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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명 죽은 곳에서 '찰칵'… 인증샷이 뭐길래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8월23일 09시54분    조회: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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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건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그런데 여전히 찍어서는 안 될 곳에서 찍은, '무개념' 인증샷도 계속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찰칵', 멋있는 광경을 봤을 때 '찰칵'…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인증샷(인증사진)' 문화.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증명한다는 의미로 시작된 인증샷은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한 가지 주제로 해시태그 검색만 해봐도 관련 인증샷이 수십~수백 개가 뜬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이용해 각종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하며 상품을 홍보한다. 사진이 금기시됐던 전시회도 사진을 허용하는 곳이 늘었다. '나도 먹어봤다', '나도 여기 가 봤다'는 인증샷이 많아질수록, 제품이나 장소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왼)55m짜리 롯데월드타워에 몰래 올라가 인증샷을 남긴 것으로 주목 받았던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카로프(Vitaliy Raskalov) (오)75층서 위험천만 인증샷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 카얀 타워(75층 높이 307m) 옥상 난간에 안전장치 없이 남자 조수 손에 매달려 사진을 찍은 러시아 모델 비키 오딘트코바의 모습. /유튜브 캡처·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일부 인증샷은 과시욕이 지나쳐 위험천만한 순간을 남기다가 목숨을 잃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지만 문화재나 관광지, 비극의 현장 등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무개념' 인증샷 또한 끊이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무개념 인증샷' 대상 후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그 행동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화재를 훼손하면서까지 사진을 찍었다면, 혹은 그곳이 재난의 현장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상반기에만 해도 여러 곳에서 인증샷을 찍다가 뭇매를 맞은 사람이 많다.


위안부 할머니 빈소 왔어요, '엄지 척'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손혜원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군자(91) 할머니의 빈소에서 양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엄지 척' 자세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24일 고(故) 김군자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손혜원 페이스북 댓글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가 페친(페이스북 친구)들께 '문상 번개'를 신청한 것"이라며 "테이블 붙여서 우리 모두 모여 앉아요. 덕담도 나누고 명단 다 적고 번개 계획도 짜고"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당 사진이 퍼지자 네티즌들은 "보여주기식 추모냐" "상가가 아니라 경사집 같다"는 비난을 했고, 논란이 일자 송 의원은 "잠깐의 감정에 취했다"며 사과했다.
 

80명 숨진 화재 현장 앞에서도 '찰칵'
 

화재로 80명이 숨진 영국 런던 서부의 서민 고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가 관광객들의 '인증샷' 장소로 변모해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그렌펠 타워를 배경으로 웃으면서 셀카를 찍기도 하고, 화재 전소 후 잿더미로 변한 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그렌펠 타워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여성의 모습·대형 화재가 난 런던 서부 지역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데일리메일·연합뉴스
 

지하철역에는 경찰 두 명이 배치돼 방문객들의 이런 '셀카 촬영'을 막는다. 하지만 경찰이 계속 이런 관광객을 막아야만 하는 세태에, 영국 네티즌은 분노했다. 이들은 "웃는 셀카 사진을 보고 토할 뻔했다"며 희생자에 대한 존중이라곤 찾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비극의 장소에서 인증샷을 남긴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목포 신항만을 방문해 세월호를 배경으로 마치 기념사진을 찍듯 인증샷을 남긴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들이다.


7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에서 목포시의원을 포함한 국민의당 관계자 10여 명이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은 지난 4월 박지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박준영 의원, 목포시의원 등 관계자 30여명이 세월호 수습 현황을 확인하고자 목포신항만을 방문했다. 박 대표 등이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으로부터 작업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던 중 동행한 시의원 3명은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백 명이 희생된 참사를 겪은 세월호 앞에서 마치 관광지에 온 듯 인증샷을 찍은 행위에 비난 여론이 일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다 물의를 일으켰던 안전행정부 송영철 국장은 직위 해제됐다.

해부용 시신 앞에서 인증샷 찍은 의사들

의사들이 해부용 시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소셜미디어에까지 올려 공분을 샀다. 의사 5명은 사진에서 해부학 실습용 시신 앞에서 팔짱을 끼거나 웃음을 띤 채 사진을 찍었다.

서울 유명 모 성형외과에서 수술 도중 파티를 하는 모습·해부용 시체 앞에서 팔짱을 끼거나 웃음을 띤 채 기념사진을 찍은 의사들·수술 도중 인증샷을 찍어 논란이 된 중국 의사들. /방송캡처·소셜미디어 캡처
 

시체 해부·보존법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위반 시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에게 각각 과태료 50만원씩을 부과했다.

지난 2014년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환자가 마취 상태로 누워 있는 가운데 의료진들이 생일 축하파티를 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보 문화재 위에 올라가봤어요!


술 취한 여대생 3명이 1400년 된 국보 제31호 문화재인 경주 첨성대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다.

이들은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안전펜스를 넘어 첨성대 위로 기어올라 기념사진을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CCTV를 보면 이들은 처음엔 기단석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나중엔 첨성대 벽면을 타고 올라가 첨성대 상부의 네모난 관측 창문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술에 취한 대학생 3명이 국보 제31호인 첨성대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주CCTV관제센터 CCTV영상을 캡쳐한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모습을 목격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해 A씨 일행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여행차 경주를 찾았다가 술에 취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보 촬영 중 고목(古木) 꺾은 연예인?

방송인 예정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주 한옥마을에서의 인증샷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경기전의 100년 된 고목이자 명물 매화인 '와룡매' 울타리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출입 금지의 의미로 쳐놓은 울타리에 들어간 데다, 그의 손에는 매화 가지가 들려 있어 100년 된 매화나무를 꺾은 것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예정화 인스타그램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추후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에 보이는 꽃은 촬영용 소품이다. 매화나무를 훼손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예정화는 해당 게시물을 SNS에서 삭제한 상태다.

왜 이렇게 찍어대는 걸까?

과도한 셀피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하는 일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찍으면 안 되는 곳에서 굳이 인증샷을 남겨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는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자극적이고 과격한 인증샷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야만 본인이 소속된 집단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증샷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려는 심리적 현상 때문에 소중한 문화재뿐 아니라 타인의 죽음, 재난 현장까지 이용당하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무조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것도 무개념 인증샷을 낳는 원인이 됐다. "나 이거 해봤다", "나 이거 먹어봤다"는 과시욕으로 인해 습관적인 셀피와 인증샷을 찍고 있다.

기록 강박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는 "향유(享有) 문화의 부재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이 기록만 해 놓으면 자기 것이 된다고 착각한다. 관광지에서 '증명사진'만 박고 떠나는 문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기술 발달이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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