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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 “정치적 이념 같아 집단생활”
집안일 도맡고 일상적 구타당해
외출 가능했는데도 신고·탈출 안해
TV 다큐 보고 인권단체에 연락
지구촌 화제
‘정치적 이념’으로 만나 ‘현대판 노예’가 되기까지, 피해자들과 용의자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국 경찰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런던 남부 램버스 지역의 가정집에서 30년간 사실상 노예로 살아온 세 여성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피해자들을 구조한 이후 한달 가까이 조사를 벌여왔지만, 여태껏 별로 드러난 것이 없어 미스터리만 증폭되고 있다.
런던경찰청의 스티브 레드하우스 수사본부장은 23일 “피해 여성 3명 중 2명과 남성 용의자는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해 처음 만났고, 집단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치적 이념’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영국 <데일리메일>은 24일 “경찰이 유명한 광신적 종교 집단들과 용의자들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인도와 탄자니아 출신의 67살 남·녀로 알려졌다. 이들은 1960년대 영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69살의 말레이시아 여성, 57살의 아일랜드 여성을 만나 집단생활을 시작했다. 나머지 피해자인 영국 국적의 30살 여성은 아일랜드 여성과 용의자 남성의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레드하우스 수사본부장은 “그들이 어떻게 서로 관련되어 있는지, 어떻게 집단생활이 이뤄졌는지, 왜 파국을 맞았는지 등이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왜 30년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는 가장 큰 미스터리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여성들은 육체적으로 속박 당하지는 않았다. 다만 ‘세뇌’라는 표현이 적절한 정신적·감정적 학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손·발이 묶이지 않았고, 허락을 받고 외출할 수 있었으며, 휴대폰도 있었다. 그런데도 도망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용의자들이 정기적으로 피해 여성들을 구타했으며, 도망가면 아무도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거라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또 피해자들이 광신적 종교와 비슷한 기법으로 세뇌를 당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들은 30년간 용의자들의 밥을 짓고 옷을 빨고 집을 청소했다. 뉴스를 제외한 텔레비전 시청은 허락됐는데, 그것이 탈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일랜드 여성은 지난달 18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서 방영한 강제결혼 피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이후 여기 참여한 구호단체를 통해 도움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경찰과 함께 피해자들을 구조한 프리덤채러티 쪽은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안정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대판 노예제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대변인실은 “영국 전역에서 약 6000명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기관의 조사결과도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노예생활을 강요한 자를 종신형에 처하는 것 등을 포함한 노예방지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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