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리버풀 센터 근처 도로.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췄다. 승객들은 의아했다. 기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승객들의 시선은 모두 앞쪽으로 쏠렸다.
버스를 운전하던 스티븐 험프리스(33)는 고개를 돌려 바깥을 내다봤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거리에 한 노숙자가 덜덜 떨고 있었다. 그냥 뒀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버스를 떠날 수는 없었다. 승객들의 편의를 책임지는 기사가 아니던가. 그 대신 스티븐은 옆에 앉은 한 남성 승객에게 5파운드(약 9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넸다. 추위에 떠는 저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패리스 카리파(27)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왔다. 조심스레 다가가 노숙자에게 지폐를 건넨 그는 재빨리 버스로 돌아왔다. 노숙자가 돈 받은 것을 본 뒤에야 스티븐은 버스를 출발시켰고, 무슨 일인가 궁금했던 승객들은 그제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훈훈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티븐의 선행을 지켜본 패리스가 그의 회사로 선물을 보낸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거창하지는 않았다. 와인, 치즈 등 주로 기사들이 소소하게 즐길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패리스는 “스티븐이 나를 부르더니 노숙자에게 돈을 건네 달라고 했다”며 “그의 행동은 승객들을 감동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훈훈한 기억을 안겨준 스티븐에게 보답하고 싶었던 패리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보답하고자 하는 그의 생각을 알게 된 이들은 조금씩 선물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뜻밖의 선물에 스티븐은 놀라면서도 패리스에게 고마워했다.
스티븐은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며 “우리보다 불행한 사람을 돕자는 게 의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큰 선물을 안겨준 패리스에게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스티븐은 사회가 노숙자 등 불행한 이들에게 더 많은 시선을 건네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패리스는 수단 난민 출신이다. 스티븐에게 돈을 받은 것도 노숙자에게 이를 건넨 역할을 한 것도 운명일지 모른다.
“사람들을 돕는 것은 아직 사회가 살만하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선행을 베푸는 사람은 반드시 보답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스 회사 관계자는 스티븐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했다. 관계자는 “우리 직원이 다른 이에게 감동을 줬다는 게 기쁘다”며 “스티븐은 평소에도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티븐에게 선물을 건네준 패리스에게도 고맙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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