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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무서워서 어디 잠이나 자겠어요. 오늘은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7일 새벽 2시.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주민센터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11시쯤 "우르르 쾅"하는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단설 유치원 건물이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면서 붕괴한 것. 동네 주민 김경순(67)씨는 "자다가 ‘쾅쾅’ 전쟁 소리에 벌떡 깼다"고 말했다.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유치원 10도 기울어져
동작소방서와 동작구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1시 22분쯤 상도동 198-47번지 다세대 건물 신축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토사가 유출됐다. 공사장과 맞닿은 유치원 지반(地盤)을 받치던 흙도 침하하면서 건물이 10도 기울었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모두 학교를 떠난 늦은 밤 발생한 사고라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 낮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됐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교육청은 7일 상도초등학교 단설 유치원 임시휴원 명령을 내렸다.
소방당국·한국시설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유치원 건물은 기둥이 모두 파괴될 정도 충격을 입었다. 정수형 한국시설안전공단 본부장은 "유치원 건물은 기역(ㄱ) 모양 두 동(棟)인데, 기울어진 동은 기둥이 모두 파괴되어 사용할 수 없다. 철거해야 한다"며 "나머지 동은 기울어진 동과 접합 부분만 손상됐고, 추가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축 공사현장은 연면적 936.8㎡(약 283평) 규모로 노후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6개 동 49가구 다세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곳이다. 두 달여 전부터 지하층 흙 파기 공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흙막이는 폭 50m 가운데 40m가량이 무너졌다. 토목공사는 80%가량 진행된 상태였다.
흙막이가 무너진 배경으로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본부장은 "비가 많이 와서 지반이 연약해진 부분도 있고, 시공했을 때 적절하게 시공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 않았겠느냐"며 "사고조사위원회를 열어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부사장은 "많은 비와 설계·시공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청은 이날 중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새벽 4시까지 잠 못 이루는 주민 "불안하다"
이 사고로 인근 주민 22세대 38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이재민 가운데 ‘와병 환자’ 노모(77)씨는 동작경희병원으로 이송됐다.
반바지와 잠옷, 슬리퍼 차림으로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이날 새벽 4시까지 동네를 서성였다. "잠을 자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주민 박모(65)씨는 "자려고 누웠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에 밖에 나왔다가 지금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 대부분 집 밖으로 뛰쳐나와 한동안 모여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모(68)씨는 "비가 더 오면 심하게 무너지는 거 아니냐. 이 새벽까지 잠이 안 온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조선일보
상도초 학부모 강모(43)씨는 "건물이 무너지기 전부터 공사 현장을 보면서 불안하다고 생각했다"며 "유치원에 사람이 있을 때 무너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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