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 남의 삶 베낀 30대 여성의 비극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월7일 14시35분    조회:440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사건:텔링] 비행기 사고, 아빠·오빠 잃어
시가 10억 아파트 살면서도
결혼 파국 등으로 우울증
우연히 주운 신분증 주인 행세
SNS 부녀 대화 엿보며 만족감
운전면허증·카드까지 발급
600만원 대출 받았다 덜미






당신은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비닐봉투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헬스클럽에 운동하러 온 누군가가 떨어뜨린 소지품일 게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잠시 망설이다 슬그머니 봉투를 열어 본다.

 ‘OO여대 음악대학 최희진’.

 봉투에서 학생증이 나온다. 운전면허증·주민등록증도 보인다. 신분증 속 여자를 묵묵히 바라본다. 화사하고 맑은 여대생의 얼굴…. 2009년 여름, 서울 목동의 한 빌딩에서 주인 잃은 신분증을 주워 들고 밖으로 나온다.

 당신의 이름은 박미희. 그 뒤로 5년이 흘렀으니 이제 서른두 살이 됐다. 신분증은 방 안 어딘가에 보관해 뒀다. 아니, 보관이 아니라 은닉이라고 하자. 신분증 속 희진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려 왔으므로, 일부러 숨겼다고 말해야 옳다. 저 해맑은 여자 얼굴이 내 것이었다면…. 문득 희진의 삶을 탐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내 그만뒀다. 무슨 수로 타인의 삶을 탐할 것인가.

 2014년 11월의 어느 날. 방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하필이면 그날 왜 그것이 손에 닿게 됐을까. 5년 전 주워서 어디에 둔 건지도 잊어버렸던 희진의 신분증이. 신분증에 새겨진 희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화사한 희진의 얼굴은 쓸쓸함을 증폭시켰다. 당신, 그러니까 서른두 살의 박미희는 과거의 어느 날로 기억을 되감고 있었다. 희진처럼 밝게 빛나는 얼굴로 살아가던 그때 그 시절로.

 중학교 때였다. 아빠는 해외 출장을 떠났다. 하나뿐인 오빠를 데리고서였다. 그때 엄마는 없었다. 아빠와 엄마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으니까. 엄마의 빈자리는 컸지만, 그래도 좋은 아빠가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런데 그날, 아빠와 오빠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 뉴스에서 사망자 명단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빠와 오빠의 이름이 하얀색 자막으로 떠올랐고, 당신은 태어나서 가장 큰 소리로 울었다.

 항공기 사고 이후 주어진 건 수억원의 돈이었다. 겨우 중학생이었던 터에 아빠와 오빠의 죽음이 돈으로 환산되는 현실은 잔혹했다. 보상금이 나온 직후 엄마가 돌아왔지만 사춘기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우울이 일상을 집어삼켰다. 미국 유학까지 갔다 온 뒤로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자꾸만 우울감으로 번졌다. 이후 회계사와 결혼했지만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엄마는 남편의 가난한 출신 배경을 문제 삼았다. 결국 엄마는 재력가 집안의 아들을 몰래 소개했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이 간통죄로 고소했고, 결국 당신은 이혼했다.

 이혼한 뒤 맨 처음 한 일은 개명 신청이었다. 어떻게든 불운한 생을 지우고 싶었으니까. 박미희라는 새 이름을 얻었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삶이 통째로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생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순 없을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5년 만에 희진의 신분증이 나타났던 것이다. 신분증을 다시 보니 5년 전 희진은 서울의 한 여대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있었다. 당신도 고등학교 때까진 음악가를 꿈꿨다. 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영문학을 택했다. 미국 유학을 한 경험을 발판 삼아 프리랜서 번역가로 살았지만 성과는 변변치 못했다.

 하지만 희진은…. 당신에게 없는 걸 죄다 갖춘 여자였다. 이후 희진의 삶을 좇기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지고,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알아냈다. 주민등록번호 등을 조합하니 비밀번호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모든 일이 너무도 자연스레 흘러갔다. 마치 운명처럼.

 차근차근 희진의 삶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희진은 미국 유학을 떠나 있었다. 희진과 그의 아빠가 주고받은 e메일 수십 통도 있었다. ‘나도 이런 아빠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희진의 삶을 훔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지우고 아예 희진이 되기로 결심했다. 희진의 주민번호로 주민등록등본과 성적·졸업증명서 같은 각종 증명서를 뗐다. 그래야만 희진이 될 것 같았다. 희진의 운전면허증을 들고 도로교통공단에 가서 면허증도 새로 만들었다. 다른 얼굴은 성형수술을 했다고 둘러댔다.

 당신은 그렇게 희진이 됐다. 두려움은 없었다. 새로 받은 운전면허증을 들고 가 희진의 이름으로 은행 체크카드 2장을 만들고 휴대전화도 개통했다. 제2금융권에서 600만원 대출도 받았다. 딱히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아빠와 오빠의 사망 보상금으로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했을 정도로 물질적으론 풍족한 편이니까.

 불행한 삶을 모두 지우고 희진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대출을 받은 게 발목을 잡았다. 대출통지서가 집으로 날아간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희진의 엄마가 통지서를 확인하고 지난해 11월 경찰에 신고했다.

 연극은 여기까지였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도로교통공단 등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당신의 모습과 지문을 추적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강서구 자택에서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은 횡령·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같은 달 31일 구속 기소했다. 검경 조사에서 당신은 울면서 말했다. “희진이가 너무 부러웠어요. 희진의 삶이 너무도 행복해 보여서….” 배 속에서 4개월 된 태아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채승기 기자

◆사건:텔링=특정 사건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풀어보는 기사입니다. 범인·형사·목격자·제보자 등 주요 인물들의 시점에서 소설 형식으로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파일 [ 5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505
  • 일류대 졸업, 30대에 교수 된 외아들 기대 안 차는 여자와 결혼에 배신감 "부모 대역까지 고용, 몰래 식 올려" 아들 비방 벽보에 피켓 시위까지 법원 "아들에게 연락도 말라" 명령 법원이 70대 어머니에게 “앞으로 아들에게 연락하지도 , 접근하지도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유명 사립대 교수 인 아들이 탐탁지...
  • 2015-02-18
  •     병째 술 들이키는 모습 수상히 여긴 편의점 직원 신고로 덜미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분식점 주인이 음식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손님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식점 주인은 범행 후 도주했지만 인근 편의점 직원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혔다. 1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구...
  • 2015-02-14
  • 여의사의 현명한 대처가 가족을 노린  강도범으 로부터 남편과 아들의 생명을 구하고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는데도 크게 이바지했다. '선지령'을 활용해 1분여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신속성도 한몫했다. 전직 제약회사 직원 안모(34)씨는 회사 근무 시절 거래처였던 A(48) 의사  부부 의 금품을 털기...
  • 2015-02-14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3 여성 세 명이 교도관들을 유혹해 정신을 잃게 한 후 재소자 28명의 탈옥을 도운 사건이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영국 매체 미러는 지난 5일 새벽 3시경 섹시한 경찰 코스튬 차림의 여성 세 명이 브라질 마투그로수 주(州) 쿠이아바 인근 노바 무퉁 교도소에 찾아와 남자 교도관들에게 술을 마시며 이...
  • 2015-02-13
  • 독특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기 천사’의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캠브리지셔에 사는 올해 2살 된 올리버 브라운은 등 쪽에 ‘날개’가 연상되는 독특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 올리버는 선천성 멜라닌세포모...
  • 2015-02-13
  • 마치 1980년대 액션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택시 지붕에 착 달라붙은 경찰관의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다롄(大?)의 한 도로 CCTV에 택시 위 납작 엎드린 경찰의 뒷모습이 포착됐다. 액션배우처럼 보이는 이 경찰관의 이름은 구안 차오유안(39). 당시...
  • 2015-02-13
  •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얼굴이다. 광대뼈가 있는 부위와 뺨, 턱에 실리콘을 넣어 볼륨을 만들어야 한다. 캡틴 아메리카의 정적 레드 스컬과 똑같은 외모를 갖기 위해 극단적인 성형을 불사하고 있는 남미 청년이 언론에 소개됐다. 베네수엘라의 헨리 다몬(37)은 자신의 이름보다 레드 스컬로 불릴 때 희열을 느낀다. 레드 스...
  • 2015-02-12
  • 차가 없어 10년간 매일 34㎞를 걸어서 출퇴근하던 미국 남성이 드디어 자동차를 갖게 됐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한 자동차 판매회사는 제임스 로버트슨(56)에게 빨간색 2015년형 포드 토러스를 선물했다. 매일 34㎞를 걸어 출퇴근 하고 있다는 로버트슨의 사연을 듣고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것이...
  • 2015-02-11
  • 샤오진 투안 (32)은 인터넷 상에서 교제하던 황 마오에게 “사진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얼굴을 맞았다.     (WeChat) 샤오진을 만나러 800 만원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중국 동부의 쑤저우 시로 찾아간 황 마오는 SNS 프로필 사진 속의 아름다운 모습과 상반된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보고 충격...
  • 2015-02-10
  • 해발 2743m에서의 아찔하고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면이 뒤늦게 공개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8일자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출신의 로젤 사보린이라는 남성은 2012년 해발 9000피트, 2743m의 산꼭대기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인 섀넌에게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찾은 장...
  • 2015-02-10
  •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키가 작았다. 절대왕정을 꿈꾼 그는 작은 키가 왕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지 않자, 통굽으로 된 높은 신발을 신었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초상화마다 등장하는 높은 굽의 이 구두는 오늘날 여성의 특별한 패션 오브제로 자리잡은 하이힐의 원형이다. 하이힐은 태생부터가 ‘우아한 고고함’을...
  • 2015-02-10
  • 이 정도면 거의 '다 커서' 태어난 것 같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에 위치한 세인트 조셉 병원에서 무려 6.4kg에 달하는 '슈퍼 베이비'가 태어나 화제에 올랐다. 보통의 아기에 비해 무려 2배에 달하는 몸무게로 태어난 소년의 이름은 에버리 덴톤. 병원 측은 "힘든 출산 후 지금은 ...
  • 2015-02-10
  • 한국 대구지법 제12형사부(최월영 부장판사)는 미성년자인 딸의 친구를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모(40)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16일 경북 자신의 집에서 딸...
  • 2015-02-09
  • 임신했는데 경찰에 신고안해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미성년 딸을 성폭행한 동거남이 석방될 수 있도록 딸에게 동거남과의 결혼을 강요한 어머니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황은영)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신모(4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
  • 2015-02-09
  • 대표적인 유럽 부자나라인 노르웨이에서 앞으로 거지에게 돈을 주면 감옥에 가는 법이 만들어진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노르웨이정부가 구걸하는 사람뿐만아니라 그들에게 돈이나 음식, 숙소를 제공하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15일 통과될것으로 보인다고 4일 보도했다. 지난해말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 2015-02-08
  • 태국의 한 국제공항 출발 라운지 의자에 브래지어와 팬티를 널어놓고 말린 여성 여행객의 행동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3일 영국 미러는 태국 북부 치앙마이국제공항 출발 라운지에서 한 여성 여행객이 분홍색 브래지어와 검은색 팬티를 널어놓고 말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공개돼 태국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
  • 2015-02-06
  • 임신한 아내를 잡아먹은 악어에게 목숨을 걸고 복수한 우간다의 50대 남성이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영국 BBC 뉴스는 4일(현지시각) 임신한 아내를 잡아먹은 거대한 악어를 죽인 우간다의 50대 어부가 이 마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며 그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무바라...
  • 2015-02-06
  • 셜리 템플을 비롯해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은막의 여왕들이 남긴 립스틱 자국이 4일(현지시간)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을 앞두고 할리우드에서 공개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열린다. 할리우드
  • 2015-02-05
  • 지난주 몽골에서 발견된 미라 승려. 시베리안타임스 제공 사망한지 100년 안팎으로 추정되는 미라 승려가 지난주 몽골에서 발견됐다. 불교도들이 “죽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BBC는 5일 “지난주 몽골에서 미라 승려가 발굴됐다”며 “그걸 본 사람들은 숨...
  • 2015-02-05
  • 한국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후 8시께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A(66·여)씨와 A씨의 큰딸(44)이 장롱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씨의 작은 딸(34)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비닐테이프로 창문과 방문틈을 모두...
  • 2015-02-04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