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유부남의 수표 50만원에 결국 처음으로 몸을 팔게 됐어요"
하지만 제 행복은 딱 거기까지였나 봐요. 저는 정말 나쁜 X. 아니 누구 말대로 서방 잡아 먹을 X이었나 봐요.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제 딸의 2번째 생일날이었어요.케이크와 음식을 장만하고 기다리는데, 사랑하는 남편이 안 오는 거에요. 그래서 빨리 오라고 남편에게 재촉 전화를 했어요. 그 전화를 받은 우리 남편은 눈길에 과속을 하다 다리 난간에 차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어요. 그 사고가 난 뒤 5일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다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어요(중략).
저는 지금도 시부모님과 연락을 안 해요. 남편이 사고로 죽는 그 순간 딱 2초 전, 최종통화 목록에 제 이름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시부모님께서 “저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고 하시며 펑펑 우시는 거에요. 그리고 제게 “넌 남편이 죽었는데 울지도 않냐”고 하시는데, 왜 저라고 안 슬프겠습니까. 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 나고 머리에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사고를 당한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기 전이었던 거 같아요. 잠깐 남편의 속옷을 챙기러 집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온 거에요. 병원 관계자는 “남편이 잠깐 의식을 차렸는데 저를 무지 찾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는데, 그렇게 아픈 사람이 갑자기 웃으면서 저를 반기는 거에요. 알고 보니 보통 사람이 죽기 직전, 잠깐 정신과 힘이 돌아온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죽기 전 “우리 딸 잘 부탁해. 아니 많이 사랑했다” 이런 말이 아닌 “절대 자살하지마. 그리고 재혼해!” 저는 남편의 이 유언을 잊지 못해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딱 그 말만 남긴 채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났어요. 그 때 왜 남편이 이 말을 했는지, 살면서 차차 깨닫게 됐죠. 정말 몇 번이나 죽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그 일 이후 모든 재산을 다 시부모님께 드렸어요. 아니 그래야만 할 것만 같았어요. 그때 당시 저는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이 아파트 한 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이젠 어떻게 딸을 키워야 하나,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큰 문제더라고요. 한번도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안 해봐서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던 중 딸이 아직 어려 집 근처에 있는 동네마트에 취업을 하게 됐어요.
그 마트 대표가 제 이력서도 안보고, 뭐 했냐고 안 물어보고 바로 출근하라고 하길래, 첫 직장 생활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한 2개월 정도 다녔을까요. 그 대표가 거래처 수금하는데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거에요. 마침 서서 오랫동안 일하느라 다리도 아프고 바람도 쐴 겸 해서 같이 간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미쳤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따라 가냐”고 했어요. 저도 알아요. 근데 그때 그 대표는 나이도 지긋하고 엄청 점잖아 주변 사람들도 다들 칭찬하는 분이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차를 타고 따라 나섰어요.
근데 아니나 다를까. 차가 향한 곳은 인근의 한 모텔이었어요. 대표는 제가 혼자 사는 걸 알았나 봐요. 그 대표는 “한 달에 세 네 번 정도 만나주면 월급 외에 100만원 정도 더 챙겨줄 것이며, 출퇴근도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결국 잠자리 한번 하는데 25만원이네요. 전 한번에 100만원 주면 할 겁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그 마트를 바로 그만뒀어요(중략).
하지만 가난은 어찌하지 못했어요. 남편과의 추억 때문에 도저히 이 아파트는 못 팔겠고, 당장 생활비는 필요하고 취직은 전혀 안됐어요. 모든 여자들이 돈이 정말 궁하면 그런가 봐요. 결국 저도 룸살롱이나 노래방과 같은 유흥업소로 가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다 제 운명이었나 봐요. 저는 그 당시 마담에게 ‘술과 웃음은 팔지만 몸은 절대 안 된다. 속칭 2차는 안 나간다’고 확실하게 못박아 뒀었어요.
그 마담이 그렇게 하라고 했고요. 그런데 룸살롱을 나간 지 한달 정도 됐을 때였을까요. 돈 많은 유부남의 수표 50만원에 결국 처음으로 몸을 팔게 됐어요. 한번 그렇게 팔고나니 30만원에도 몸을 팔고 20만원에도 팔았어요. 술도 많이 먹게 돼 몸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제 딸에게도 자꾸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중략).
한 달에 한번 쉬는 일요일. 그냥 넋두리라도 해볼까 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남편,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는 거죠? 당신 말대로 자살은 안 했지만, 도저히 재혼은 못할 거 같아요. 제 몸이 너무 더러워졌거든요. 재혼할 남자에게 너무 미안해서라도 재혼은 안 해요. 조금만 더 돈을 모아 작은 옷 가게라도 하나 차려 딸과 함께 오순도순 잘 살 게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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