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억울한 아기의 죽음을 밝혀주고 싶었나 보네.’
3일 오전 11시 반 전남 장성의 산등성이에 있는 한 단독주택 정원. 박모 씨(39·여)가 18개월 된 아들을 3㎡ 넓이 연못에 밀어 넣었다. 흰색 내복만 입은 채 차가운 물에 닿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는 수심이 32㎝에 불과한 연못을 힘들게 기어서 나왔고 옷에는 낙엽들이 묻었다.
박 씨는 연못에 빠져 우는 아들을 다시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유아용 욕조에 넣고 목욕을 시키려했다. 하지만 갑자기 아들의 얼굴을 물을 채운 유아용 욕조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잠시 뒤 아들의 몸이 축 늘어졌고 옷에 묻어 있던 낙엽 대부분은 유아용 욕조에 떨어졌다.
박 씨는 숨진 아들의 시신을 화장실 욕조로 옮겨 물을 채웠다. 아들이 욕조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경찰을 보고 있다. 욕조 바닥에는 옷에 붙어있던 낙엽 한 장이 가라앉았다. 박 씨는 남편(47)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죽었다”고 했다. 박 씨는 지난달부터 범행 장소인 친정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박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남 장성경찰서 형사들에게 “아들이 욕조에서 놀다가 익사했다”고 허위 진술했다. 하지만 형사들은 주택을 수색하던 중 연못 가장자리에 물에 젖은 낙엽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못 주변 다른 곳에는 낙엽이 없었다.
“아들이 연못에 빠졌다는 말이 없었는데?”
형사들은 유아용 욕조를 살펴봤지만 박 씨가 욕조 물을 버려 낙엽이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 욕조 바닥에서 낙엽 한 장을 찾아내곤 단순 익사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형사들은 3일 오후 6시경 경찰서에서 박 씨에게 욕조에 낙엽이 묻은 경위를 따져 물었다. 박 씨는 고개를 떨구며 “아들을 키울 자신이 없어 죽였다”고 자백했다. 박 씨는 지난달 광주의 한 아파트 10층 자신의 집에서 아들을 던져 숨지게 하려다 중단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지난해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장애인 특수학교 직원이었다. 하지만 특수학교가 공립이 되면서 직장을 잃게 됐다. 한 때 우울증을 시달린 적이 있는 그는 실직한 후 증세가 심해져 광주 동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남편의 허리띠로 2차례나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4일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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