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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국 국적 여성이 국내 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양악수술이란 위턱인 상악(上顎)과 아래턱인 하악(下顎)을 동시에 잘라내 턱의 위치와 모양을 바로잡는 수술로, 상당수 미용 목적으로 이뤄진다. 법원은 '해당 병원 의사들이 수면마취 중이었던 환자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다'며 10억원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유석동)는 지난 2016년 중국 여성 A씨와 그 부모가 B병원 원장 박모씨와 의사 최모씨, 이모씨 등 의사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해 원고들에게 10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중국 톈진에 사는 A씨는 한국에 입국해 2016년 1월 7일 의사 박씨가 운영하는 B병원에 입원, 양악 수술을 받았다. 그는 중국민생신탁공사에 근무하던 재원이었다. 이날은 A씨의 29살 생일이 지난 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B병원은 이날 오후 2시 20분 A씨의 수술을 시작했다. 의사들은 A씨에게 프로포폴을 정맥 주사한 후 수술을 시작했다. 곧바로 A씨는 깊은 잠에 빠졌고, 의사들은 양쪽 턱뼈를 잘라낸 후 상처를 봉합했다. A씨는 오후 3시 24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혈중 산소포화도(산소농도)가 90% 내외로 떨어졌다. 정상인의 산소포화도는 95~100%다. 의료진은 기도로 공기를 넣어주는 기기(에어웨이)를 조정했고, A씨의 산소포화도는 95%로 회복됐다.
5분 후 A씨는 호흡곤란 증상이 다시 발생했다. 의료진은 에어웨이를 재조정하고 산소 압력을 끝까지 올렸지만 A씨의 산소포화도는 85%로 떨어졌다. 마스크팩을 채웠음에도 A씨의 혈중 산소농도가 71%까지 떨어지자 의사들은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1분 사이 산소포화도는 62%까지 추가로 떨어졌다. 의료진은 3시 34분 심폐소생술을 시작, 기도 내에 튜브를 넣고 수동으로 산소를 공급했지만 때가 늦었다. 사람은 산소공급이 끊긴 후 5분이 지나면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는다.
의료진은 오후 4시 16분에야 119 구조대에 연락했다.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실 도착 당시 A씨의 맥박은 있었지만 호흡은 없었다. A씨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A씨는 수술을 한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한국에 와 가족이 이 사실을 아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2월이 되어서야 A씨는 톈진 소재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의 부모는 B병원과 그 의사들이 △환자상태 관찰의무 위반 △적절한 응급조치 미실시 △설명의무 위반 등 과실로 인해 A씨가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렀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B병원은 사고 후 곧바로 폐업했다.
A씨 측은 "깊은 진정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포폴 수면마취를 할 경우, 수술에 참여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의료인이 필요함에도 병원이 이같은 조치를 하지 않아 A씨의 호흡곤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적절한 응급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포폴을 맞은 상태에서 환자에게 산소공급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하지 못했고, 프로포폴을 사용한 수면마취는 호흡억제, 저혈압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본래 환자에게 기존에도 심장근육 관련 지병이 있었고, 수술 전에도 술을 마셔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심장회복 기능이 늦어지고 뇌손상이 가중됐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프로포폴 투여량이 절대적으로 많지 않은 이상 프로포폴 투여로 인한 호흡곤란 발생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프로포폴 수면마취시 수술에 참여하지 않고 눈으로 호흡에 따른 환자의 가슴 움직임을 확인하는 등의 감시를 하는 독립된 의료인이 필요함에도 병원측은 별도 의료진을 수술에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구강용 에어웨이를 삽입해도 호흡이 관찰되지 않았을 경우 늦어도 5분 이내에 안면마스크를 통한 환기나 기관내 튜브를 삽입해야 했음에도 병원 의료진은 호흡곤란증상이 다시 발생해 산소포화도가 85%로 떨어지고 나서 7분이 지난 상황에서 그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봤다. 환자의 알콜 질환으로 뇌손상이 발생했다는 의사들의 주장 역시 배척했다.
다만 법원은 프로포폴은 널리 임상에서 사용되는 마취제로 A씨에게 투여한 프로포폴 용량이나 투여방법 자체엔 문제가 없었던 점, 투여방법을 준수할 경우 A씨에게 부작용이 초래될 것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의사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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