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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빚을 갚으라고 재촉한 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형이 경찰에 붙잡혔다. 우애 좋기로 소문난 이들 형제 사이에 발생한 잔혹한 사건의 이면에는 ‘로또’가 비극의 씨앗으로 자리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동생(49)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형 A(58)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9분쯤 전주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동생을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목과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생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숨을 거뒀다.
조사 결과 형은 동생의 거듭된 은행 채무 독촉에 화를 참지 못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0여년 전 전주에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돼 세금을 공제한 8억원가량을 수령했다.
한순간에 거액을 손에 쥔 그는 평소 아끼던 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다른 형제와 자매에게도 당첨금 일부를 나눠 주는 끈끈한 우애를 발휘했다. 나머지 당첨금을 가지고 정읍으로 간 그는 식당을 차려 제2의 삶을 시작했다.
문제는 영업이었다. 개업 초기에만 해도 장사가 꽤 잘됐으나, 갈수록 손님이 줄어 문을 닫게 될 처지가 됐다. A씨는 고민 끝에 동생에게 부탁해 과거 자신이 사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빌려 운영자금으로 썼다. 매달 이자 20여만원은 자신이 갚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식당 영업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동생과 약속한 은행 대출이자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최근 몇 달간 밀렸다. 동생은 그동안 열심히 생활하면서 형제를 살뜰히 챙겨왔고, 뜻밖의 행운까지 나누는 형이었기에 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계속된 빚 독촉에 형제의 다툼이 잦아졌고 돈독하던 우애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건 당일에도 이자 납부를 놓고 오전 내내 동생과 전화로 말다툼을 하던 형은 정읍에서 전주를 찾아 재차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 참극이 빚어졌다.
A씨는 동생을 만나기 전 로또 당첨 이후 남부럽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신세를 홀로 한탄하며 낮술을 마시다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흉기를 품은 채 동생이 전통시장에서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던 형은 거친 말다툼을 하다 핀잔까지 받게 되자 이를 꺼내 들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A씨는 경찰에서 “뜻밖의 행운을 잡아 어려운 동생들을 도와줬는데, 서운하게 말을 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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