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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러 정찰총국 스파이들… 지난 10년 해킹 낱낱이 드러나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0월6일 08시33분    조회: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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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OPCW 해킹작전 발각돼… 美, 요원들 신상 공개
 
러시아 군(軍) 첩보조직인 정찰총국(GRU)의 불법 해킹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저지른 수많은 스파이 활동이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3개국 공조 수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 법무부와 영국·네덜란드 방첩 당국은 4일 반년간의 공조수사로 밝혀낸 러시아 GRU의 스파이 활동과 요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미국은 이들을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세계 스파이 역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그 활동 전모가 물증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러시아로서는 치욕적인 사건이다.
 
러시아 GRU 스파이들이 미국 등에 포착된 것은 영국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에 대한 독극물 '노비촉' 독살 시도 사건이 발생하고 약 한 달쯤 뒤인 지난 4월 10일이다. 전문 해킹 요원 2명과 지원 요원 2명 등 GRU 요원 4명이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4월 러시아 정찰총국(GRU) 요원들이 스파이 활동을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왼쪽 사진). 네덜란드 당국이 4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얼굴을 검게 가린 사람은 러시아 대사관 직원이다. 이들이 네덜란드 입국 때 가지고 왔던 안테나와 노트북PC, 해킹 장비 등은 수사 당국에 압수됐다(오른쪽 사진).
/AP·AFP 연합뉴스
 
이 4명은 '치명적 실수'들을 저질렀다. 이들은 애초 차례대로 번호가 찍힌 러시아 외교관 여권으로 한 비행기에 타고 모스크바 공항에서 출발했다. 당연히 스히폴 공항의 입국심사요원은 이 여권 소지자들을 눈여겨봤고, 공항에서 러시아 대사관 직원을 만나고 차량을 렌트해 헤이그로 떠나는 순간부터 바로 감시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솔즈베리에서 수거된 노비촉의 생산지와 성분을 분석 중인 헤이그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건물과 인접한 호텔에 투숙했고, 호텔 야외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놓고 OPCW의 와이파이 무선네트워크를 해킹해 노비촉 수사 정보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영국 정보기관 MI6와 네덜란드 경찰은 4월 13일 호텔에서 이들을 검거하고, 차량에서 안테나와 노트북 PC, 무선네트워크 해킹 장비 일체를 압수한 뒤 이들을 추방했다.
 
뜻밖에도 당시 압수한 이들의 노트북 PC에 '엄청난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이 4명이 속한 GRU의 26165 부대가 진행한 해킹 사례가 수두룩하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 스크리팔 부녀의 독극물을 '노비촉'으로 최초 식별한 영국 국방연구소 해킹 자료는 물론, 2008년 이후 미 원자력 개발사인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에 대한 해킹 이력, 2014년 친(親)러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말레이시아 민항기(MH17편) 격추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 해킹(2016년 12월 16~22일),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을 조사하는 캐나다·미국의 세계 반(反)도핑기구 실험실에 대한 해킹(2016년 12월~2017년 1월), 2016년 12월 미 대선 당시 민주당 서버 해킹 사실 등이 줄줄이 나왔다.
 
이 노트북에선 또 모스크바 출국 전날, 구글맵으로 OPCW 건물과 인접 호텔의 위치를 확인한 것도 드러났다. 심지어 귀국 후 청구하려고 출국 당일 GRU 본부에서 공항까지 타고 간 택시요금 영수증까지 갖고 있었다. 이들은 이처럼 수많은 증거를 남겨놓고는, 나름대로 흔적을 없애려고 호텔방에서 마신 맥주 캔과 음료수병은 모두 수거해 렌트 차량에 실어놓았다.
 
영국 언론은 우주개발과 함께 세계 최고라던 러시아의 첩보활동이 이렇게 엉성한 것에 주목한다. 이 4명은 스크리팔 부녀(父女) 독살미수범 2명과 마찬가지로, 일련번호가 이어지는 여권을 갖고 늘 함께 움직였다. 또 자신의 소속과 과거 범행이 드러나는 자료들을 소지해, 비밀 엄수의 기본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평소 "러시아 첩보요원은 보이지 않게 모든 곳에 있어야 하고, 위장에 능숙해야 한다"던 KGB 간부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선 매우 당혹스러운 실패일 수밖에 없다.
 
더 타임스는 러시아 최고 첩보기구들이 난공불락의 명성에도, 1970년대 이후 관료주의가 만연해지고 '예스맨'으로 가득 차며 따분한 조직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냉전 말기부터 변절 스파이가 속출하면서, 허상(虛像)에 가려졌던 내부의 제도적 실패가 적잖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영국 하원의 톰 터겐핫 외교위원회장은 "푸틴의 부패한 탐욕이 GRU를 멍청한 아마추어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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