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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곳에 위치한 시멘트 건물과 골방. 교도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부엌과 놀이시설을 갖춘 ‘육아 교도소’부터 면회객과 재소자가 같은 방에서 잘 수 있는 ‘호텔식 교도소’까지 각국의 교정시설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형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출소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교정 시설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교정 시설을 소개합니다.
투표로 대표자 선출하는 볼리비아 산페드로
볼리비아 행정 수도 라파즈에 위치한 산페드로 교도소는 교도관이 없는 대신 재소자가 직접 교도소를 운영한다. 1500명이 수감된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것은 재소자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 미용실, 호텔. 평범한 마을처럼 보인다. 수감자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투표로 선출된 대표자가 교도소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교도소 안에서 범죄를 다시 저지르면 다른 재소자들이 형벌을 결정하게 된다. 한 달에 최고 1500달러(166만원)를 내면 욕실, 주방, 텔레비전까지 갖춘 방에서 생활할 수 있다. 식생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료품을 팔거나 목수, 미용사 등으로 일해서 돈을 벌어야만 한다. 볼리비아 정부는 넉넉한 숫자의 교도관을 거느리지 못할 만큼 재정상태가 열악해 이와 같은 ‘커뮤니티형’ 교도소를 구상했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머무는 스페인 아랑후에즈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아랑후에즈 교도소(사진)는 세계 최초로 수감자의 육아를 허용한 교도소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수감되면 남은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스페인 정부의 판단에서 착안했다. 정부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재소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3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부부 재소자는 한 방에서 생활할 수 있고, 교도소에는 재소자의 자녀들을 위해 디즈니 만화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놀이터와 간호실도 있다. 아랑후에즈에는 총 36개의 가족 수감실이 있다. 외출 허가를 얻으면 휴가를 떠날 수도 있다. 스페인에는 아랑후에즈 외에도 각 도시별로 ‘가족 교도소’가 운영되고 있다. 감옥 내에서의 자살로 골머리를 앓던 스페인 정부는 일부 재소자들에게 심리상담사의 교육을 받게 한 뒤 동료 재소자들을 돌보게 해 자살률을 낮추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도 가고 싶어한 스웨덴 솔렌투나
스웨덴은 1976년 세계 최초로 남녀 혼성 교도소를 설립하는 등 개방적인 교정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솔렌투나 교도소(사진)에선 웨이트 운동을 마친 수감자가 최신식 기구가 갖춰진 주방에서 마음껏 요리를 할 수 있고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마약이나 음주운전 등 경범죄로 수감되는 사람들은 보안 등급이 가장 낮은 3등급 교도소에 머물게 된다. 이곳에는 창살이 없을뿐더러 경보 시스템도 허술해 탈옥도 어렵지 않은 구조다. 저녁 9시부터 오전 8시까지만 문을 잠글 뿐이며 나머지 시간에는 모든 문을 열어두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재소자들은 시설에 만족하지 못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2005년 재판을 기다리며 자신을 스웨덴 감옥으로 후송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재소자와 교도소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폐쇄하는 교도소가 속출하고 있다. 주변 국가에 비해 범죄율이 낮을 뿐 아니라 경범죄에 대해서는 실형보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이 큰 것도 한몫한다. 반면 이웃나라 노르웨이는 교도소가 모자라 스웨덴 정부에 교도소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감자 1000명이 ‘강남스타일’ 군무 추는 필리핀 세부
관광지로 유명한 필리핀 세부에는 최대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부주 감호·교도소(CPDRC·사진)가 섬 한가운데 있다. ‘춤추는 교도소’로 유명한 이곳은 매일 아침 재소자 1000명이 단체로 춤을 춘다. 2007년부터 재소자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춤을 가르치고 있으며,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원더걸스의 ‘노바디’, 싸이의 ‘강남스타일’ 무대를 재연해 UCC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외부 관광객들에게 교도소 공연을 공개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은 공연장에서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 동영상에서는 재소자들이 죄수복 위에 검정색 티셔츠와 선글라스를 끼고 춤을 춰 화제를 모았다.
음악 감상실, 면회객 숙소 … 노르웨이 ‘호텔 교도소’
노르웨이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 할덴은 2010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감옥이 세워지면서 유명해졌다. 노르웨이 정부가 교도소 건립 당시 2억5000만 달러(2600억원)을 쏟아부어 ‘호텔식 감옥(사진)’을 짓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테니스 코트, 도서관, 조깅 트랙, 호텔식 면회실, 실내 암벽 등반 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재소자를 위한 쿠킹 클래스, 기술 수업 등이 제공되며 가족이 면회를 하면 2인용 침실에서 함께 머물 수 있다. 이들은 죄수가 아닌 ‘교육생’으로 불리며 출소 이후의 삶을 위한 교육을 받게 된다. 미국 타임지는 ‘인권 존중’이라는 교정의 원칙을 실현하는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르웨이에서 범죄자의 재수감 비율(20%)은 미국(67.5%)·영국(50%)보다 훨씬 낮다.
수감자 200명, 교도관 3명 … 오스트리아 레오벤
오스트리아 스티리아주에 위치한 레오벤 교도소(사진)는 건물 외관부터 다른 교도소들과 차별화된다. 통유리로 된 창문과 세련된 건물 외부 디자인 때문에 고급 호텔이나 비지니스 센터처럼 보인다. 교도소 설계를 맡은 건축가 요세프 호헨신은 2004년 건물을 완공하면서 “교정 시설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시설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레오벤 교도소로 명성을 얻은 호헨신은 현재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그라츠에서 교도소 신축 공사를 하고 있다. 레오벤 교도소의 수감자 방에는 텔레비전과 화장실은 물론 간이 화장실, 부엌까지 있다. 가족 면회는 24시간 가능하며 수감자들은 죄수복이 아닌 자신의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다. 헬스장과 농구장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외국 민간 기업에 교도소 운영 맡긴 뉴질랜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마운트 에덴 교도소는 2010년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설 교도소로 탈바꿈했다. 영국 회사 세르코에 인수된 에덴 교도소는 리모델링 작업에 총 2억 달러(2200억원)가 투입됐다. 6층 건물로 새 단장하면서 재소자들은 주위 해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됐다.
뉴질랜드 외에도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민간 경비 업체에 수용자 관리를 맡기는 민간 교도소가 늘어나고 있다. 교도소 수용 인원이 급증하고, 교정 시설의 신축,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최초의 민간 교정시설 업체인 CCA(CorrectionsCorporationofAmerica)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호주 등에 진출해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다. CCA는 1984년 미국 이민국이 단속한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기 전까지 보호하는 시설에 관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민간 교정 사업은 ‘범산복합체(prison-industrialcomplex)’로 불리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경기도 여주에 민영 교도소가 처음 문을 열었다.
10년 간 재소자 폭동 등으로 4800명 숨진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유명 휴양지 마르가리타 섬에 위치한 산 안토니오 교도소 안에는 암묵적으로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교도소 외부에는 권총을 소지한 경비, 저격수와 감시탑이 있어 여느 감옥과 마찬가지로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지만 교도소 내부는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재소자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감옥 안에도 들어갈 수 있고, 미국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의 로고인 토끼 그림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불법으로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마약을 거래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교도소에 대해 “탈옥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2004년 이후 10년 동안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 폭동 등으로 4800여 명이 숨졌으며 99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한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의무실에 난입하면서 13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베네수엘라 교도소의 수감 환경과 폭력 실태를 보고하면서 “지옥 같은 곳”이라고 비판했다. 750명이 정원인 수도 카라카스의 교도소에는 7000명이 수감되어 있는 등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영화 촬영지·관광지로 탈바꿈한 앨커트래즈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근처에 위치한 사크 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도소’ 사크 감옥은 단 2명의 수감자만 수용할 수 있다. 평범한 창고처럼 보이는 이곳은 다른 교도소로 옮겨가는 수감자가 임시로 머무르던 곳이었으며 현재는 관광지로 변신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절벽 섬 앨커트래즈(사진)는 섬 전체가 교도소 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 수온이 낮고 식인 상어가 서식해 탈출이 어려워 주로 흉악범들이 수감됐다. 마피아의 대부 알 카포네와 전설적인 남녀 2인조 강도 보니 & 클라이드가 투옥된 곳이기도 하다. 1962년 세 명의 죄수가 처음으로 탈옥에 성공했으며 다음해 교도소는 재정적인 이유로 폐쇄됐다. ‘더 록’ ‘앨커트래즈의 탈출’ ‘일급살인’ 등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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