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땅 78%가 사막화…'풀이 없어 가축 키우기 힘들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0월6일 08시57분    조회:5297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인근의 초원이 황폐해졌다. 천권필 기자.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인근의 초원이 황폐해졌다. 천권필 기자.

1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몽골 만달고비시 현장 가보니
기온 올라 60년 새 사막 면적 두배로
호수 1166개, 강 887개 사라져 황폐화

한반도 황사 80%가 몽골에서 발원
국내 지자체·기업들 숲 가꾸기 나서

시내를 벗어나 남쪽으로 차를 타고 내려가자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나타났다.  
  
하지만,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원의 푸르름은 점차 옅어지고 점차 황토빛으로 변해 갔다. 곳곳에 사막화의 지표 식물로 불리는 하르간(좀골담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돈드고비아이막(道) 셍차강솜 만달고비시. 울란바타르 남쪽으로 약 275㎞ 떨어진 작은 도시다.  
  
도시 주변으로는 말과 양, 염소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메마른 땅 위로 짧은 풀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동행한 한승재 푸른아시아 팀장은 “봄에만 해도 이곳은 풀 한 포기 없을 정도로 황폐했다”며 “그나마 여름철에 비가 조금 내려 풀이 자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축 먹이 줄어…고향 떠날까 두렵다”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주변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말을 키우고 있다. 천권필 기자.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주변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말을 키우고 있다. 천권필 기자.

근처에서 마유(말의 젖)를 짜고 있던 유목민 떠거(44)가 흔쾌히 게르(이동식 전통 가옥) 안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현재 700여 마리의 말과 양, 염소 등을 키우고 있다.

  

옛날에는 이곳 초원에 풀이 무성했어요. 하지만, 최근 3년 사이에 갑자기 풀의 양이 줄었어요. 특히 봄에는 먹을 게 거의 없어서 가축을 키우기가 더 힘들어요. -떠거

  
그는 “풀이 계속 줄어들어도 완전히 사막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도 “언젠가 고향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제일 두렵고 무섭다”고 했다. 
  
온난화로 1166개 호수·887개 강 사라져 
지난 7월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에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지난 7월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에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몽골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피해국이다.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7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2.1도나 올랐다. 이에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78%까지 확대됐다.  
  
몽골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1166개 호수와 887개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몽골 중앙에 위치한 돈드고비 만달고비시는 이런 사막화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다. 강한 바람을 타고 모래가 쉴새 없이 도시로 유입된다. 
  
이날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길가에는 흙먼지가 날렸다. 
  
만달고비시의 한 주민은 “모래바람이 심할 때는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매일 모래폭풍이 불어올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몽골 사막화 진행도. 초록색은 사막화되지 않은 지역을 뜻하고, 노란색에서 갈색, 붉은색으로 갈수록 사막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몽골사막화방지연구소 제공]

  
사막화로 가을·겨울에도 황사 유입 
 

만달고비시에 강한 모래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 푸른아시아]

몽골의 사막화는 단지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도달한다. 최근 10년(2002~2011년) 동안 국내에 영향을 준 황사의 80%는 몽골의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균 황사일은 80년대 2.9일에서 90년대 5.3일, 2000년대 9.8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몽골의 모래폭풍은 중국 공업지대의 오염물질을 한반도로 싣고 온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몽골의 사막화를 저지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인근에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지난해 4월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인근에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나무 심자 모래 언덕 사라져 
몽골 만달고비시 경계에 조성된 고양의 숲. 천권필 기자.

몽골 만달고비시 경계에 조성된 고양의 숲. 천권필 기자.

이 때문에 몽골에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사막화 저지를 위한 숲 조성 프로젝트를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다.  
  
모래로부터 만달고비시를 유일하게 지켜주는 것 역시 도시를 감싸고 있는 ‘고양의 숲’이다.  
   
2009년부터 고양시와 푸른아시아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도시 경계를 따라 서쪽과 북쪽으로 숲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몽골 만달고비시 주민들이 고양의 숲의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천권필 기자.

몽골 만달고비시 주민들이 고양의 숲의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천권필 기자.

척박한 환경 탓인지 10년생 나무치고는 키가 작았다. 주민들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나무 한 그루마다 정성스럽게 물을 부었다.  
  
이곳에는 현재 34명의 주민이 여의도의 3분의 1에 가까운 90헥타르(ha) 면적의 조림장에서 8만1000여 그루의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만달고비시 출신인 오랑 치맥(43)은 “처음에는 숲이 어떻게 생긴 지조차도 몰랐는데 고양의 숲을 가꾸면서 나무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팀장을 맡은 어떵 치맥(33)은 “매일 마을 울타리 위까지 쌓이던 모래가 숲이 생긴 뒤로는 사라져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가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충분히 농사를 지어도 될 만큼 생산력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몽골 고양의 숲. 천권필 기자.

몽골 고양의 숲. 천권필 기자.

  
“지속가능한 사막화 방지 모델 목표” 
고양의 숲에는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천권필 기자.

고양의 숲에는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천권필 기자.

10년 프로젝트로 진행된 고양의 숲 사업은 내년에 종료된다.  
  
 
숲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주민들의 다음 목표다. 이를 위해 비타민 나무 등 유실수를 재배하고, 자체적으로 간이 비닐하우스를 지어 영농 활동을 시작했다. 유목민으로 자란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한 팀장은 “예전부터 몽골 전역에 많은 조림장이 만들어졌지만, 사업이 끝난 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의 나무가 고사했다”며 “고양의 숲 모델이 성공하면 사막화를 막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몽골 돈드고비=천권필 기자 
중앙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 1분만에 컵라면·날계란이 꽁꽁…영하 46.4도 ‘중국의 북극’ 추위      중국의 북극으로 불리는 헤이룽장(黑龍江)성모허(漠河)현 일부 지역이 23일 영하 46.4℃까지 떨어지는 등 중국 전역이 강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중국 중앙방송(CC-TV)가 보도했다.     중국 중...
  • 2018-01-25
  • 전문가들 "계절성 정서장애, 우울증 등 우려" 에펠탑 주위에 낀 먹구름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졸리고, 몸은 찌뿌둥하고, 기분은 우울하고…' 올겨울 북유럽 및 서유럽 지역에서 햇빛이 실종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저기압으로 인한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어두운 겨울이 지속하...
  • 2018-01-20
  • 지난주 한반도에 영하 20도 안팎의 한파(寒波)가 몰아쳐 거의 모든국민이 추위로 고생한 가운데, 이 정도 추위가 ‘따뜻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마을이 있어 눈길을 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영자매체 시베리안타임즈를 인용, 최근 기온이 영하 60도 아래로 떨어진 러시아 ...
  • 2018-01-16
  • 아프리카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에 있는 아인세프라 마을에 지난 7일(현지시간) 눈이 내려 불그스레했던 사막 언덕이 하얗게 변해 있다. 눈은 최대 38㎝나 쌓였다.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와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이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은 지난 40년 동안 세 번째다. CNN 홈페이지 알제리 사막마...
  • 2018-01-10
  • 미국해양대기관리청 보고서 / 1979년 관측 이래 크기 가장 작아… 지난달 평균기온은 역대 두 번째↑ / “캘리포니아 산불도 해빙 감소 탓… 온실가스 감축은 선택 아닌 필수” 2000년 이후 북극 해빙(海氷)의 녹는 속도가 지난 1500년 동안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
  • 2017-12-13
  • 동물들은 정말 겨울에 춥지 않을까? 기러기나 고니,원앙들을 보면 그 아무리 찬바람이 몰아쳐도 차가운 물 위에서 유유히 동동 떠다니고,심지어 온몸을 담근 채 자맥질까지 한다.겨울철새나 흔한 텃세인 참새까지,새들이 겨울잠을 자는 일 따위는 없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겨울은 고난과 시련의 계절이다. 그럼 그 연약...
  • 2017-12-06
  • [if 카페]  - 사우디서 암각화 발견 인간과 함께 염소 사냥 귀 뾰족, 꼬리 위로 말려 현지 케이넌 개 시조인듯 - '개 목줄' 그림 세계 最古 5500년 이집트 벽화 앞서…사육 기원지가 유럽인지 중동지역인지 의견 분분 먼 옛날 늑대 한 마리가 사냥꾼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처리...
  • 2017-11-25
  • [한겨레]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동물도 부부가 함께 살까?…종마다 다른 ‘가족 형태’ 동물은 인간과 다른 형태로 가족을 이루고 헤어진다. 반달곰 두 마리가 바위 위에 올라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이...
  • 2017-11-02
  • 뒤늦게 들어선 2016년의 겨울, 눈이 수차례 내렸지만 두만강 하류의 한 구간이 아직 얼어붙지 않아 강물이 적설과 얇은 얼음층을 뚫고 구비구비 저멀리 흘러갔다.   겨울 해빛아래 림구내의 드넓은 소나무숲과 관목림은 하얀 눈에 비추어 유난히도 파란색을 띠면서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신비하고 신성한 색채...
  • 2017-08-08
  • 우리 고장에서 꽃 필 무렵은 6~8월, 꼭 삼복더위와 함께 피여나는 련꽃, 숨막히는 무더위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올해에도 어김없이 피여났다.   7월의 끝자락에 잠깐 서늘한...
  • 2017-07-28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