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필요한 만큼만 살생한다고?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8월15일 10시32분    조회:2661
[한겨레] [애니멀피플]양 160마리 사냥, 퓨마의 ‘과잉살해’ 수수께끼

손쉬운 먹이가 한꺼번에 닥치는 특별한 상황이 초래

폭풍우 때 잦아…농부들 피해 과장, 과잉 전파되기도




미국 몬태나주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야생 퓨마. 가축을 많이 죽여 농부와의 갈등이 심하다. 미국 국립공원국 제공살생을 일삼는 사람을 탓할 때 흔히 ‘동물도 제 먹을 것만 죽인다’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 척추동물 포식자는 종종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많은 수의 먹이 동물을 죽인다. 캐나다 북부에서는 늑대 무리가 갓 태어난 순록 새끼 34마리를 죽여 일부만 먹은 채 넓은 지역에 흩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여우 한 마리가 왈라비 11마리와 펭귄 74마리를 며칠에 걸쳐 죽인 일이 있지만, 입에 전혀 대지 않았다. 이런 ‘과잉 살해’를 하는 포식자로는 사자, 표범, 점박이하이에나, 곰, 스라소니, 코요테, 족제비, 담비, 개, 고양이 등이 보고돼 있다. 이런 행동의 이유로는 굶주렸을 때를 대비한 먹이 확보 등으로 설명하지만,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람쥐 가족을 몰살하는 담비를 그린 시튼의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퓨마에 의한 양의 과잉 살해에 관한 문헌을 조사하고 관련 목동을 인터뷰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축의 과잉 살해는 농부들이 피해 예방 또는 보복을 위해 포식자를 죽이는 등 포식자와 농부 사이의 갈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퓨마 보전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르헨티나 연구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축 과잉 살해로 악명 높은 퓨마가 과연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지르는지 조사해 과학저널 ‘포유류 리뷰’ 최근호에 결과를 보고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 미국 등 6개 나라에서 퓨마에 의한 가축 과잉 살해를 보고한 문헌은 73건이었는데, 73%에서 양이 살해 대상이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특히 아르헨티나 중부에서 목동의 25∼33%가 퓨마에 의한 과잉 살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퓨마가 과잉 살해한 양의 수는 사건당 최소 7마리에서 160마리(평균 23마리)에 이르렀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따로 같은 지역에서 수집한 사례에서는 사건당 2∼70마리(평균 7마리) 수준이었다.

동물원의 퓨마가 먹이를 먹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연구자들은 목동의 피해를 전해 듣고 작성한 2차 문헌과 사건을 겪은 목동으로부터 들은 1차 문헌, 그리고 현장을 확인한 문헌에서 피해 규모가 현저히 달라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2차 문헌에서 피해 규모는 50∼160마리(평균 70마리)였지만 1차 자료에서는 2∼60마리(평균 12마리)로 적었고, 현지 확인 자료에서는 피해가 2∼36마리(평균 4마리)로 더욱 줄어들었다.

연구자들은 “맹수에 의한 과잉 살해 소식은 지역사회에 과도하게 알려지는 측면이 있다”며 “목동의 이야기만 듣고 추정한 피해는 과장되기 쉽다는 것을 이 연구가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실제 확인된 피해 규모는 풍문으로 떠도는 수의 약 4분의 1 수준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또 “퓨마의 과잉 살해가 지역에 따라서는 반복해서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퓨마의 넓은 분포에 견줘 그런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목동들은 퓨마가 종종 새끼를 데리고 사냥에 나서는 사실에 비추어 과잉 살해가 새끼에게 어미가 사냥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많은 포식자가 살아있는 상태의 먹이를 새끼에게 건네줘 새끼가 먹이를 제압하고 죽이는 연습을 하게 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퓨마가 양의 떼죽음을 초래하는 여건은 그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사냥과는 달리 손쉬운 먹이가 한꺼번에 많이 다가오는 특별한 상황이 이런 행동을 부른다는 것이다. 보통 때 퓨마는 2주에 한 번꼴로 잠복했다 접근하는 사슴이나 순록을 습격한다. 연구자들은 커다란 과잉 살해 사건이 폭풍이 부는 밤에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날 양들은 가두어져 대피한 상태여서 퓨마는 한꺼범에 모인 먹이와 마주하게 된다. 또 양은 폭풍에 겁을 먹어 가뜩이나 미약한 포식자에 대한 저항이 더욱 움츠러든 상태이다.


퓨마는 ‘큐가’ 또는 ‘마운틴 라이온’ 등으로 불린다.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분포했지만, 잦은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북아메리카 동부에서는 대부분 절멸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포식자의 과잉 살해는 농부들의 공포와 분노를 부르고, 실제 가축피해에 그치지 않고 포식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관용이 줄고 갈등을 악화시킨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퓨마를 보전하고 가축과의 갈등을 관리하려면 과잉 살해 사건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라고 충고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uro Lucherin et al, Surplus killing by pumas Puma concolor: rumours and facts, MammalReview (2018) doi: 10.1111/mam.1213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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