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사물이나 세상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어버리면 누구든지 죽음을 앞에 둔 노인일 뿐이죠. 언제나 행동하면서 꿈꾸며 살고 싶어요."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최고령의 나이로 학사 학위를 받은 박병규 전 총경(83)은 24일 뉴스1과 전화인터뷰에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 열린 2017학년도 방송대 학위수여식에서 경제학 학사를 받았다. 무려 4번째 학사 학위다.
박 전 총경은 초대 대전 동부경찰서 서장을 역임하고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퇴임하기 전까지 32년 간 경찰 제복을 입었다. '일을 하지 않고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그는 퇴임 후에도 직업을 가지려고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직업을 가지려고 하면서 방황하다 보니까 영어 알파벳도 까먹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충남대학교 법학과 2학년을 마치고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중퇴했던 그는 항상 공부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한 언론을 통해 대학교에 다니는 92세 노인의 기사를 접하고 영감을 받았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운 박 전 총경은 서점에서 중고등학생용 영어·중국어·일본어 교재를 사 독학을 시작했다. 한 기업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무료 컴퓨터 기초과정도 수강했다.
공부에 재미를 붙이니 자격증도 취득해보고 싶어졌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한 박 전 총경은 1999년도 제10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 64세 최고령으로 합격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한문 실력 덕에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당당히 졸업한 박 전 총경은 이어 컴퓨터과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아무리 노인이라도 컴퓨터는 할 줄 알아야 살 수 있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게는 생소한 컴퓨터과학이 큰 도전이었다. 자식·손자뻘 학우들과 그룹스터디를 하고 이들을 따라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 용어가 전부 다 영어로 돼 있기도 하고, 컴퓨터에 꼭 필요한 이산수학이라는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많이 어려웠다"면서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 함께 재학 중인 학우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두번째 학위를 취득한 박 전 총경에게 큰 슬픔이 찾아왔다.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가 2012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가 슬픔을 이기기 위해 택한 방법도 공부였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고 '이제는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살림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택한 전공이 식품영양학이었다"고 말했다.
세번째 학위도 3년 만에 거뜬히 취득한 박 전 총경은 네번째 전공으로 평소 공부해보고 싶었던 경제학을 택했다. 2015년도 2학기에 경제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그는 2년 반 만에 네번째 학위를 받게 됐다.
고령의 나이에 대학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 전 총경은 자신보다 젊은 학생들을 쫓아가기 위해서 같은 책도 남들보다 두세번씩 더 읽었다고 한다. 그는 "한 교수님이 '머리가 쥐가 나도록 공부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하니 머리가 덜 녹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젊은 학생들과 공부를 하니 젊어지는 기분이 들고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박 전 총경은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16년간 공부했던 4개 전공을 복습할 예정이다.
'열정과 꿈이 있고 공부하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이라고 강조한 박 전 총경은 다음 학위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다섯번째 학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건강'을 꼽은 그는 수십년간 해온 아침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 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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