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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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품으로 여행을 떠나다
2017년 09월 20일 11시 10분  조회:943  추천:1  작성자: 하얀 진주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
2011년부터  북경자금성의 일일 여행객 방문수를 부득이하게 8만명으로 제한을 했다. 제한하지 않으면 자금성에 매일매일 세계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얼마나 들이닥칠지 모를 지경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금성의 한해 방문객수는 150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금성만 그렇겠는가. 서안 병마용은 2015년 한해만 해도 560만의 관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번에 갓 지난 청명휴가때 위챗에 올라온 태산여행지 등반사진을 보니 사람들의 빽빽한 정도가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다. 사람들은 태산자락에서 공중부양을 하는듯 인간파도에 밀려서 출렁이였다. 위태롭고도 행복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중국은 지금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적이고 생산적이던 사람들은 이젠 향락과 탐구의 세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높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행을 떠난다.
우리 주위를 보더라도 휴가철만 되면 친인척들한테 연락하기가 조심스럽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족단위로, 부부동반으로, 협회모임으로, 단촐한 배낭여행으로 형형색색의 여행으로 위챗모멘트를 도배를 한다. 지인들의 가족들이 황산으로 유럽으로 일본으로 한국으로 유명한 명승지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찍은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다.
이 와중에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것은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다. 그럴듯한 유람지 풍경은 내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한테 안겨오는것은 환하게 웃는 사진속의 가족들의 얼굴이다. 그들은 식구들이 함께 날면서 얼마나 행복했을가. 나도 새처럼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높이 날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갓 결혼하고 애들이 어릴 때 자기일에만 집중하고  여행을 극도로 싫어하던 남편은 항상 휴가때마다 바이어접대에 친구의리에  가족여행은 뒤전이였다. 언제나 나혼자 애들을 데리고 애기엄마들과 같이 팀을 묶어서 가까운 곳으로 자녀동반 여행을 떠나곤했다. 그리하여 마음 한구석은 남편과 같이 네식구 어디론가 가서 진정한 여행을 다녀보고 싶었다.
콩밭에 소 풀어놓고도 할말이 있다고 남편은 항상 이제 여유가 생기면 시간이 나면 꼭 같이 가주리라고 얼렁뚱땅 변명아닌 변명을 했다.
내가 애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적도 있었고 나랑 남편이랑 둘이서 출장을 겸해서 여행을 한적도 있었지만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다 못 채운다고 나는 그래도 우리 네식구가 정말 여행이라는 이름 두글자를 신성하게 내걸고 참다운 여행을 하고 싶은것이 소원이였다.
여태 풀리지 않은 이 소원은 애들이 성큼 커버린 오늘 또 다른 변고가 생겼다. 머리가 커지고 목젖이 두툼히 나온  우리 애들은 이젠 엄마 아버지를 찾지도 않고 잘 다니던 잔치집 환갑집도 같이 가주지를 않고 여행을 가자고 하면 사시나무 떨듯  신나게 손사래를 친다. 같이 가자고 애걸복걸해도 눈빛이 컴퓨터에만 꽂혀있다. 귀찮다고 자기네 친구들하고 노는게 제일 재미있단다.
그렇다면 나의 가족여행은 이젠 다 물건너갔단 말인가. 여행을 가서 온집식구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물거품으로 되였단 말인가.
실망에 포기에 두루 마음을 접고 있던 어느날 집 정리를 하다가 두툼한 사진첩을 찾아냈다. 우리집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묵직한 사진첩이였다.
펼쳐서 보니 가족사진도 꽤나 있었다. 그것은 설때마다 고향에 있는 시댁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였다. 애들이 서너살쯤 되던 설날에 동북시골의 찌그러져가는 오두막집앞에서 우리 네식구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며 집안 부뚜막에 앉아서 불을 때고 있는 우리식구 사진도 있었다. 그때 우리 애들은 석탄을 때고 풍구를 돌리는 일이 재미가 나서 하루종일 석탄을 퍼넣고 재를 퍼내는 일을 했었다. 펌프물을 시도때도 없이 잦기도 했다.
어느 한해는 우리가 청도에서 해물을 한박스 준비해서 간적이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뻐스를 환승하고 또 택시를 바꾸면서 강풍과 추위를 무릅쓰고 나이 어린 애들 손을 잡고 힘겹게 그믐날 시댁에 도착했다.
이튿날 설날 아침에 대게며 새우며 참치며 조개며 청도에서 가져간 해물에 또 시어머니가 준비한 여러가지 푸짐한 설 음식들로 상다리는 부러질것만 같았다. 그 상을 중심으로 우리식구는 물론 대 가정이 다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로 사진첩 여러장을 메웠다. 아주버님들과 그리고 형님들과 조카들이 마작을 하는 사진들도 있었다. 돈을 땄는지 다들 싱글벙글 웃고 계셨다.
남편의 효성을 본받아 설마다 할머니를 찾아뵙는 우리 애들도 이젠 설이 되면 의례 할머니 보러 가야 하는줄로 알고 있다.
세월이 흘러 최근 3년은 설마다 한국에 부모형제들이 모여서 설을 쇠고 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우리 남편 삼형제의 가족과 그리고 시댁친척들이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모였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설날 아침 20여명이 총동원하여 사진관에 호호탕탕 쳐들어가서 처음으로 제일 완벽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날 78세의 시어머니도 립스틱을 빨갛게 칠하시고 큰 손녀가 발라주는 분을 곱게 바르시고 만족하고 행복한 웃음으로 가운데 앉아서 자녀들의 포위속에 찰칵소리를 들으면서 가족사진을 남겼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가족여행을 전혀 아니 다녀온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해마다 가족의 품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던셈이다.
여행이란게 따로 있는가?!
도시에서 먹고 살기에 바쁜 우리는 아마도 설이라는 축복의 티켓으로 가족여행을 해마다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설날의 여행속에서 멋있는 풍경보다는 효도로 우리의 에너지는 더 충만되였다.
하늘을 높이 나는 새도 먹이는 땅에서 얻는다고 설날의 여행속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멀리 떨어진 친인들과의 그리움을 달래고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 사회 각곳에서 부딪치는 희로애락을 들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가슴으로 느끼고 맛있는 엄마표 고향 음식을 해먹음으로써 우리는 허기진 마음을 탄탄하게 하였다.
우리가족은 올해도 여행을 간다.
설쇠러 가는 여행길에  높이 하늘을 날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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