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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알제리를 20년째 이끌고 있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82·사진)이 3일(현지시간) 또 한번의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알제리에도 없는 그의 5선 도전에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대선의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밤 등록 절차를 마쳤다. 그는 선거캠프 책임자인 압델가니 잘란 전 교통부 장관이 대독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조기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시위대, 특히 조국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한 젊은이들의 외침을 들었다”며 “새로운 정치체제의 탄생을 알리는 헌법을 채택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출마 반대여론을 잠재우려는 카드로 풀이된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대선 출마 선언도 캠프 관계자가 대신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스위스 제네바의 한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201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그는 이듬해 4선에 성공했지만 공식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알제리에선 최근 연일 ‘부테플리카 5선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3일 수도 알제에서 대학생을 주축으로 한 수천명의 시위대가 “5선은 안된다”고 외쳤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알제리인 6000명이 반대시위를 했다. 수만명이 거리로 나선 지난 1일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183명이 다쳤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다.
야당 지도자인 알리 벤플리스 전 총리, 압데라자크 마크리 사회평화운동 대표 등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며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벤플리스 전 총리는 “병든 대통령의 출마를 위한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알제리는 1962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현 여당인 민족해방전선(FLN)이 대부분 집권했다. 야권 세력이 약하고 분열돼 있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다만 알제리 중위연령이 28세로 갈수록 젊은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과거 신망이 두터운 정치인이었다. 1950년대 프랑스에 맞서 FLN 소속으로 독립투쟁을 벌였다. 독립 이듬해인 1963년 26세의 나이로 외무장관이 돼 15년간 일했다.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격렬한 내전 뒤 1999년 대선에서 군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승리했다. 개방·개혁 조치를 취하고 이슬람 무장세력을 진압해 내전 악몽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2014년 유가 하락 여파로 탄화수소 수출에 의존하던 경제가 흔들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가 기초식량, 주택, 교육 등에 대한 보조금을 깎자 반정부 여론에 불이 붙었다. 청년 실업률은 30%에 달했다. 대통령의 형제와 군부가 그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대리통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근 유럽 국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알제리 정부가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직을 감시·경계하고,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돌려보내며 유럽에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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