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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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언순
2011년 10월 12일 11시 14분  조회:6315  추천:2  작성자: 우상렬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명분이다. 명분에 따라 움직이는것이 바로 인간이다.

지난세기 90년대 내가 한국에서 류학할 때다. 그때도 많은 우리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돈벌이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거개가 불법체류 신분이였다. 그래서 식당에서 조선족아줌마를 만나 반갑다고 반기면 그 반가운 마음은 순간뿐 안절부절못한다. 어떤 아줌마들은 조선족티가 물씬 나는데도 극력 조선족이라는것을 부인한다. 그들은 워낙 불법체류라는 신분이 반가운 존재가 아니였던것이다. 당시 나의 친구들중에 "노가다"를 뛰는 불법체류자들도 많았다. 어쩌다 만나 술 한잔을 나누어도 매우 조심스런 눈치다. 말을 해도 목소리를 낮추고 누가 들을세라 소곤소곤, 일을 해주고 돈을 못 받아도 벙어리 랭가슴앓기, 이것이 이른바 공자님이 말한 명불정언불순(名不正言不順) 꾀죄죄한 몰골이 3D업종에 종사하는 불법체류자임을 말해줌이라! 불법체류면 언제 잡혀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안스럽다.

그런데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노무현대통령시기 불법체류구제정책을 많이 펼쳤다. 많은 조선족불법체류자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한다. 이젠 살았다고 허리를 쭉 편다. 할 소리도 한다. 돈 꽤나 번 사람들은 한국에서 식당, 려행사, 무역회사 등 사업을 벌리고 조선족상권도 이룬다. 그리고 떳떳이 구로, 가리봉 등에 조선족거리도 형성한다. 명분이 있으니까. 그래 “명정언순(名正言順)”이 좋다.

그런데 이것이 왜곡되고 외곬으로 흐를 때 많은 문제점을 야기함은 더 말할것도 없다. 나는 얼마전까지 한국에 있으면서 우리 조선족의 꼴불견에 얼굴이 붉어졌다. 신호등 무시하고 길건너기,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핸드폰주고받기, 식당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왁작 떠들며 먹고 마시기... 사실 이것은 약과고 녀자들이 유흥업소에 뛰여들고 남자들이 도박판을 벌리는 등 불법까지 스스럼없이 저지를 때 문제는 심각하다. 명분이 있다하여 중국에서 하던 버릇대로 제멋대로 놀아나서는 안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나는 한술 더 떠서 우리 조선족의 보다 본질적이고 거창한 정체성 관련 “명정언순”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중국조선족이다. 중국은 우리를 낳아 키운 요람. 그러나 우리는 과경민족으로서 한반도와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있다. 우리는 분명 이중정체성을 가지고있다. 이것이 우리의 올바른 정체성-명정(名正)이다. 그런데 이중성은 우리를 좀 헷갈리게 한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한국인인양 행세를 한다든가, 중국에서 조선족의 자각을 상실한 행세를 하는것은 모두 명불정(名不正) 행태. 몇년전에 일부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국적소동을 벌린것은 이런 꼴불견의 전형적인 한치보기.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중정체성의 조화를 가져와야 한다. 례컨대 중국과 조선반도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민족적인 인연을 리용하여 중국의 조선반도 진출에 앞장설수 있으며 중국의 우세를 리용하여 조선반도의 중국 진출에 도움을 줄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중국과 조선반도 교류에 있어서 가교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명정언순”. 조선과 한국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 사실 우리는 남북을 모두 체험했으며 남북을 아우를수 있는 리념적인 정체성바탕도 가지고있다. 그리고 남북을 정녕 상생의 윈윈관계로 바라볼수 있는 있는 립지를 가지고있는것도 바로 조선족. 이것이 바로 우리가 통일마당에 남북에 내세울수 있는 명분-명정(名正). 이런 명정을 가지고 우리가 실천에 림할 때 그것이 효과적임은 두말할것도 없다. 이것이 바로 언순(言順).

이것은 결국 우리의 이중정체성의 “명정언순!” 이런 “명정언순”이야 말로 우리 삶의 옳바른 지표. 그러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잘못하면 이런 “명정언순”에서 빗나갈수 있기때문이다. 그만큼 실제생활에서 “명정언순”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되겠다.

연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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