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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대전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김춘희씨가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지난 27일 간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31일 밝혔다. 향년 42세.
기증원에 따르면 김씨의 아들(16)은 지난해 심장이식을 받은 수혜자였다. 그런데 엄마인 김씨가 갑작스런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됐고, 그 가족들이 장기 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다.
김씨의 아들은 지난해 희귀심장병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의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장기 기증을 통한 심장이식 외엔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태가 됐다. 심장은 산 사람이 기증할 수 없는 장기다. 누군가 뇌사 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길에서, 기증을 결심해줘야만 가능하다. 김씨 가족들은 힘든 기다림 끝에 세상을 떠나는 누군가의 결심 덕분에 기적적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후 1년, 이번엔 운명의 장난처럼 엄마 김씨가 안타까운 사고로 뇌사상태가 됐고 이제는 반대로 낯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 아들의 이식 수술에 누구보다 더 감사하고 행복해하던 엄마였다. 기증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수혜자에서 이제는 기증을 선택해야 하는 기증자가 되자 그의 가족은 이름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가족의 장기 기증을 결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김씨는 생전에 “만약 내가 뇌사상태가 된다면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들이 기증으로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도 희망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한 것이다.
남편 노승규씨는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처럼 아내가 누군가를 살려서 그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노씨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기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증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3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김씨는 대전에서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나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에게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21살에 남편을 만나 1남 1녀의 자녀를 뒀고,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힘든 업무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희생하고 아낄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한다.
김씨의 딸은 “엄마와 친구 같은 사이로 대화도 많이 하고 늘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올해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어 엄마와 멀어진다는 것이 너무 싫었었는데, 이렇게 다시는 보지 못 할 곳으로 가셨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이 기증으로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살아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먼저 가족들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뇌사 장기 기증은 누군가에게 새 삶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숭고한 생명나눔을 결정해준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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