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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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泉魚療 (우상렬79)
2007년 04월 13일 15시 57분  조회:5052  추천:91  작성자: 우상렬

溫泉魚療

우상렬


溫泉魚療, 이런 소리 들어보았는지? 온천에서 물고기 먹으면서 병 같은 거 치료하는 것이겠지. 이쯤으로 필링이 온다. 나도 처음에 그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똑똑한 나의 생각도 빗나가고 만다. 그래 물고기나 먹으면서 병 같은 거 치료한다는 것, 자연요법 어방에 가기는 갔으나 얼마나 범상하고 촌스러운 발상이냐?

溫泉魚療는 이렇게 범상하고 촌스럽지가 않다. 적어도 이 우상렬이 모르고 지낸 것은 범상하고 촌스럽지가 않다.

溫泉魚療, 물고기 먹는 거 하고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물고기가 사람을 먹는다 해야 할지? 이만하면 희한하지.

그래 물고기가 사람을 먹는다? 세상에 웬 그런 일이? 식인어, 두려울시고! 그런데 니는 어찌 안 먹히고 안 죽고 왔냐?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임마, 그래 내 정직한 공산당원이 거짓말을 한단 말이냐? 그럼 귀 구멍 크게 열고 눈 크게 뜨고 한번 잘 들어보아라. 그러나 그 기상천외의 얘기에 정신이 획 돌지나 말아라.
  자, 그럼 溫泉魚療하러 가자.

溫泉魚療, 중경직할시 統景泉世界에 있다. 統景鎭 지역에 온천이 무진장 많아 아예 泉世界-온천세계라 했단다. 이름이 멋졌쟈? 거저 무슨 무슨 온천이라 하지 않고 泉世界-이 세상 모든 온천을 다 자기 것인양 좀 욕심은 부린 듯하나 얼마나 배포유하고 호쾌하냐? 조용하던 중국 사람이 꿈틀거리고 있는 거야.  사실 統景泉世界, 한국의 수운보온천 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분명 다른 것은 다양화 전략을 추구한 것 같다. 크게 A區, B區 두 구역으로 나누었는데 A區는 남부유럽 목욕스타일을 추구한 古羅馬浴場區, 북부유럽 목욕스타일을 추구한 北歐風情浴區, 일본 목욕스타일을 추구한 東瀛湯地區 세 구역으로 나누어지고, B區는 통털어 時尙動感區라 하는데 여기에는 人造海嘯池, 休閑大池, 水晶宮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B區의 최고 VIP호텔은 아니지만 준 VIP호텔이라 할 수 있는 水晶宮에 짐을 풀었다. 水晶宮은 水晶宮답게 거의 투명유리로 되어 있고 둥근 모양새에 그리 크지 않고 아담했다. 각 객실의 표시도 멋대가리 없는 아라비아수자가 아니고 海倫溫情이요, 貴妃出浴요, 芙蓉出水요 하는 시적이고 낭만적인 雅名이 붙어있다. 이런 雅名 뒤에는 괄호 열고 닫은 속에 해당 영어로 표기를 해 놓았다. 나는 고대 그리스의 최고 미녀 海倫의 따뜻한 정이 흘러넘친다는 海倫溫情, 영어로는 HelenWarmth라는 객실에 들었다. 내가 든 객실에는 타원형의 온천욕장이 별도로 갖추어져 있는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욕장 주변의 벽면으로부터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거침없이 뿜겨져 나와 마사지작용을 한다. 나는 이 욕장에 들어가는 순간에 海倫의 溫情에 녹아나고 말았다. 

  사실 나는 海倫溫情이요 뭐요 하는데 그리 흥취가 없었다. 醉翁之意不在酒. 나는 사천외국어대학의 강걸 교수로부터 統景泉世界의 온천에 대해 소개받으면서 바로 溫泉魚療에 구미가 버쩍 동했던 것이다. 나의 마음은 언녕 溫泉魚療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도착하는 길로 溫泉魚療로 달려갔다. 溫泉魚療는 A區의 古羅馬浴場區에 있었다. 내가 든 水晶宮하고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데 열차바구니 같은 깜찍한 셔틀차가 손님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남자들은 사각수영팬티 하나, 여자들은 비키니 하나 달랑 입은 위에 나처럼 단독 VIP나 준 VIP 객실에 들은 '놈'들은 잠옷 같은 가운을 입고 그렇지 못한 '놈'들은 등허리를 덮을 수 있는 큰 목욕수건 하나를 걸치고 끌신을 딸딸이며 셔틀차를 탄다. 셔틀차는 곧 바로 溫泉魚療가 있는 A區의 古羅馬浴場區 로마광장 동쪽 켠 가장자리에 가서 멈춘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주위에 원주형의 기둥이 죽죽 서 있는 로마식 원형분수광장을 가로질러 김이 하얗게 물물 피어오르는 溫泉魚療 욕장으로 향한다. 溫泉魚療 욕장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욕장 가장자리로 머리만 내놓고 느긋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물은 수정처럼 맑아 욕장바닥까지 들여다보였다. 물속에는 거무스레한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며 여유작작하게 놀고 있었다. 희한한 것은 많은 고기떼들이 욕장의 물속에 잠겨있는 매 사람들을 감싸고 맴돌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눈을 지긋이 감고 이 세상 여기가 바로 극락인 듯 흡족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물론 언제나 못 말리는 어린애들과 젊은 처녀들은 희희작작이며 떠들어대기도 했다. 나는 한시바삐 욕장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잠옷가운을 물품보관 카운터에 맡기고 욕장으로 종종 걸음을 쳤다. 그런데 욕장에는 조용히 들어가는 것이 예의다. 요란스럽게 뛰어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의 魚療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두발을 천천히 따뜻한 물에 담그는 순서로 시작하여 온 몸을 물속에 가라앉히고 머리만 내놓고 욕장에 들어앉았다. 들어앉는 순간 미묘한 느낌에 그만 나도 모르게 아, 좋아 하며 눈을 지긋이 감게 되었다. 물고기들이 삽시에 나의 몸을 둘러싸고 프로포즈의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물고기들은 토이기에서 수입하여 들여온 중국말로 坎貝爾이라는 온천수물고기인데 섭씨 43도의 온수에서도 거뿐히 잘 산단다. 坎貝爾는 사람이 온천수에 들어오면 삽시에 온 몸 주위를 감싼다. 전문 사람 피부에 생성되는 노화된 각질이나 죽은 각질을 먹으며 현미경하에서 볼 수 있는 세균들을 먹는다. 그래서 일종 인체 물고기청소기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참 희한하다. 그리고 온천수에 들어가 확장된 사람의 땀구멍을 입으로 뚫어주어 몸속의 노폐물이나 독소를 배출시키고 온천수속의 여러 광물질을 잘 흡수할 수 있게 해줌으로 신진대사를 촉진한단다. 그러니 강걸 교수의 말대로 美容养颜,延年益寿가 제격인 셈이다. 그래서 젊은 처녀로부터 연세가 지긋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다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坎貝爾이 사람 몸 위의 더러운 물건들을 냠냠 맛있게 먹을 때 사람들로 하여금 그 어떤 아픔이나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 황홀감에 잠기게도 한다. 내가 느낀 바로는 첫 사랑 첫 키스의 짜릿짜릿하면서도 묘한 쾌감 그 자체였다.

  이런 坎貝爾들은 魚療라 할 만큼 치료효과도 가져온단다. 무좀, 피부병, 상처자리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도 한단다. 긴가민가 나는 魚療를 한 나의 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무좀 때문에 항상 지저분하던 나의 발이 어느새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참 희한하다면서 나는 나의 턱을 기준으로 한 얼굴가장 자리를 물밑에 담그어 보았다. 坎貝爾떼들이 욱 몰려왔다. 나의 여드름 자국에 흥취를 느끼는 것 같다. 坎貝爾떼들이 입으로 열심히 물질러주는 덕택에 투덜투덜한 여드름 자국이 매끌매끌해진 것 같다. 기분 좋아 내친 김에 나는 아예 온 얼굴을 물속에 담그어 보았다. 와~ 坎貝爾떼들이 기분 좋게 달려들었다. 여드름 흔적 투성이의 얼굴에 감질맛이 났다. 좋았다. 그런데 숨이 막힌다. 할 수 없이 물 위로 솟아올랐다. 얼굴을 훔쳐보았다. 매끌매끌했다. 기분이 좋았다. 다시 물속에 잠복하기. 그리고 오래 동안 뻗치기. 그런데 결국 숨이 막혀 아쉬움을 떨어버리며 다시 물 위로 나오기. 그리고는 다시 잠복하기... 나는 나의 거시기고 뭐고 모두 魚療를 시켜보고 픈 충동을 느꼈다. 그런데 '암거시기'를 의식하는 나의 이성은 살아있어 언감생심 행동으로는 촌보도 나아가지 못하고 마음뿐인걸. 나는 참 세상에 이런 희한한 자연요법이 어디 있나 생각하며 統景泉世界에 있는 동안 몇 번이고 溫泉魚療욕장으로 달려갔다.  
      
  坎貝爾들은 참 묘하다. 사람 몸에서도 발쪽으로 가장 많이 모여든다. 발에 워낙 노화된 각질이나 죽은 각질, 그리고 세균 같은 더러운 것들이 제일 많지 않은가? 坎貝爾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서글픈 점을 발견했다. 원래 제일 깨끗하다는 사람의 몸 둥아리가 그렇게 더러울 수 없다는 것. 정말 우리 몸이 그렇게 깨끗하다면 왜 坎貝爾들이 기를 쓰고 달려들겠는가 말이다. 坎貝爾들은 물살을 일구며 쫓아도 달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되돌아온다. 나는 내 옆의 하얀 피부의 백설공주 같은 미모의 사천처녀를 먼 산을 보는 척 하며 몰래 훔쳐보았다. 정말 한 입에 삼켜도 비린내 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처녀의 몸 주위에도 온통 거무스레한 물고기 천지다. 순간 나는 매스꺼워났다. 언제나 씻고 바르고 야단법석을 떠는 처녀들도 저렇게 더러울세라구야. 나는 인간의 이른바 깨끗함에 대해 회의를 느껴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坎貝爾들이 얼마나 고상하고 대견해보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고기 가운데 물고기를 제일 먹기 좋아하지만 坎貝爾에 대해서만은 입술에 와 매달리며 간지렵혀서도 추호의 먹을 염이 나지 않았다. 별 볼일 없는 풀을 먹고 값진 우유를 짜낸다는 소에 대한 노신의 유명한 명구가 생각났다. 坎貝爾은 바로 우리 인간의 몸에서 불필요한 노폐물이나 더러운 것을 먹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가 여러 종류의 관상용 물고기를 키우는 큰 어항 안에 전문 다른 물고기들의 배설물이나 어항에 끼는 때를 먹고 산다는 물고기를 가리켜 주기에 참 고상하다 했는데 사람의 노폐물을 먹어치우며 사람의 몸 둥아리를 깨끗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황홀감에 가까운 쾌감까지 주는 坎貝爾이야 말로 진실로 고상해보였다. 다음 순간 나는 한국 제주도의 똥돼지가 생각났다. 사람이 위에서 내리갈기는 똥을 주어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난다는 돼지. 이 똥돼지는 고기 맛도 좋아 서울 같은 도회지에서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단다. 언젠가 한국에 갔다가 이 똥돼지 삼겹살을 먹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똥돼지니 뭔지 해서 좀 꺼림직했는데 한입 먹는 순간 너무 고소하여 그만 혼자 독차지하고 못 먹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똥돼지 얘기가 나오니 우리 똥개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간의 뒷 배설물을 먹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똥개, 그 고기 또한 얼마나 맛있냐! 다음 순간 나는 또 악어새와 악어가 떠올려졌다. 산 동물들을 잡아 날 것으로 먹는 악어의 입에는 항상 찌꺼기가 남아있든가 가시가 끼이든지 한단다. 그래서 자기 재간으로는 어쩔 수 없는 악어가 물 위로 솟아나거나 뭍에 나와 입을 쩍 벌리고 있으면 작은 새들이 억어의 입안으로 들어가 그런 찌꺼기를 먹어치우거나 가시까지도 처치해준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장 무정하고 악한 동물의 하나가 악어라고 하지만 악어는 자기에게 이로움을 주는 그 작은 새의 고마움을 안다. 그래서 악어는 그 작은 새를 잡아먹지 않는다. 눈을 지긋이 감고 그 작은 새의 고마움에 감사하기도 하는 듯하다. 이로부터 악어새와 악어의 공생공존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세상은 사실 이렇게 공생공존의 상생관계에 놓여있다. 사람이 눈 똥을 돼지가 먹고 사람은 그 돼지를 먹고 다시 똥을 누고 돼지는 다시 그 똥을 먹고... 그래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 天人合一이 아니겠는가?
  統景泉世界의 溫泉魚療, 돈 안 받고 이 만한 광고 해주었으면 중경직할시시장이 영예시민증서를 수여하든지 統景泉世界의 회장이 감사패라도 주어야 할지고. 

  나는 우리 연변의 온천을 떠올려 보았다. 단연 백두산 온천이 떠오른다. 우리도 여기에 溫泉魚療 같은 거 할 수 없는지? 사실 溫泉魚療, 별거 아니고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니 말이다. 坎貝爾 같은 물고기를 확보하면 되니 말이다. 없으면 수입이라도 하지. 坎貝爾은 똑 마치 우리 연변의 붕어 같게 생겼다. 작은 것은 3cm 내외이고 큰 것이라야 아이들 손바닥 길이를 넘지 않는다. 붕어가 좀 흰 파란 색을 띠었다면 坎貝爾은 거무스름한 색을 띠었을 뿐이다. 坎貝爾은 우리 백두산 온천에서도 잘 살 것 같다. 우리 백두산온천도 統景泉世界의 온천처럼 유황성분이 많으니 말이다. 

  그럼 우리 연변에서 溫泉魚療 한번 기대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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