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잠시 훈춘시 마천자향에 머물고 있는 훈춘시 마적달유기견구조기지, 약 300평방 남짓한 땅에 60여마리의 개가 살고 있다.
23일, 낯선 이의 방문에 한꺼번에 합창을 하듯 와글와글 짖어댔지만 이내 하나둘씩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뛰여왔다.
2년 전 문을 연 이 유기견 보호소, 주인에게 버려져 도심에서까지 밀려난 유기견들이 지친 몸을 쉬고 있는 민간보호소라며 조문혁씨가 소개했다. 처음엔 가족들이 아빠트에서 돌보아도 될 규모였지만 수자가 점점 늘어나 최대 30마리까지 되면서 2016년 훈춘시 마적달촌 계곡 부근으로 이사했다.
유기견들이 이곳까지 온 사정은 다양했다. 그중 길가에 떠돌아다니던 개를 차마 지켜볼 수 없어 데려왔거나 주변사람들의 제보를 받아 위기에 처한 개를 구조해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위챗이 보편화되면서 이 구조기지는 점차 유명해졌고 따라서 개체수도 확연히 늘게 됐다. 10마리, 30마리로부터 150마리까지 수용했던 적도 있다. 사람보다 개들이 더 많은 보호소, 지역주민들은 이 보호소를 위해 기부와 봉사를 기꺼이 하고 있다.
지금껏 이곳엔 100여마리의 개가 새 주인에게 입양됐다. 하지만 개체수가 많다 보니 모두가 새 가정을 찾은 것은 아니다.
소이는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되였다는 리유로 주인에게 버려진 이후 5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아왔다. 지금은 필요한 검진과 치료를 마치고 건강한 상태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부정교합 때문에 첫인상은 못난이지만 하는 행동이 예뻐 볼수록 사랑스러운 애완견이다.
백구는 유기견구조기지가 탄생하기 전부터 조문혁 가족과 함께 살아왔다. 다섯살 난 아들이 길에 버려진 백구를 구해달라고 데려오면서부터 였다. 당시에는 털도 엉망이고 구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유별나지만 주인 앞에서 만큼은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백구는 시간을 갖고 충분히 기다려주며 사랑을 나눠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보배는 버려진 유기견에게서 태여난 지 7개월째, 구조기지의 막내로 천방지축 귀염둥이다. 선천적인 골다공증으로 걸음이 다소 불편해보이지만 항상 밝은 모습이다. 호기심도 많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보배의 가족을 찾는다.
개들에게 새 삶을 열어주느라 이둘 부부의 어깨는 많이 무거워보였다. 유기견들의 보금자리와 먹일 것, 더우기 치료비까지 마련해가며 개들과 동고동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안락사는 결단코 반대하는 가족들인지라 개들이 조금만 아파보여도 병원에 데려가다 보니 집 두채에 차 한대까지 팔아버린 지도 오라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묻습니다. 가끔은 전문 개를 사양하는 곳이라는 불편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견지해올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유기견 구조에 동참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더욱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후원자들의 온정으로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한달에만 사료 40-50 포대가 필요해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부부는 당장의 앞날을 걱정하면서도 개들을 쓰다듬는 애정의 손길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황금개띠의 해인 올해 다양한 사연으로 보호자를 잃은 유기동물 60여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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