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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대형 화재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최근 복구과정에서 불거진 ‘건강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화재 당시 내부 골조에 쓰인 납 300t 이상이 녹아내린 뒤 연기와 함께 입자 형태로 성당 주변 수백 m 밖까지 확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수도권 일드프랑스 광역행정청은 26일 성당 복구공사를 중단했다. 성당 인근 학교와 보육원 등도 임시 폐쇄했다.
납 오염 논란이 제기된 건 5월부터다. 당시 납 오염 우려가 제기되자 일드프랑스 보건소는 성당 인근 출입금지구역의 토양을 검사했다. 그 결과 토양 1kg당 납이 최대 20g으로, 프랑스 보건부 기준치(kg당 0.3g)의 67배에 달했다. 중금속인 납은 미세분진에 흡착돼 호흡기나 입으로 들어간다. 납에 중독되면 실명, 사지 마비, 기억 손상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당시 보건당국은 “성당과 근접한 출입금지구역 외에는 기준치를 넘는 납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납 오염 위험성 축소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초 현지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와 환경단체들은 성당 주변뿐 아니라 주변 수백 m까지 허용 기준치의 400∼700배에 달하는 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보건당국에 책임을 물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성당 복구공사가 중단되기 전인 이달 17일 기자가 공사현장에 찾아갔을 당시 만난 한 관계자는 “작업복 등으로 철저히 무장했고, 하루 업무가 끝나면 모두 폐기한다”면서도 “화재로 일대에 납 오염이 확산돼 겁난다”고 말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로뱅 데 부아’의 자키 본맹 대변인은 “휴가철을 맞아 수많은 관광객이 노트르담 성당 주변을 찾아오지만 납 중독 관련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옷이나 신발을 통해 납 분진이 더 많은 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행자들의 신발 밑창을 통해 납이 파리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성당 인근 생미셸역은 지난달부터 일시 폐쇄된 상태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여행객들은 납 오염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성당 주변 흙바닥이나 시설에 손을 대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멕시코인 여행객 페르난데스 씨(56)는 “성당 주변에 최소한의 경고 표지판이라도 달아야 하지 않나”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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