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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보며 결혼생각 접은 딸···양육비에 두번 버려진 아이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8월6일 05시08분    조회: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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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57)씨의 남편 김모씨는 1998년 7살, 5살 남매를 둔 채 집을 나가 연락을 끊었다. 2004년 이혼 소송을 시작한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은 대법원까지 가는 3년여의 재판 기간 더 깊어졌다. 

박씨에 따르면 20년 넘게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집 나간 남편이 보내온 양육비는 290만원 정도였다. 박씨는 양육비 지급 명령을 법원에서 받았지만, 그동안 남편은 이 명령을 어긴 죄로 구치소에 가지 않기 위한 돈만 보내왔다. 

박씨는 “차는 전 남편 어머니 이름으로, 집은 미국에 사는 형 이름으로 해놓으니 재산 분할 신청은 어려웠다”며 “주소도 엉뚱한 곳으로 해놔 실제 사는 곳을 알아내 압류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전 남편은 몇 번의 새 가정을 꾸렸다”고 말했다. 

박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아이들의 고통이었다. 성인이 된 딸이 “아빠 같은 남자 만날까봐 결혼 안할래”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박씨는 가슴이 미어졌다. 박씨는 “나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갖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울었다. 


10명 중 7명은 양육비 못 받아
통계청에 따르면 박씨가 생활했던 것처럼 한쪽 부모만 미성년자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은 2017년 215만 가구다. 전국 10집 중 한 집은 한부모가정이란 얘기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정 가구주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양육비를 한번도 받은 적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73.1%였다. '과거엔 받았지만 최근엔 받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도 5.7%였다. 

한부모가정은 월 평균 소득도 220만원으로, 전체 평균(389만원)보다 낮았다. 


“양육비 지급의 목표는 돈 아닌 아이에 대한 관심”



이에 양육비를 못 받는 피해자들이 모여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을 결성했다. 양해모는 지난해 9월 카페 개설을 시작으로 법률개정촉구 시위와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월 이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후 국회의원과 함께 공동기자회견도 열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 3명을 홀로 키우는 아버지 박모(44)씨도 양해모 회원이다. 박씨는 “아무래도 아이 키우는 게 가장 힘들다”며 “아이들이 어려 이혼하고 몇 년 동안 두 시간 정도만 잤다. 하던 일도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아이 엄마는 양육비는커녕 면접교섭도 하지 않으면서 최근 재산분할 소송을 걸었다"며 "전 부인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놀러 다니는 사진을 보고 아이들이 울 때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게 엄마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낸 보고서 『양육비 이행률 제고를 위한 이혼법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이혼은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다양한 형태의 영향을 미친다. 이혼가정 아동은 일반 가정 아동보다 반사회적 행동 문제를 보이는 비율이 높고 자아존중감이 낮다고 한다. 

또 대인관계나 이성 관계를 회피하는 성향도 있다. 그만큼 이혼 뒤에도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이어져야 한다는 게 이 연구의 메시지다. 

강민서 양해모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돈이 아니라 양육비 지급을 통해 비양육자도 실질적인 양육자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양육비를 안 줘도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꾸 버려지게 된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육비 지급이 되는 집에선 떨어져 사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이를 만나고 관심을 갖는 비율이 높다"며 "그동안 못봤던 부모를 만나는 아이들은 확연히 밝아진다"고 덧붙였다. 


“양육비 지급률 높이기 위해서는 이혼 연습 필요”
전문가는 양육비 미지급의 원인으로 갈등이 증폭되는 이혼과정을 꼽았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혼과정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들추어내는 유책 공방보다는 이혼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한다”며 “이혼 과정에서 부모 양측에 상담 지원을 강화해 갈등을 완화시키고 이혼 뒤에도 부모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성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혼 과정에서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양육비 지급자가 자녀를 만나는 일)을 실제로 연습해보면서 이혼 뒤 실제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부모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인 배인구 변호사는 “양육비를 지급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데도 일부러 지급하지 않는다면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했고, 직접 양육하지 않더라도 부모란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며 “미성년 자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양육비는 제대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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