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불난 광주 아파트
추석 전날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50대 부부가 숨지는 등 일가족이 참변을 겪었다. 화재 당시 이웃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창문에 매달려 있던 딸을 구조했다.
12일 광주 광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0분께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났다.
현관과 가까운 거실에서 치솟기 시작한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당시 잠을 자고 있던 A(54)씨 가족 등은 급히 대피에 나섰다.
A씨와 딸 B(22)씨는 주방 다용도실 좁은 창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피해 탈출을 시도했다. '불이야', '살려주세요' 등 비명을 들은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부녀를 돕기 위해 화재 현장 주변으로 모였다.
이때 주민 1명이 단지 내 재활용수거장에서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담은 포대를 들고 와 화단에 놓기 시작했다. 다른 주민들도 덩달아 수거장과 화단을 오가며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쌓았다.
부녀가 난간에서 떨어질 상황을 대비해 일종의 '에어매트'를 만든 것이었다.
그 사이 건너편 동 건물 주민 양모(46)씨는 급히 계단을 이용해 불이 난 집 아래층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양씨는 양해를 구하고 부녀가 매달린 창문 바로 아래 창문에 몸을 반쯤 내민 채 팔을 뻗었다.
딸 B씨가 버티다 지쳐 떨어지는 순간 양씨가 B씨의 다리를 붙잡았다. 양씨가 이후 아버지 A씨도 구하려 했으나 A씨는 안타깝게도 화단에 쌓인 재활용 쓰레기 더미 바로 옆 지면으로 추락, 숨졌다.
앞서 아들(23)과 아들 친구(24)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몸을 피했다. 이들은 화상과 찰과상 등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A씨 아내 C(51)씨는 현관 인근 신발수납장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감식을 벌인 경찰은 C씨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 현관문으로 대피하려다 불길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른 새벽시간대 발생한 화재에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A씨 가족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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