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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전설’ ‘패션의 황제’로 일컬어진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타계하면서 막대한 유산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의 반려묘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로 불리는 슈페트가 상속받게 될 지분도 관심사다.
새하얀 털에 파란 눈, 고고하고 도도한 표정과 자세의 슈페트는 인스타그램(@choupettesdiary) 등 소셜미디어에서 17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수퍼스타 고양이다. 그를 본 딴 캐릭터 브랜드도 나와 있고 그에 관한 화보집(『Choupette:ThePrivateLifeofaHigh-FlyingFashionCat』)도 출간된 바 있다. 『보그』를 비롯한 유수 패션잡지에도 세계적 모델들과 나란히 등장했다.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 광고와 독일 자동차 오펠의 판촉 달력에도 출연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86세를 일기로 타계한 라거펠트는 생전에 슈페트를 2011년 친분이 두터운 프랑스 출신 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에게서 ‘뺏다시피’ 데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슈페트의 초상화를 직접 그렸고 패션 사진을 종종 찍었다. 슈페트가 광고·화보집 등의 활약으로 벌어들인 자산만 300만 유로(약 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라거펠트는 슈페트에게 보모 2명과 경호원 1명을 붙여주고 자신의 전용기에 함께 태우고 다녔다. 파리의 유명 요리사에게 의뢰해 킹크랩과 훈제 연어, 캐비어 등이 혼합된 전용 사료를 먹였다. 식사할 땐 사람처럼 테이블에 앉혔다. 라거펠트는 슈페트를 “인간과 똑같은데다 장점이 있다. 말이 없다는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고양이 사료 광고는 거절했다. 그런 걸 하기엔 “너무 세련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버만 고양이(Birmancat) 품종으로 알려진 슈페트를 “내 세계의 중심”이라고 칭하면서 “그의 우아함과 태도에서 늘 영감을 받는다”고 예찬했다. 2013년 인터뷰에선 “할 수만 있다면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거펠트는 생전 자신이 죽은 후에도 슈페트가 현재와 같은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그의 유언장에도 관련 내용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프랑스법을 따르면 고양이에게 유산을 남길 수 없지만 라거펠트는 독일 출신이다. 라거펠트는 이에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라서 괜찮다"고 답한 바 있어 독일법에 따라 유산이 슈페트의 이름으로 신탁에 맡겨질 수 있다.
해외 자산집계 사이트들에 따르면 라거펠트는 2012년 기준 1억 2500만 달러(약 1400억원) 상당 자산을 보유했다. 그의 사후엔 유산이 2억 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세계 전역의 호화 아파트·저택을 소유하거나 그곳에서 거주했던 라거펠트는 2007년부터 파리 볼테르 부두의 아르데코풍 19세기 저택에서 살았다. 소문난 애서가이자 독서광으로서 그가 소유한 장서는 약 30만권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라거펠트는 공식적으로 결혼하거나 가족을 가진 적 없어 그의 자산이 누구에게 상속될지는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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