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 앞장서 위험 살피고 무리끝엔 ‘안전책임자’ 뒤따라
몸짓대화 - 간단한 도구 사용 등 영화 ‘혹성탈출’ 주인공들과 비슷
영화에서 주인공 시저가 무리 중 한 침팬지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다. 실제 침팬지도 이런 몸짓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내 아들, 내 가족!”
10일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은 진화한 유인원 종족과 멸종 위기의 인류 사이에 벌어지는 한판 대결을 그린다. 유인원 종족의 카리스마 넘치는 우두머리 시저는 가슴에 박힌 총알 제거 수술을 받고 눈을 뜨자 가족부터 찾는다.
시저는 가상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시미언 플루’를 맞고 진화한 침팬지다. 영화 내내 그는 집, 가족, 미래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내세운다. 현실의 침팬지도 시저와 비슷할까.
○ 실제 침팬지도 가족과 ‘대화’
실제 침팬지도 집과 가족, 미래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침팬지가 가족을 보호하는 독특한 ‘경찰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2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조직을 이끄는 우두머리 침팬지와 그 아래 서열에 있는 침팬지 서너 마리가 앞장서서 이동하며 무리에 위험이 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무리 뒤에도 안전을 책임지는 침팬지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무리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원만히 해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연구팀은 “침팬지뿐 아니라 오랑우탄, 고릴라 등 대부분의 유인원은 경찰 조직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침팬지 가족을 끈끈하게 묶어주는 수단은 ‘대화’다. 이들은 마치 인간처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의사를 표현한다. 영화에서도 침팬지 사이의 의사소통은 자주 묘사된다. 시저는 아픈 아내를 바라보며 “몸은 좀 어때”라며 걱정해 주고, 큰아들을 늘 데리고 다니며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한다.
현실에서의 침팬지는 주로 몸짓으로 의사소통한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연구팀은 침팬지의 ‘보디랭귀지’를 연구해 올해 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먹이가 있는 곳에 접근하자 10m 밖에서 이를 지켜본 침팬지가 근처에 먹이가 있다며 손짓으로 알려줬다. 또 먹이를 들고 있는 연구원에게 먹이를 건네라며 손짓을 하는 침팬지도 있었다.
○ 침팬지에게 간단한 도구 사용은 일상
한편 영화에서는 침팬지의 진화를 표현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심지어는 침팬지가 인간의 무기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실제 침팬지도 간단한 도구는 조작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콩고에서 침팬지를 9년 이상 관찰하면서 침팬지가 만든 개미 사냥도구를 1060개나 모았다고 2009년 발표했다. 침팬지는 개미의 이동 속도에 맞춰 적합한 개미 사냥도구를 선택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길쭉한 막대를 개미굴에 넣어 찍어 먹는 반면 재빨리 움직이는 개미를 잡을 때는 그물처럼 넓적한 도구를 손바닥에 붙이고 사냥에 나선다.
이 밖에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어린 암컷 침팬지가 여자아이처럼 나뭇가지를 인형삼아 인형놀이를 즐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침팬지가 흙 속에 사는 병원균의 감염을 막고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스프링처럼 탄력이 좋은 우간다강철나무의 나뭇가지로 침대를 만들어 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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