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인근의 초원이 황폐해졌다. 천권필 기자.
1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몽골 만달고비시 현장 가보니
기온 올라 60년 새 사막 면적 두배로
호수 1166개, 강 887개 사라져 황폐화
한반도 황사 80%가 몽골에서 발원
국내 지자체·기업들 숲 가꾸기 나서
시내를 벗어나 남쪽으로 차를 타고 내려가자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나타났다.
하지만,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초원의 푸르름은 점차 옅어지고 점차 황토빛으로 변해 갔다. 곳곳에 사막화의 지표 식물로 불리는 하르간(좀골담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돈드고비아이막(道) 셍차강솜 만달고비시. 울란바타르 남쪽으로 약 275㎞ 떨어진 작은 도시다.
도시 주변으로는 말과 양, 염소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메마른 땅 위로 짧은 풀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동행한 한승재 푸른아시아 팀장은 “봄에만 해도 이곳은 풀 한 포기 없을 정도로 황폐했다”며 “그나마 여름철에 비가 조금 내려 풀이 자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주변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말을 키우고 있다. 천권필 기자.
근처에서 마유(말의 젖)를 짜고 있던 유목민 떠거(44)가 흔쾌히 게르(이동식 전통 가옥) 안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현재 700여 마리의 말과 양, 염소 등을 키우고 있다.
옛날에는 이곳 초원에 풀이 무성했어요. 하지만, 최근 3년 사이에 갑자기 풀의 양이 줄었어요. 특히 봄에는 먹을 게 거의 없어서 가축을 키우기가 더 힘들어요. -떠거
그는 “풀이 계속 줄어들어도 완전히 사막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도 “언젠가 고향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제일 두렵고 무섭다”고 했다.
지난 7월 몽골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에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몽골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피해국이다.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7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2.1도나 올랐다. 이에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78%까지 확대됐다.
몽골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1166개 호수와 887개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몽골 중앙에 위치한 돈드고비 만달고비시는 이런 사막화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다. 강한 바람을 타고 모래가 쉴새 없이 도시로 유입된다.
이날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길가에는 흙먼지가 날렸다.
만달고비시의 한 주민은 “모래바람이 심할 때는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매일 모래폭풍이 불어올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몽골 사막화 진행도. 초록색은 사막화되지 않은 지역을 뜻하고, 노란색에서 갈색, 붉은색으로 갈수록 사막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몽골사막화방지연구소 제공]
만달고비시에 강한 모래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 푸른아시아]
몽골의 사막화는 단지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도달한다. 최근 10년(2002~2011년) 동안 국내에 영향을 준 황사의 80%는 몽골의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균 황사일은 80년대 2.9일에서 90년대 5.3일, 2000년대 9.8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몽골의 모래폭풍은 중국 공업지대의 오염물질을 한반도로 싣고 온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몽골의 사막화를 저지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돈드고비아이막 만달고비시 인근에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몽골 만달고비시 경계에 조성된 고양의 숲. 천권필 기자.
이 때문에 몽골에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사막화 저지를 위한 숲 조성 프로젝트를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다.
모래로부터 만달고비시를 유일하게 지켜주는 것 역시 도시를 감싸고 있는 ‘고양의 숲’이다.
2009년부터 고양시와 푸른아시아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도시 경계를 따라 서쪽과 북쪽으로 숲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몽골 만달고비시 주민들이 고양의 숲의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천권필 기자.
척박한 환경 탓인지 10년생 나무치고는 키가 작았다. 주민들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나무 한 그루마다 정성스럽게 물을 부었다.
이곳에는 현재 34명의 주민이 여의도의 3분의 1에 가까운 90헥타르(ha) 면적의 조림장에서 8만1000여 그루의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만달고비시 출신인 오랑 치맥(43)은 “처음에는 숲이 어떻게 생긴 지조차도 몰랐는데 고양의 숲을 가꾸면서 나무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팀장을 맡은 어떵 치맥(33)은 “매일 마을 울타리 위까지 쌓이던 모래가 숲이 생긴 뒤로는 사라져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가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충분히 농사를 지어도 될 만큼 생산력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의 숲에는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천권필 기자.
10년 프로젝트로 진행된 고양의 숲 사업은 내년에 종료된다.
숲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주민들의 다음 목표다. 이를 위해 비타민 나무 등 유실수를 재배하고, 자체적으로 간이 비닐하우스를 지어 영농 활동을 시작했다. 유목민으로 자란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한 팀장은 “예전부터 몽골 전역에 많은 조림장이 만들어졌지만, 사업이 끝난 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의 나무가 고사했다”며 “고양의 숲 모델이 성공하면 사막화를 막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몽골 돈드고비=천권필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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