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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
2011년 02월 16일 20시 35분  조회:749  추천:0  작성자: 최영옥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감방에서 걸어나올 때

마치 왕이 자기의 성에서 걸어나오듯

침착하고, 활기차고, 당당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

마치 내게 명령하는 권한이라도 있는 듯

자유롭고, 다정하고, 분명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또한 말하기를

나는 불행한 날들을 견디면서

마치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평화롭고,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다고 한다.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

아니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게 뭔가를 갈망하다 병이 들고

손들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 가쁘게 몸부림치고

빛깔과 꽃들과 새소리를 갈구하며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로 치를 떠는.

 

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저 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힘없이 슬퍼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글쓰는 일에 지치고 텅 빈,

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인가.

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약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든, 신은 안다.

내가 그의 것임을.

 

 

나치에 항거하던 행동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베를린 감옥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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