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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간] “내가 살아있는 피해자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8월15일 10시56분    조회: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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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생존자 열여덟명의 얼굴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1991년 8월14일 “내가 살아 있는 피해자”라며 처음 공개증언에 나선 지 26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에 등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39명, 그 가운데 202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존자는 37명, 평균 나이는 90.5살에 이릅니다. 피해자들의 궂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헤아리는 건 남은 이들에게도 가슴 무너지는 일입니다. 구순의 나이에도 열심히 역사를 증언하시는 할머니들의 유일한 소망은 일본 정부한테서 진심 어린 사죄를 받는 것입니다.

2017년 여름, 취재를 허락한 할머니 열여덟 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주름 깊게 팬 얼굴 위로 드리운 세월이 지난해보다 한층 무겁게 다가옵니다. 건강 등 여러 이유로 얼굴사진 공개를 원치 않으신 할머니들도 자신의 손과 아끼는 소장품을 내주시며 마음을 담아 동참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덥석 잡아주는 할머니 손의 온기와 손수 쪄낸 감자·고구마, 먼 길 밥값에 보태라며 쥐여주던 쌈짓돈에 절절함이 묻어납니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한마음으로 애써주는 국민들께 “고맙고 또 고맙다”며 카메라를 향해 보여준 할머니들의 미소는, 이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 같습니다. 앞으로도 <한겨레>는 역사의 성실한 기록자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1941년 정신대로 군복 공장에 가 일해야 한다는 말에 일찍 결혼한 언니들 대신 끌려갔다. 중국 광둥과 홍콩, 싱가포르 등 각지를 돌며 고초를 겪었다.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처음 피해 증언을 한 뒤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인권, 평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1941년 정신대로 군복 공장에 가 일해야 한다는 말에 일찍 결혼한 언니들 대신 끌려갔다. 중국 광둥과 홍콩, 싱가포르 등 각지를 돌며 고초를 겪었다.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처음 피해 증언을 한 뒤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인권, 평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희천군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자랐다. 1940년 중국 헤이룽장성의 위안소로 끌려가 만주, 베이징에서 고초를 겪고 해방 뒤 귀국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길 할머니는 지난 5월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으로부터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씨앗기금으로 활용해 올해 ‘길원옥 여성평화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192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하상숙 할머니는 1944년 5월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갔다. 해방을 맞은 뒤에도 “어머니께 차마 위안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노년을 보내던 할머니는 고국에서 손님이 찾아가면 푸짐히 상을 차려 극진히 대접하셨다. 몸은 중국에 있었지만 늘 ‘생의 마지막은 고국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해왔던 할머니는 2016년 초 낙상사고로 건강이 나빠지며 치료를 위해 귀국했다.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광주광역시의 유일한 생존 피해자인 곽예남 할머니는 192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40년 봄 일자리를 알선해준다는 면 서기와 주재소 순사의 지목을 받아 끌려가듯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건너가 해방이 될 때까지 고초를 겪었다. 중국말을 잘 모르던 할머니는 해방 뒤 고향을 묻는 중국 관리에게 ‘광주, 대명(담양)’을 말했으나, 관리가 이를 중국 광동성의 광주로 잘못 이해한 탓에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을 떠돌았다. 현재 폐암 4기인 할머니는 이종조카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김아무개 할머니의 손가락이 하얀 붕대에 걸려 있다. 아기처럼 주먹을 꼭 쥐고 있는 손가락에 습진이 생길까봐 요양보호사가 궁리한 예방법이다. 1924년에 태어난 할머니는 날품팔이로 어렵게 살다가 17살 때 일본순사에게 무차별 연행되었다. 순사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어머니와 이웃 사람들이 말리지도 못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만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으며, 집 한 칸에 같은 또래 10여 명이 거주했다고 증언했다. 1945년 해방되기 며칠 전 일본군 대위가 강제로 일본으로 데려가려 해 그곳을 떠났고, 그뒤 도망쳐 조선인 집에 숨어 지내다 해방을 맞았다. 조선인 피난민 대열에 끼어 군함을 타고 귀국해 식모살이, 날품팔이를 하며 지냈다. 지금은 건강이 많이 나빠진 상태다.
 


충남 보은의 이옥선 할머니는 1930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나 1942년 만주 혜성으로 연행돼 ‘위안부’ 피해를 겪었다. 해방 2년 뒤 귀국했으나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속리산 법주사 근처로 삶터를 옮겼다. 장구 솜씨가 일품이며, 지금까지도 요리와 바느질을 손수 하신다.


 


1918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김복득 할머니는 올해 초 100살 생신을 맞이했다. 1937년 고향에서 중국으로 끌려간 뒤 대만, 필리핀으로 끌려다니며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등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또 2012년 통영여고 장학과 2013년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각각 2000만원씩 기부했다. 평생 모은 전재산이었다.
 


박필근 할머니는 1928년 경북 포항시 죽장면에서 제법 넉넉한 형편의 집안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른들이 논밭에 일하러 간 사이 집에 ‘군복인지 양복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들이닥쳐 할머니를 끌고 갔다. 먼 길 돌아 고향에 돌아온 할머니는 지금까지 아흔의 나이가 무색하게 텃밭을 가꾸고 땔감을 모으며 정정하게 지내신다.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어하시는 할머니는 증언 대신 수박과 음료수를 연신 권했다. 서울 가는 길에 먹으라며 싸준 떡과 옥수수의 온기가 오래 갔다.
 


안점순 할머니는 1928년 서울 마포 복사골에서 태어났다. 1941년 방앗간 앞으로 나오라는 동네 방송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갔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끌려간 할머니는 중국 지역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고초를 겪다 해방 이듬해 겨우 귀향해 노년에 수원에서 조카들과 함께 살고 있다. 평생 홀로 살아 자식은 없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이아무개 할머니는 1943년 중국 위안소로 끌려간 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고초를 겪었다. 중국인 남편과 사별한 뒤 2012년에 이르러서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해 귀국했지만 친척 등 국내 연고를 찾지 못해 경기도 용인의 요양원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어릴 때 가족들이 부른 할머니의 애칭은 ‘복순’이었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용수’라는 이름이 있다”고 늘 힘주어 말씀하시는 이용수 할머니는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4년 동네 언니들과 함께 일본 군인에게 끌려갔다. 평양을 거쳐 타이완 신죽에 있는 일본 가미카제 부대의 ‘위안부’로 보내져 고초를 겪었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부조리를 지적하고 연설하지만, 홀로 잠드는 밤이 무서워 창밖의 달님에게 “달님은 내 마음 아시지요” 말 건네는 여린 마음을 가졌다.
 


이기정 할머니 집 앞에 도착하자 강아지 ‘백구’가 먼저 반긴다. 할머니는 “여기까지 찾아와줘 고맙다”며 따뜻하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2014년 다리에 풍이 들어 넘어진 뒤 수술을 했지만 아직 거동이 불편하다. 1925년 태어난 이 할머니는 1943년에 “간호사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싱가포르로 끌려갔다. 1945년 후반까지 고초를 겪고 해방을 맞았으나 차마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자식을 낳지 못한 할머니가 입양해 기른 아들 부부도 세상을 떠나고, 현재는 손녀가 유일한 가족이다.
 

 


 

1928년에 태어난 김아무개 할머니는 15살 되던 해 ‘처녀 공출’을 피해 대구의 친척집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시장에 가다가 낯선 사람에게 끌려 대구역에서 기차에 태워진 뒤 중국 하얼빈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그곳엔 전부 경상도 여자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다가 1945년 가을, 해방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주인이 모두 나가라고 해 귀국길에 올랐다. 고향에 돌아와 소식을 전혀 모른 채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를 만났다. 나이에 비해 건강해 매일 경로당에 나가 마을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자녀들이 해준 이 반지는 할머니의 손에 늘 머무는 애장품이다.
 


1928년 봄 경북 영일군에서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이 할머니는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1944년 북만주 목단강 위안소로 끌려갔다. ‘위안부 피해’를 알리기 위해 독일과 일본을 방문했던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 당시 임신이 돼 자궁을 적출 당했고 위안소에서 도망치다 일본군에 붙잡혀 엉덩이와 가슴 등에 인두질을 당했다”며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증언했다.

 

1932년에 태어난 김아무개 할머니는 최연소 생존자다. 소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43년에 일본인 담임교사가 근로정신대에 갔다 오면 여중에 입학시켜 준다고 속여 성적 우수자 5명과 함께 일본인 남자 2명에게 연행되었다. 비행기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이후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되었고, 1945년 초겨울 부산으로 배를 타고 귀국했다.
 

192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1942년 일본군 2명에 의해 강제동원되어 만주 호림이라는 낯선 타국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1945년 8월께 만주전쟁으로 인한 폭격 속에서 한국독립군을 만나 평양으로 건너가 해방 소식을 듣고 월남했다. 경기 성남에서 홀로 지내는 할머니는 신앙의 힘으로 힘든 노년을 견디고 있다. 할머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벽에 걸린 예수 성화와 십자가를 가리키며 “할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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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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