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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본능과 연변 (우상렬)
2008년 10월 10일 10시 28분  조회:6034  추천:94  작성자: 우상렬

제1회 조선족발전포럼-"연변의 의미와 가치 좌담회" 발표문


회귀본능과 연변

우상렬 연변대학교 교수

 

인간에게는 회귀본능이란 게 있다. 落葉歸根이란거, 여우도 죽을 때면 자기가 나서 자란 곳을 향해 죽는 다는 그런 회귀본능. 연변이 우리 조선족에게 어떤 존재냐? 바로 우리의 이 회귀본능에 맞닿아 있는 영원한 정신적인 고향.

저 멀리 아득한 역사의 지평선에 ‘아, 고구려-’로 가슴 아련히 맺혀오는 곳, 여기에 지천에 널려 있는 발해유적은 우리의 무의식 심처의 역사적 뿌리를 확인시켜 준다. 그러다가 지, 지난세기부터 흰 옷 입은 무리들이 쪽박 하나 차고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난에 쪼들려 ‘월강죄’를 무릅쓴 죽음의 월강이었고 왜놈들 성화에 못 견딘 ‘눈물 젖은 두만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끈질기게 생명의 씨앗을 박아온 개척과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하늘땅과 싸우고 계급의 적과 싸우고 민족의 적과 싸우고... 벼농사 성공시키고 사과배 열매 맺게 하고 소비에트 정권수립, 항일열사 90%이상... 광복,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신생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토지개혁 및 분배는 우리 삶의 뿌리의 비옥한 토양이었다. 그래서 3년 해방전쟁은 일단 우리 삶의 터전의 보위전이었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달갑게 피를 흘리고 희생도 했다. 정말 투쟁과 혁명을 내놓고 우리 연변을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의 어느 저명한 시인은 읊었던가, ‘산은 산마다 진달래/마을은 마을마다 열사비’! 연변은 우리의 땀과 피눈물이 슴배인 곳이다.

새 중국 및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탄생은 그야말로 우리 조선족의 봉황열반. ‘연변 조선족 자치주 세웠네...’ 연변은 명실공히 우리의 삶의 고향이 되었다. 연변, 조선사람 세상. 우리 조선족의 정치, 경제, 문화중심. 조선노래 울려 퍼지고 조선춤 너울너울, 그리고 우리 말, 우리 글이 그대로 통하는 세상. 조선음식, 조선옷, 조선집, 조선어 간판, 조선족 학교, 조선족 신문방송... 아- 연변은 실로 중국 조선족의 상징코드, 아니 성스러운 메카! ‘안쪽’의 조선족들, ‘연변’하면 어쩐지 그리운 곳으로 아련히 젖어온다. ‘연변깍쟁이’, ‘연변치’, ‘연변촌놈’ 하면서도 못 잊어 외워보는 곳이 연변이다. 연변은 ‘안쪽’ 사람들의 ‘조선세상’ 콤플렉스의 대리 발산체.

연변은 ‘歌舞之鄕’, ‘足球之鄕’, 우리 조선족의 장끼를 한껏 뽐내는 곳. 연변은 우리 조선족 인재들이 참 많이 나기도 했다. 장군 조남기, 과학가 강청산, 문학가 김학철... 기라성 같은 존재들-우리 조선족의 진정한 스타들이다. 연변은 이런 스타들로 인하여 빛난다. 우리 조선족의 회귀본능을 자극한다.

개혁개방, 시장화, 도시화, 우리 연변은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조선족인구의 마이나스 성장, 조선족학교의 구조조정, 농촌의 황폐화, 연변이 무너지는 듯하다. 그래서 많은 조선족 지성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우려의 목소리, 우리의 회귀본능의 다른 한 메아리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현재 연변은 동공상태를 방불케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내지’로, 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연변을 잊지 못한다. 한때 연변 敖東팀의 활약에 얼마나 흥분하고 감격해했던가. 나그네는 연변의 ‘뚜-푸-’ 소리를 되 뇌이며 소주 한 잔 기울이는 속에, 아낙은 자기도 모르게 연변노래를 흥얼거리는 속에 회귀본능을 달랠 것이다. 그들은 워낙 연변 胎志임에랴!

연변은 우리의 회귀본능이 가닿는 곳. 인간의 회귀본능을 달리 자궁회귀본능이라 하기도 했으랴! 연변은 바로 어머니 자궁과도 같이 포근한 곳. 연변은 항상 정답게 안겨오는 우리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 짐 지고 힘든 족속들아, 모두 오너라, 너희들의 흐르는 눈물 씻어주고 편안히 쉬게 하여주마!

                                                       2008.10.3 사천 성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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