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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오른손 약지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망치수지'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수술 당일 피부를 절개하기 직전 영상촬영 과정에서 큰 실수를 했다. A씨 오른손 약지 대신 중지로 수술 부위를 바꿔 잡은 것이다. 수술을 마친 뒤 X선 촬영 사진이 나오면서 엉뚱한 곳을 건드린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A씨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오른쪽 약지에 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다.
# B씨는 왼쪽 8번째 늑골에 생긴 종양을 절제하기 위해 입원했다. 담당 의사는 수술 시작 전 X선 촬영을 진행하면서 주삿바늘로 수술 부위를 표시했다. 하지만 수술 부위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바늘을 제거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않은 의사가 왼쪽 7번째 늑골을 수술했다. 수술이 끝난 뒤에야 이상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전후 사정을 들은 B씨는 종양을 제거하려 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A씨와 B씨는 수술 부위 착오로 다시 수술받은 환자 중 일부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이러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KOPS) 포털(www.kops.or.kr)에 의료진 권고 사항을 공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여기엔 환자가 피해를 입은 주요 사례와 구체적인 예방 지침 등이 포함됐다. KOPS는 환자안전법에 따라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환자 안전사고 등을 보고하면 이를 수집,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의사가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환자의 수술 부위를 미리 챙기는 과정은 필수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확인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수술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거나 의료진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빚어진 일이다. 수술 부위를 확인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받은 내용과는 다른 부위를 수술하는 사고가 생기는 것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수술 부위 착오의 재발 방지를 위해 두 가지 절차를 반드시 지키도록 권고했다. 우선 수술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표시하도록 요청했다. 환자 몸에 수술 부위를 표시할 때는 피부 소독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전용 펜을 써야 한다. 환자와 함께 수술 부위를 직접 확인하고, 표시한 뒤 확인서를 작성ㆍ서명해야 한다.
이른바 '타임아웃'(Time out) 제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이 ▶마취 전 ▶수술 부위 절개 직전 ▶수술 후 회복실 이동 전 상황에서 각각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정확한 환자인지 또한 수술 부위와 수술법인지를 확인하는 원칙이다. 여러 과가 참여하는 협진 수술 시엔 수술팀이 바뀔 때마다 타임아웃을 반복해야 한다.
한원곤 인증원장은 "수술 부위 확인 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면 환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 안전한 수술 문화가 정착되려면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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