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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시신 업고 학교 운동장이라도 뛰어야 답답함 풀릴까요"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4일 07시34분    조회: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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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에서 아들 죽음에 대한 정확한 상황 설명을 해주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때까지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난달 25일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김모(15)군 아버지의 말이다. 김군은 학교 자습시간에 도덕 교사에게 혼난 뒤 학교 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김군의 아버지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이 아들이 죽은 날 찾아와 미안하다고 하길래 그 속은 오죽하겠나 싶어 별 말 안했는데 이후에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해도 들을 수가 없다”며 “아들 시신을 둘러업고 학교 운동장이라도 뛰어야 내 답답함을 풀어 줄까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30분쯤 포항 북구의 한 중학교 5층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김군은 이날 2교시 도덕 시간에 교사에게 “선정적인 만화책을 봤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도덕 교사가 감기로 수업을 못 해 자습을 하던 중이었다. 김군은 “성인물이 아니라 여성의 그림이 담긴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도덕 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뭐냐”고 했고, 주변 학생들이 웃었다. 

도덕 교사는 김군에게 벌로 20분 정도 얼차려를 줬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체육 시간이 끝날 때쯤 김군은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혼자 남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중학교 폐쇄회로TV(CCTV)에는 김군이 4층 교실과 5층 복도를 오가며 투신을 고민한 흔적이 나온다. 김군의 도덕 교과서엔 “내가 잘못은 했지만, 무시받았다. 살기 싫다. 내용은 확인도 안 하고. (책 빌려준) 친구는 혼내지 말라”라는 유서 형태의 글이 적혀 있었다. 

김군의 아버지는 이 모든 상황을 경찰에게서 들어야만 했다. 그는 “1일엔 경찰에게서 도덕 교사가 책을 옆자리 친구에게 넘겨 ‘이 책에서 야한 그림을 더 찾아봐라’고 했다는 이야길 전해 들었다”며 “주변에 친구들이 다 웃었다는데 이게 진정한 훈계가 맞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 교사가 그때 상황을 제일 잘 아니 한 번만 설명해주면 될 텐데 이렇게 경찰에게 하나씩 추가로 들을 때마다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의 시신은 현재 포항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유족은 지난 1일 부검을 마친 뒤 장례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학교 측의 묵묵부답에 장례식을 미루기로 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소극적인 성격에 부끄러움도 많았지만, 학교와 교사들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며 “학교에 남은 아들의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학교로부터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아무래도 예민한 사안이니 유족에게는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워 이렇게 됐다”며 “유족 측이 원하는 바를 말하면 의사를 존중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군을 훈계한 도덕 교사에게는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일 도덕 교사 A씨(37)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 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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