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사망판정을 받은 뒤 영안실 냉동고로 들어가기 직전 깨어난 남자. 그의 소생(蘇生)은 기적일까, 의료진의 과실일까. 지난 18일 부산에 사는 변모(64)씨가 경험한 실제 이야기다.
의학적으로 이미 사망판정이 난 환자의 맥박·혈압 등 생명 징후(vital sign)가 다시 돌아오는 현상을 ‘라자루스(Lazarus)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성경 속 인물에서 유래했다. 영국 왕립의학협회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1982년 이후 38건이 보고됐다.
국내 학계에는 아직 보고된 사례가 없다. 사망판정을 내린 부산의 한 대학병원이 "기적적인 일이며 학계에 보고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의사가 사망판정을 한 지 몇분 만에 영안실 냉동고로 옮겨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6일 폴란드에서도 사망선고를 받은 91세 여성이 냉동보관소에 옮겨진 지 11시간 만에 다시 깨어났다. 사망선고를 내린 의사는 폴란드 TV 인터뷰에서 "팔뚝에 있는 맥박을 분명히 확인했으며 심장박동과 숨소리를 확인하고 동공도 체크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는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심폐기능 정지에 의한 사망은 호흡기·순환기·중추신경계의 기능이 정지됐는지를 확인해 판단한다. 심장박동과 호흡을 체크하고, 눈을 검사해 눈동자가 확대됐는지, 불빛에 반응이 있는지를 살핀다.
변씨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망 판단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는 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규혁 울산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진이 이 같은 절차를 확인해 판정을 내렸다면 의료과실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심장정지 이후 30분이 지나면 회복 가능성이 없고, 회복이 된다고 해도 뇌손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신익균 대한심장학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사망판정의 기준은 환자의 병력이나 상태 등을 감안해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다”며 “심폐소생술 이후 언제 심장박동이 돌아올지 여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망진단의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왕립의학협회 저널은 “심폐소생술 종료 직후 사망 여부를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서도 안 된다”며 “정확한 사망진단을 위해서는 종료 후 최소한 10분은 지켜봐야 한다”는 기준을 2007년에 제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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