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뿌리점~정수리: 정수리~뒤통수점'=`1 대 1.6'
머리뼈 구조, 종 복잡성 커질수록 황금비율 근접
"인간, 오랜 세월 진화 통해 우아한 조화미 구현"
사람 머리뼈의 구조. 네이버 지식백과(서울대병원 제공)어떤 물체에서 균형있고 안정감을 주는 비율을 가리킬 때 흔히들 황금비율이라고 말한다. 수학에서 비롯된 용어로 하나의 선분을 둘로 나눌 때, 긴 부분과 짧은 부분의 비를 전체와 긴 부분의 비와 같게 했을 때의 비를 가리킨다. 이 때 짧은 것과 긴 것의 비율이 `1 대 1.618'인 상태가 황금비율이다.
정오각형에서 보이는 황금비율.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 제자들이 정오각형에서 이 황금비율을 처음 발견했다는 설이 있으나, 공식적인 수학적 설명은 기원전 300년 무렵에 나온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처음 등장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정오각형의 각 꼭지점을 잇는 대각선을 그으면, 이 대각선들이 황금비율로 교차하면서 정오각형 내부에 다시 작은 정오각형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신경외과 연구진이 사람의 머리뼈에서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인간의 뇌는 8개의 뼈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 뼈의 배열이 황금비율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개골은 앞쪽에서부터 이마뼈(전두골), 마루뼈(두정골 또는 정수리뼈), 뒤통수뼈(후두골) 순서로 이어져 있다. 그 사이에 각 뼈가 만나는 두 개의 봉합점이 있다. 하나는 이마뼈와 좌/우 양쪽 마루뼈가 만나는 정수리(bregma), 즉 머리 꼭대기 지점이다. 다른 하나는 마루뼈와 뒤통수뼈가 만나는 시옷점(lambda)이다. 만나는 지점의 모양이 한글자모의 ㅅ(시옷)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람다'(lambda)는 그리스어 알파벳의 열한째 글자로 모양(Λ, λ)이 시옷과 비슷하다.
사람 머리뼈에서 찾아낸 황금비율. 초록색(코뿌리점~뒤통수점), 파란색(코뿌리점~정수리), 빨간색(정수리~뒤통수점) 선 사이의 비율이 황금비율을 구현하고 있다. 논문에서 인용연구진은 생리학적 정상 상태의 사람 100명의 머리뼈를 대상으로 머리뼈의 시작점이라 할 코뿌리점(비근점, nasion)과 머리뼈의 끝부분인 뒤통수점(inion)을 잇는 머리뼈 아치선(nasioiniacarc)에서 이 뼈들이 어떤 비율로 연결돼 있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코뿌리점, 정수리, 시옷점, 뒤통수점 사이의 거리를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코뿌리점~정수리, 정수리~뒤통수점의 거리 비율이 대략 1 대 1.6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리~뒤통수점과 머리뼈 전체의 길이에 해당하는 코뿌리점~뒤통수점의 거리 비율도 1대 1.6이었다. 피타고라스의 황금비율이 머리뼈 구조에 형성된 셈이다.
인간과 포유동물들의 머리뼈 구조 비교. 비교 대상 동물 중에선 토끼의 머리뼈가 황금비율에서 가장 멀고, 사자가 가장 가깝다. 논문에서 인용그렇다면 인간의 머리뼈 구조는 황금비율에 맞춰 진화했을까? 연구진은 6종의 포유류 동물(개, 원숭이 2종, 토끼, 사자, 호랑이) 70마리의 머리뼈를 인간의 머리뼈와 비교했다. 그러나 이들 동물의 머리뼈에서는 황금비율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토끼의 머리뼈가 황금비율에서 가장 멀었고, 푸른원숭이, 개, 붉은털원숭이, 호랑이, 사자 순으로 황금비율에 가까웠다. 연구를 이끈 라파엘 타마고(RafaelTamargo) 교수는 "포유동물들을 조사한 결과 종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머리뼈가 황금비율에 더 가까와졌다"며 "이는 중요한 인류학적, 진화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천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인간의 머리뼈가 구조와 기능에서 우아한 조화를 구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금비율은 르네상스시대의 수학자 루카 파치올리가 황금비율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주장하고, 당대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예술작품에 이를 적용한 이래로 균형의 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통용돼 왔다.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서 황금비율을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신용카드가 있다. 신용카드의 가로는 8.56㎝, 세로는 5.398㎝이다. 가로 : 세로 비율이 1:1.586로 황금비율에 가깝다.
그러나 황금비율 예찬론은 자연에 존재하는 무수한 비율 가운데 일부의 사례를 과장하거나, 우연의 일치를 필연의 결과로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란 비판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두개안면외과저널'(JournalofCraniofacialSurgery) 9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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