이 남았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손을 꼽아 해수를 세고 날자를 셌다. 그때  나는 퇴직까지 15년이 남아 있었고 날자로는   5400일 푼하게 남아 있었다.
5400일이라는 나날을 넋을 놓고 앉아 손가락을 꼽으며 퇴직을 기다릴것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그래도 내가 새로 내려간 부서의 주임이 진정으로 내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전에도 은근히 나에게 힘이 되여주던 단위의  몇몇 누님들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히우는대로  글과 씨름했다.여기저기에 블로그며 카페도 개설했다.  그새 번역을 할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전에는 단 1000자짜리 짧은 문장도 번역해본 경험이 없었지만 그것도 부딪쳐 보고싶었다.
일에  정력을 쏟으니 밤잠을 설치게 하던 잡생각도 사라져버렸다.
처음으로 20만자를 웃도는 책을 번역하여 내 이름 석자를 박아 출판했을 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할수 없이 흥분되였다. 그렇게 2년철,  나는 “주임”이라는 허울을 벗은 진정한 편집으로서의 자신을 찾게 되였다. 
그렇게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있을 때 나는 또 다른 부서에 자리를 옮기게 된것이다.
당금 50살을 바라보는 나이, 모두들 힘들거라라고 하는 자리였지만 공직자의 신분으로 “싫소.” 하고 말할수도 없는 일이였다.  이튿날로 무작정 컴퓨터 하나를 달랑 들고 새로운 부서에 왔다. 
근심스럽긴 했지만 지난번 경험이 있어서인지 두렵지는 않았다. 
새로운 부서에 온지도 100날이 지났다. 그새 밤잠을 설쳐가며 발등에 떨어진 불들을 껐다.   “일이란 사람하기 나름”이라더니 차츰 일에 줄이 잡혀갔고  경험도 쌓여갔다. 그새 발등을 달구던 불을 꺼버리고 드디여 한쉼을 쉴수 있게 된것이다.  
또 손가락을 꼽게 된다. 퇴직까지 12년이 남았다. 그새 새로운 탈피를 꿈꾸며 1100일이나 살아온것이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공직생활은 4300일 푼하다.
그새 내가 영위해가고있는 이 하늘에 또 어떤 변고가 생길지 알수 없지만 나는  내 공직생활에 남은 4300일을 위해 열심히 손가락을 꼽아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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