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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도난 사건, 18세기 장신구 90여점 없어져
배전 설비 화재로 전력 공급 끊겨… 범인들 새벽 5시쯤 창문통해 침입
25일(현지 시각)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석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스 게뵐베(GrünesGewölbe·둥근 천장이 있는 녹색 금고란 뜻)'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약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추정) 규모의 보석들이 사라졌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역사상 최대 규모 박물관 도난 사건" "값을 매기기도 힘든 유물을 도둑맞은 충격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그뤼네스 게뵐베는 작센 왕국의 선제후(황제 선거권을 가진 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1723년 만든 '보물의 방'이다. 작센의 중심 도시인 드레스덴을 바로크 예술 중심지로 이끈 그는 자신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하고 선대부터 내려온 보물 등을 이곳에 보관했다. 과거 녹색으로 칠했던 기둥과 벽 때문에 '그뤼네스 게뵐베'란 이름이 붙여졌다. 10개의 방(입구관 포함)에는 현재 약 4000점의 보석·도자기·미술품 등이 채워져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 직전 갑자기 그뤼네스 게뵐베 인근 배전 설비에서 불이 나 박물관 전력 공급이 끊겼다. 내부 조명은 물론 경보장치도 작동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작동한 폐쇄회로(CC)TV에 용의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어두운 색상의 모자 달린 옷을 입은 2명이 1층 창문을 통해 박물관에 침입했다. 이들은 곧장 전시관으로 가서 도끼로 진열장을 깨고 보석 장식물 세트 3개를 훔쳤다. 경비원의 신고로 새벽 5시 4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용의자들이 차량으로 도주한 뒤였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도난당한 장식물 세트들은 18세기 작센 왕국의 왕족이 착용한 것으로 총 90여점의 다이아몬드·루비·진주·사파이어 장신구로 이뤄졌다. 그뤼네스 게뵐베의 대표 소장품인 41캐럿짜리 녹색 다이아몬드는 현재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대여 중이라 화를 피했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범죄학자 20명을 사건에 투입했지만, 용의자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뉴스위크는 "이번 사건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도난 사건'을 능가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 도난 사건"이라고 전했다. 1990년 3월 미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서는 경찰 제복을 입은 2명의 남성이 렘브란트·마네·드가 등의 작품 13점(약 5억달러 추정)을 훔쳐 달아났다. 이 사건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도난 작품들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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