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식기를 그려 오세요.”
이달 초,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성(性)과 사회’ 수업을 듣던 학생들에겐 이런 과제가 주어졌다. “자세히 보기 힘든 사람은 거울이나 셀카봉을 이용해도 된다”는 설명도 있었다. 당황한 일부 학생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과제를 거부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런 내용이 SNS와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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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린이 육영회의 '성교육 그림책' 시리즈 중 일부.
“황당한 과제” “어떻게 저런 과제를 내는 교수가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취지” “해외에서는 이런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견해도 있었다. 담당 교수도 “자기 몸에 대한 소중함과 성적 자기 결정권 등을 논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럽이나 국내 일부 성교육 관련 수업에서는 ‘성기 그려보기’와 관련한 과제나 토론이 진행된다고 한다. 호주의 일부 학교에서는 성 관련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둘러 앉아 서로의 성기를 보며 토론을 벌인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 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면서 성기도 그 일부인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라며 “야하거나 음란한 것으로 비하하는 대상이 아니라 눈, 코, 입처럼 있는 그대로의 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된 데 대해 박 부장은 “좋은 교육이라도 소통이 부족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성기를 노출하거나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제의 취지나 교육 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성교육을 하지 않아 대학에 와서야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는 학생이 많다”며 “이런 수업을 처음 접하는 학생일수록 당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수업은 신입생들이 주로 듣는 교양과목이었다. 190명의 학생 중 신입생 수가 126명에 달한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수업시간에 교수가 충분히 설명한 걸로 알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에 따라 차이가 생긴 것 같다”며 “교수도 이번에 과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는 걸 알고 과제를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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