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진 20대 임산부가 의식을 잃은 사이 낳은 딸과 7주 만에 재회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잉글랜드 햄프셔에 사는 콜비나 조린(28)은 임신 23주쯤인 지난해 11월,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전부터 이따금 두통을 호소했던 콜비나는 머리를 찌르는 고통에 남편 이름을 외치다 의식을 잃었다.
포츠머스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진 콜비나는 이후 사우스햄튼의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의 증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의료진 때문이다.
사우스햄튼의 의료진은 콜비나에게 뇌출혈 진단을 내렸다. 수술에 들어간 의사들은 10분 만에 그의 두개골을 열고, 엉킨 핏덩어리를 제거했다. 생존확률 10%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 탓에 의료진은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의료진은 콜비나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들은 수술 중 떨어지는 혈압에 혹시나 태아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수술을 집도한 앤디 에이논 박사는 “두개골 여는 것부터 핏덩어리 제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며 “수술 중 떨어지는 콜비나의 혈압이 자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콜비나의 남편 매트(30)는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선생님께서 ‘빠르게 수술을 마치려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본 적 없다’는 말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이었다”며 “아내와 아기 둘 다 잃을까봐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콜비나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다만, 그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콜비나의 아기가 무사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임신 29주가 되었을 때, 콜비나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딸 마이아를 낳았다. 앤디 박사는 “그런 일은 13년 의사 생활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성이 아기를 낳다니 믿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예정일보다 약 4개월 빨리 태어난 탓에 마이아의 몸무게는 3파운드(약 1.36kg)에 불과했다. 의료진의 손길에 두 번이나 몸을 맡긴 마이아는 인큐베이터에서 안정을 되찾았다. 다행히 위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월, 출산 7주 만에 콜비나는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눈을 뜬 뒤, 자신이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콜비나는 의료진에게 딸을 보여달라고 말했으며, 품에 아기를 안고서야 엄마가 됐음을 실감했다. 지금 생각하면 딸을 보고 싶다고 말했던 자신이 우스울 뿐이었다.
마이아는 곧 만 한 살이 된다. 그런 딸을 지켜보는 콜비나는 자신도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던 탓에 근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열심히 재활해 딸을 안고 따뜻한 햇볕 아래 걷게 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콜비나를 돕고 있는 재활센터 관계자는 “환자는 예전 모습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라며 “마이아를 스스로 돌보겠다는 생각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콜비나에게 딸은 인생목표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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