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기 전에 평생 시신을 옆에 두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쩌면 그 약속을 깨야 할지도 모른다. 내 말 한마디에 행복해하던 아내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이제 난 아내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쓰촨(四川) 성 출신인 우리는 34년 전 만났다. 내가 19살, 아내가 15살이던 해였다. 그때의 나는 까까머리 청년이었으며, 무척 가난해서 옷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되어준 당시의 아내는 전혀 나를 깔보지 않았고, 기꺼이 함께 살기를 원했다.
하늘은 무심했다. 행복할 것 같았던 결혼생활이 아내의 ‘백혈병’ 진단으로 산산조각 나고 만 것이다. 아내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건 작년 7월, 손을 쓸 새도 없이 아내는 같은해 12월19일 나와 아들을 남겨두고 하늘로 떠났다.
동네 주민들은 나를 이해해줬다. 심지어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도 아내가 든 ‘관’을 꺼리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데려온 아이들이 관 주변에서 뛰놀도록 허락했으며, 덕분에 우리 집은 아내가 살아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늘 활기가 넘쳤다.
사실 우리 아들은 아내가 죽었을 때 곧바로 화장하길 원했다. 슬픔을 달래느라 며칠은 보낸다 쳐도 지난해 12월이 끝나기 전에는 화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내가 죽고 나서 내가 무려 28일이나 울며 지냈다고 사람들이 그랬다. 아내가 떠난 슬픔이 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아내는 남은 게 몸밖에 없을 만큼 가난했던 내게 온 천사가 아니었던가. 그런 사람을 떠나보냈으니 한 달 가까이 운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는 동안 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그러나 이제 아내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집에 시신을 보관하는 건 법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다.
최근 우리 집에 들른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보관하는 건 병원과 장례식장에서만 허가된다”며 “최장 보관 기간도 5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에 관리를 의뢰하겠다”고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 이 기사는 중국 쓰촨 성에 사는 장 마오더(53)의 사연을 토대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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